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영암군 월출산(사진=영암군청)

영암은 백제 때 월내군(月奈郡)이라고 불렀다. 남북국 시대(757년)에 이르러 영암군으로 바뀐 것이다. 영암(靈岩)은 한자로 풀어보면 신령스러운 바위를 뜻한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월출산 구정봉에 있는 동석(動石: 흔들바위)에서 기원했다. 흥미로운 것은 월출산이 기(氣)를 내뿜는 산이라는 점이다. 영암군청이 기의 고장이라고 내거는 이유다. 이곳에 단군을 닮은 큰 바위가 있고 천제단도 있으니 신령스러운 지역임이 분명하다.

큰 바위 얼굴의 ‘예언’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2)은 『택지리』에서 “월출산은 화승조천(火昇朝天)의 지세”라고 했다. 즉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월출산은 화강암으로 된 바위산이다. 돌의 80%가 맥반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맥반석은 원적외선을 방출해 사람을 이롭게 하는 약석(藥石)으로도 불린다.

주목되는 것은 월출산에 ‘큰 바위 얼굴’이 발견된 것이다. 가장 높은 천황봉(809m) 아래에 있는 구정봉의 기암절벽이 그것이다. 큰 바위 얼굴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장군 바위라고 불렀다. 얼굴의 길이가 100여m나 된다. 그렇다면 키는 700여m가 된다는 이야기다. 월출산이 사람의 형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월출산 큰 바위 얼굴(사진=박철씨 제공)

차길진 후암미래연구소 대표는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규모”라며 “명상에 깊이 잠긴 진지한 표정을 혹자는 단군의 형상, 혹자는 왕인박사의 형상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큰 바위 얼굴을 최초로 촬영한 사진작가 박철 씨는 “머리와 이마, 눈, 코, 입에 볼 턱수염까지 영락없는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큰 바위얼굴은 한낮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오후에는 그늘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는 “태양 빛을 받아 형상을 드러내는 큰 바위 얼굴은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응어리져 나타난 웅대한 창조에너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암군민들은 큰 바위와 얽힌 예언으로 문화, 종교, 정치 세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이 나타난다고 믿었다. 문화 분야에는 월출산 주지봉 아랫마을인 군서면에서 태어난 왕인[王仁] 박사가 있다. 백제 근초고왕 때의 학자로 일본에 초청을 받고 건너가 『논어』와 『천자문』을 가르쳤다. 이어 태자(太子)의 스승이 됐으니, 백제의 문화를 일본에 전파한 한류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왕인박사 탄생지에서 4월에 열리는 ‘영암왕인문화축제’는 수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성지순례처럼 찾고 있다.

이어 종교 분야에는 한국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道詵國師, 827∼898)가 있다. 역시 구림리에서 왕인 박사 서거 500년여 만에 탄생했다. 이제 정치 분야만 남았다고 한다. 영암 출신이 민족과 인류를 이끌 정치 지도자가 된다는 말인데, 누구일지 궁금하다. 바람이 있다면 2천 년 동안 태평성대를 이룩한 단군과 닮은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천제문화를 잇다!

▲ 월출산 천황봉과 천제단인 소사터(사진=영암군청)

이제 월출산 천황봉 천제단으로 이동하자. 그동안 기록으로만 존재했다고 한다. 남북국시대부터 조일전쟁(임진왜란) 전까지 국가에서 제사를 지낸 소사(小祀)터가 발견된 것이다. 전국 명산대천의 제사터인 대사터 3곳, 중사터 24곳, 소사터 23곳 가운데 하나다. 『삼국사기』와 『신증동국여지승람』영암군조에 소사터로 기록된 이래 고려 시대까지는 국가의 산천신 제사대상이었고 조선 초기에는 수령의 치제(致祭)가 이루어졌던 곳이었다.

목포대학교 박물관에서 벌인 발굴조사에 따르면 “천황봉 천제단 자리에서는 통일신라 때의 토제 향로 뚜껑과 토우, 고려 시대의 녹청자 접시와 청자 탁잔대, 조선조의 백자 접시와 명문이 새겨진 암키와 등 각 시대의 유물이 차례로 나와서 그간 문헌이나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천제단의 존재가 처음으로 증명됐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제천의례는 단군조선 이래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으로 계승해왔다. 천제단 발굴을 통해 이 지역에도 천제문화가 이어져 왔음을 알 수가 있다.

또 월출산 천황봉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m 아래에는 통천문(通天門)이 있다. 한 사람이 겨울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바위굴이다. 월출산에서 하늘로 통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 굴에 들어서면 월출산 북서쪽 능선과 영암 고을, 영산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천제문화가 서린 영암에도 단군이 있지 않을까? 영암버스터미널에서 경찰서 삼거리 방향으로 약 200m 가면 수성사가 있다. 이곳에 단군전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계속>

■ 참고문헌 

목포대학교 박물관∙영암군,『영암 월출산 제사유적』, 목포대학교박물관 1996년, 전라남도 영암군,영암군지, 영암군청 1998년, 차길진 기고, 2012년 새 지도자는 누구일까, 한국경제 2011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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