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는 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덮개가 붕괴돼 관람객 1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000여 명의 시민이 인기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희생자들은 공연을 더 잘 보려고 환풍구 덮개에 올라갔다. 사회자는 ‘위험하니 내려와 달라’고 경고 방송을 했지만, 실제 안전요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덮개가 무너지면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됐다. 환풍구 덮개 주변에 접근을 막는 안전시설이나 경고 표시도 없었다. 행사 관계자들은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다.

실제 국민인식 조사도 나왔다.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9%가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44.1%는 ‘다소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를 지수화해 한국 사회의 안전의식을 17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선진국은 공연을 할 때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허가를 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관람객 유치에만 열을 올릴 뿐, 행사장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사전에 위험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부터 정치인 모두 ‘안전한 나라’를 외쳤다. 대통령 주재로 안전관련 회의만 100회가 넘었다.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 기본방향을 마련해 근본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판교 공연장 사고는 안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많은 안전정책도 공염불이 됨을 알려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다. 한류부터 IT까지 최고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생명존중과 안전의식에서는 후진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그것은 시설 담당자를 비롯해 국민 모두가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안전의식과 실천이다. 그럴 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줄일 수가 있다. 이제 민관이 함께 후진적인 안전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