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이 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 ‘홍익인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또한, 홍익인간은 한국의 교육기본법이 정하고 있는 교육이념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교육의 나침반이자 원칙 혹은 지침인 셈이다. 그러나 이 이념이 실제 교육현장에는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교육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교육이념을 바탕에 둔 교육정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홍익인간은 교육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이념이 아니라 장식장 구석에 넣어놓고 그 존재조차 잊은 낡은 골동품처럼 대접받고 있는 실정이다.

▲ 《삼국유사》에 기록된 홍익인간(弘益人間) 원문 (국학원 제공)

그렇다면 ‘홍익인간’은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홍익인간은 고려 충렬왕 때 일연이 쓴 《삼국유사》(1281)와 이승휴가 쓴 《제왕운기》(1287)에 언급되었다. 단군의 건국을 동국사의 첫머리에 적으면서 홍익인간 정신을 표현했다. 두 문헌은 몽골이 세운 원나라의 침입에 시달리던 고려 말 쓰여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고려인들은 고구려, 신라, 백제라는 옛 지역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분오열할 때였다. 즉, 국가의 단결이 필요할 때 ‘홍익인간’ 정신을 통해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민족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불러일으켰다.

약 730여 년이 흐른 21세기, 오랜 시간 잠자고 있던 홍익인간 정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혼탁하고 불안한 정치, 나날이 커져만 가는 빈부 격차, 도덕상 상실 그 어느 때보다 인성 회복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 백범 김구 선생이 쓴 ‘홍익인간’ 휘호 (서울옥션 제공)

일부에서 일어나는 지루하고 고루한 담론에 불과할까? 교육이념으로 여기고 골동품 취급하기에는 정치·경제·문화 등의 여러 분야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홍익인간이 상생과 공존방식의 지구촌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망각과 부활을 반복했던 ‘홍익인간’ 정신이 현재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왜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다음 편에는 ‘교육이념 홍익인간에 대한 끝없는 논란’을 소개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참고. 이승헌. <한국인에게 고함>(2001), 한문화.
정영훈. 홍익인간 이념의 유래와 현대적 의의, 정신문화연구 Vol.22 No.1(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