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정신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막연하고 모호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과연 어떤 사람을 홍익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가장 활발하게 알리고 있는 이는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이다. 이승헌 총장은 지난 2000년 《한국인에게 고함》을 통해 5가지 홍익인간상을 제시했다. 또한, 이 총장이 창안한 뇌교육(Brain Education)의 목적 또한 ‘홍익인간 양성’이다. 뇌교육에서 말하는 홍익인간의 5가지 요건은 아래와 같다.

첫째, 건강한 사람
둘째, 양심적인 사람
셋째, 능력 있는 사람
넷째,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조화로운 사람
다섯째, 창조적이고 영적인 사람

‘21세기 다시 살아나는 홍익인간’ 여덟 번째 이야기는 우리 역사 속 인물 중 홍익인간의 롤모델로 이순신 장군을 선정해 뇌교육에서 말하는 5가지 홍익인간 소양과 비교해 보았다.얼마 전 영화 <명량>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 <명량>을 보며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새롭게 느꼈고, 울돌목을 비롯해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순신 장군은 모든 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일본에서는 ‘군신(君臣)’으로 표현할 정도로 큰 능력을 발휘했던 장수였고 반면에 왕으로부터는 질시 받고 고행을 겪으며 끝내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불우한 장수였다.

하지만 그는 어떤 순간에도 왕과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변치 않았다. 특히 모함으로 모진 고문을 받고 백의종군 후에도 부모, 자식뿐만 아니라 부하장수나 군사, 적군 포로까지도 진정으로 걱정하고 사랑을 주는 그야말로 성인(聖人)이었다.

▲ 영화 <명량>

뇌교육적 관점에서 말하는 첫 번째 홍익인간의 소양은 건강한 사람이다. 여기에서 건강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 몸의 기능과 에너지를 100% 자기 의도대로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라는 자각이며, 자신의 몸에 대하여 진정한 주인의 역할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난중일기에는 전쟁이 시작되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이순신 장군은 고된 진중생활과 고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질병에 시달렸다고 나온다. 이순신이 앓았던 병의 증상이 대개 식은땀을 심하게 흘리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체하는 것으로 보아 이는 심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격렬한 전장에서의 전투와 전투의 준비, 불규칙한 생활 습관들이 이순신을 병약하게 만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 곳곳에서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거침없이 표현하고 걱정하고 있다. 이는 질병을 이유로 일을 그르치거나 자신이 해야 할 일에서 물러서기 위함이 아님을 그가 이뤄낸 업적을 보면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대하는 것은 이순신의 주된 성품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성품으로 이순신은 어떠한 가식이나 왜곡 없이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하였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행동에 옮기고 끝내 이루려고 했던 목표들을 이뤄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의도대로 몸을 100%로 활용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 번째 홍익인간의 소양은 양심적인 사람이다. 양심이란 작게는 정직한 마음, 옳고자 하는 의지이고, 크게는 빛처럼 밝은 마음이라 볼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내용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옳고자 하는 의지, 참되고자 하는 의지는 보편적이다. 임진왜란 발발 당시 조선 시대는 왕이 지배하는 봉건사회로 왕의 명령을 어기는 것은 대역죄인으로 취급되어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명을 어기면서까지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실행하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세 번째 홍익인간의 소양은 능력있는 사람이다. 능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성이다. 지성은 밝고 건강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생산해내는 능력으로 실천력을 전제로 하여 지식을 비롯해 창의력, 적응능력, 자기개발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두루 포함한다. 이순신 장군이 23번의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끈 이유 중 하나는 전투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통합하여 병사들을 안위를 최대로 도모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최적의 전략과 전술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네 번째의 홍익인간의 소양은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조화로운 사람이다. 정서는 감정을 바탕으로 한다. 감정을 억압하면 정서가 메마르고, 감정을 자유롭게 잘 다루면 정서적으로도 풍요로워진다. 감정을 삶의 도구로 즐기고 잘 활용할 때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과도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순신은 어떤 일이든 외면하기보다 직면하였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표현하고, 화가 나는 감정은 그대로 표현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일기에 남겼다. 일기는 그가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아주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원망하고 한심하게 여겼던 원균에 대한 일을 빠짐없이 기록한 것도 인상 깊다. 또한,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혹은 슬픔과 통한이 떠오를 때 그는 어김없이 일기를 통하여 솔직한 감정을 풀어냈다.

이처럼 건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여 해소하였고, 자신의 체통을 지키고자 가식의 탈을 쓰지 않았으니 그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나아가서는 군사들의 마음을 얻고 사기까지 높여 놓았으니 전쟁의 결과가 좋게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

마지막 다섯 번째 홍익인간의 소양은 창조적이고 영적인 사람이다. 모든 인간은 창조적이고 영적이다. 우리 뇌에 그러한 속성이 깃들어 있다. 몸과 뇌가 온전히 소통하여 감각이 열리면 뇌 속의 정보들이 통합되면서 창조성이 깨어난다.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흔히 영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영적감각은 관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유연한 뇌에서만 가능하다. 영적 감각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세상을 대하며 느끼는 오감 너머에 있는 어떤 감각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순신은 확실히 창조적이고 영적인 사람이었다. 일단 그는 그 당시 사회의 지배적인 유교적 관념을 뛰어넘는 사람이었다. 공자는 “도로써 임금을 섬기되, 여의치 않으면 사퇴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매번 어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생사를 건 출정을 감행했다.

그리고 거북선을 만드는 등 수많은 창의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또한, 난중일기에는 총 41회의 꿈을 기록했는데, 그 내용은 전쟁 상황과 직결되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영의정과 임금 파천문제를 상의한 꿈 이후에 장군은 삼도통제사에 겸직 임명되었고, 원균과의 술자리 꿈 이후 원균이 전사하고 통제사로 재임명되었다.

특히 신인(神人)이 이기고 지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명량해전 전날의 꿈은 정말 의미심장하다. 이는 전쟁의 긴박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 따른 정신집중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꿈의 현상을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였다. 이순신은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지켜내겠다는 신념에 일체되어 몸과 뇌가 온전히 소통하여 감각이 열리면서 뇌 속의 정보들을 통합하고 창조성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획] 21세기 다시 살아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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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은애 기자, 김수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석사과정
참고. 이승헌 《뇌교육원론》, 한문화
이찬구(2005) 충무공 이순신의 삶에 나타난 천도적 고찰, 순청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
장시광(2008) 「난중일기」에 나타난 이순신의 일상인으로서의 면모, 온지학회
강환욱(2013) 이순신과 진정성, 청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