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사 단군전은 2011년에 건립됐다. 4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전국 단군전 가운데 나이로 비유하면 가장 어리지 않을까 생각됐다.

▲ 2012년 4월 12일 전라남도 영암군 수성사 단군전 준공식(사진=영암군청)

홍익인간의 가르침

수성사란 임금의 장수를 위해 세운 사당을 말한다. 조선 중종 33년(1538년)에 객사(현재 동무리 영암군청) 옆에 건립됐다. 주로 영암 원로들의 의견을 나누는 장소로 이용됐다. 그러다가 대일항쟁기 때 남풍리로 이전됐다. 그런데 이곳에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부군당(府君堂)이 있었다. 대일항쟁기 때 부군당이 폐쇄되고 수성사가 이전되면서 부군당의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이어 1950년 한국전쟁으로 소실됐고 1953년에야 수성사가 건립됐다. 그렇다면 단군전은 어떻게 세워진 것일까?

수성사는 부군당 복원을 논의하던 중 부군당 보다 ‘단군전’을 건립해 홍익인간의 가르침을 후세에 전승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여졌다. 이것이 계기가 됐다. 2010년 4월 16일 제472차 수성사 총회에서 단군전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 해 5월 김일태 군수와 박영배 의장에게 건립비 지원을 요청한 결과 추경예산에 3천만 원이 편성됨에 따라 2011년 8월 수성사 경내에 단군전을 준공했다.

수성사 관계자는 “단군제를 본격적으로 봉행하기 위해 2011년부터 2천만 원의 사원 자체 성금을 모아 단군영정, 제복, 제기 등을 준비해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4월 12일에는 준공식과 함께 초헌관은 박영배 의장, 아헌관은 장동연 영암교육장, 종헌관은 신태균 문화원장이 각각 맡아 왕인서당 최기욱 훈장의 집례로 단군제 예례(豫禮)를 지냈다. 이후 매년 개천절에 단군제향을 올리고 있다.

▲ 2012년 4월 12일 전라남도 영암군 수성사 단군전 준공식 단군제례(사진=영암군청)

중국의 신 vs 한국의 밝음

단군전은 정면 6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조선시대 부군당 형태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부군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중국의 신으로 보는 입장과 한국의 밝사상으로 보는 입장이 서로 엊갈린다.

전자는 민속학자 이능화(李能和, 1869∼1943)가 대표적이다. 부군 표기는 한자어 府君, 附君, 附根(付根)이며 지명에서 나온 용어로써 한나라 태수(太守)를 칭한다는 것이다. 무당이 섬기고, 부군당에 모신 신이자 관아에서 섬긴 신이라고 했다.

조흥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조 교수는 “부군이 중국 한 대 태수의 칭호였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마을의 수호신이 됐다”라고 말했다.

반면 사학자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은 한국의 밝사상에서 찾는다. 그는 “조선에서는 ‘밝(Părk)’을 본원으로 하여 ‘밝은(Părkăn)’이라고도 하였고, 전하여 ‘부군(Pukun)’ 또는 단순히 ‘불(Pur)’이라고도 칭하였다”라며 “‘부군(府君)’이란 표기는 태양신을 의미하는 ‘밝은(Părkăn)’의 음차(音差)이며 부군당은 이러한 태양신을 숭배한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속학자 김태곤(金泰坤, 1937∼1996)도 같다. 그는 “붉은신앙은 하늘숭배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실체는 천지를 주재하는 하늘로써 광명이며 이는 곧 밝음으로 표현되고 밝음은 붉음으로 표현되었는데 이것이 훗날 부군으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문헌연구가 아니라 현장조사도 같은 결론을 얻은 점도 흥미롭다.

양종승 박사(인디애나대학교 민속학박사)는 이태원 2동에서 42년 사는 김 씨 할머니와 이태원 1동에 살면서 2005년 이태원 부군당굿에서 집사역을 했던 강희주 씨를 만난 일화를 전했다.

양 박사는 “이태원 부군당을 신봉하는 마을민들은 부군당의 원래 이름이 ‘붉은당’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곳에 봉안된 부군 할아버지나 부군 할머니는 ‘붉은 할아버지’ 또는 ‘붉은 할머니’라는 것”이라며 “‘붉은’이란 용어는 아직도 무속현장에서 신봉자들에 의해 뿌리 깊게 쓰이고 있으며 그 역사는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군당과 단군의 관련성은 없을까? 이는 제천의례로 볼 수 있다.   ‘밝은’의 신앙적 전통은 1년에 1번 제천의례으로 봉행됐다. 최남선은 이것을 우리말로 ‘밝은 ㅇㆍㅣ’라 칭하고 ‘신세(神世)’의 표상으로 이해했다. 신라의 불구내, 고려의 팔관회, 조선조 부군(府君)굿 등을 하나의 연장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것이 홍암 나철의 대종교 중광 이후 10월 개천절로 자리 잡게 됐다. (계속)

■ 참고문헌

국학연구원, 『한국선도의 역사와 문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출판부2006년
이능화, 『조선무속고』, 창비2008년
양종승, 『서울 이태원 부군당굿』, 민속원2007년
최남선, 정재승∙이주현 역주, 『불함문화론』, 우리역사연구재단2008년

■ 영암 수성사 단군전(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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