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이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준 이유는 겨우 사회 초입에 서있는 20대 청년들이 인간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일을 큰 죄책감 없이 자행했고, 피해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군대라는 특수 환경도 있지만, 이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존중감이 바닥에까지 떨어진 우리사회를 대변해주는 안타까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피해자 윤 일병은 올해 지난 2월 18일,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되었다. 군인권센터의 발표에 의하면 그는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 부터 사망하는 4월 6일 까지 매일 폭행과 욕설, 인격모독과 구타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은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거나 성기에도 약을 바르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가혹행위를 자행했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귀한 아들이 불과 5개월 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는데 과연 어느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병영내의 폭행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것이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일병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바로 윗선임 병사 역시 ‘목소리가 작고 말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해왔으나 후임의 전입과 동시에 가해자로 변했다. 또 다른 가해자 중 일부도 주범 이 병장으로부터 후임 관리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폭력문제는 얼마 전 우리 사회를 아프게 했던 학교 폭력문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우리 가정과 학교에서의 폭력문제가 이슈가 되는 요즘, 이를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폭력이 군대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폐될 상황에 놓였던 이 사건은 지난달 30일 공소장을 입수해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윤 일병 사건이 사회문제가 되자 재판에 그쳐서는 안 되고 근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민·관·군이 협동하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6일 출범시켰고, 군사법 체계개편, 핸드폰 반입 허용, 복무기간 연장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군대내 사건사고가 있었을 때도 유사한 위원회와 병영문화 개선책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큰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다 이번과 같은 사건이 되풀이 된 상황. 또다시 군에서 마련할 이런 해결책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국민은 의문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사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사건의 핵심은 '인간존중'이고, '인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전인적 인간을 길러내는 게 우리 교육의 목표가 돼야한다"며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군내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학교에서의 왕따와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방안의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제도와 틀에 앞서 우리 사회에 인간존중 문화가 없는 이상, 폭력은 장소와 모양을 바꿀 뿐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교육학에서는 '전인교육'은 지·정·의(知情意)가 완전히 조화된 원만한 인격자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한다. 이런 인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교육은 과연 무엇일까? 교육의 기본인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을 돌아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弘益)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인 대한민국, 문제는 우리나라가 교육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개선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바른 인성을 기본으로 한 인간존중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과 생명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홍익인간 교육. 이러한 교육이 교과서 문구에 그치지 않고 체득으로 익혀져 생활화 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체험을 통한 실효성 있는 인성교육을 추진하여 인간을 존중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 출처 = 국방부 플리커 (본 이미지와 기사는 직접 연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