‘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라는 말이 있다. 무명인이 한순간에 뜰 때 쓰는 말이다. 사는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몰려오면 그렇게 된다. 보배의 섬, 진도가 겪은 갑오년이 그랬다. 기쁜 소식보다 슬픈 소식이 먼저였다. 지난해 4월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그것이다.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였다. 더구나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선장의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은 충격이었다. 수많은 카메라가 진도로 집결했다. 진도 팽목항에 걸린 노란리본이 당시의 비극을 알려준다.

▲ 진도 팽목항에 달린 노란리본(제공=진도군청)

특히 제주도 수학여행으로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등학생들의 죽음은 무슨 말로 표현하랴. 당시 국학원은 4월 20일부터 26일까지 임직원을 중심으로 1일 1식만 하고 나머지 2끼 식사분을 세월호 구호활동에 기부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코리안스피릿 기자들도 동참했다. 배고픔은 유가족의 단장(斷腸: 창자가 끊어질듯한 고통)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학교명이 단원(檀園)이다. 조선 후기 풍속화의 대가인 김홍도(金弘道)의 아호다. 김홍도의 호는 명나라의 문인화가 단원 이유방(檀園 李琉芳)의 호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런데 박달나무 단(檀)이 주목된다. 고려말의 학자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에 단군의 단을 박달나무 단(檀)으로 썼다. 단원고의 아이들은 단군의 아들이고 딸이라고 생각했다. 진도 앞바다에서 추모하며 든 생각이다. 또한 제자를 구하려다가 생을 마감한 교사들과 승무원과 같은 의인(義人)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곳이 국민인성이 회복되고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성지(聖地)로 영원히 기억됐으면 한다.

▲ '2008 진도관광 전국 사진 공모전'에서 금상에 선정된 하용순씨의 '진도대교, 그리고 배'(제공=진도군청)

지난해 7월 말부터 영화 ‘명량’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역시 진도가 그 배경이다. 울돌목 사이에서 벌어진 조일전쟁이 스크린으로 재현됐다. 이순신은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에 맞서 기적의 승리를 거뒀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순신의 모습은 명장면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순신의 명량대첩을 도와준 이가 신인(神人)이라는 점이다.

 『난중일기』 9월 13일 자를 보면 “꿈이 특별해 임진년(1592년)에 크게 이길(大捷) 때와 거의 같았다.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9월 15일에는 “이날 밤 신인(神人)이 꿈에 나타나 지시하며 말하기를,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大捷), 이렇게 하면 패할 것’이라고 했다”라고 기록했다.

그렇다면 신인은 누구일까? 여러 책에서 단군으로 소개되고 있다. 조선 초기 권람(權擥)의 『응제시주應製詩註』 에는 “옛날에 신인이 박달나무 아래로 내려오니 나라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세우고 그를 단군이라 불렀다”라고 밝혔다. 조선 숙종 2년(1675년) 북애노인(北崖老人)이 펴낸 『규원사화(揆園史話)』 고열가 단군 편에서 “임금으로 있은 지 30년이요, 단검신인이 큰 위업을 처음으로 펼친 때부터 역년이 47세(世)에 1,195년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914년 김교헌이 쓴 『신단실기(神檀實記)』 의 뜻은 신인(神人) 단군(檀君)의 실기를 말한다.

▲ 영화 ‘명량’으로 유명해진 진도대교 앞 이순신 장군상이다. 사진은 2010 진도관광사진 입상작인 김일문의 동상과 대교(제공=진도군청)

진도대교와 울돌목을 바라보고 있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울돌목이란 명량(鳴梁)의 순우리말이다. ‘울’은 ‘운다’이고 ‘돌’은 ‘돌다’를 뜻한다. 물길이 휘돌아 나가는 바다가 마치 우는 소리를 내는 것처럼 들려 붙은 이름이다. 당시 피를 흘리면서 싸웠던 장수들과 뼈가 으스러지도록 노를 저었던 격군(格軍)의 함성이 물소리와 함께 들리는 듯했다.

이제 진도대교는 1천 7백만 명 이상이 본 영화 ‘명량’ 덕분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관광지 이전에 역사의 성지(聖地)다. 당시 조선의 왕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지만, 이순신은 백의종군하면서도 백성을 구한 곳이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제 진도 단군전이 있는 철마산으로 가보자.(계속)

■ 진도 가는 방법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에 진도를 4회 왕복한다.(5시간 소요) KTX를 이용할 경우 목포까지 간 다음 목포-진도간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진도관광 061-544-8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