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님이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4박 5일, 100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파격’이었고 ‘놀라움’이었으며 나아가 ‘감동’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1위(올해 3월 미국 ‘포춘’지 선정)의 그이건만, 그는 장거리 비행에도 일등석 대신 비즈니스석에 앉아왔다. 최고급 방탄차 대신 우리나라 소형차량인 기아 ‘쏘울’을 타고 다녔다. 숙소는 국빈이 머무는 유명 호텔 스위트룸이 아니라 청와대 근처에 있는 대사관 숙소였다.

어디 그뿐이랴. 그가 만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종교의 지도자인 그에게 우리나라 언론들이 포커스를 맞춘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는 국빈 방문으로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는 했지만, 세월호 유가족을 6번이나 만났고 이 만남은 매번 언론지상에 떠들썩하게 소개되었다.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했고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새터민, 환경미화원, 장애인들을 만났다. 마지막 미사에는 첫째 줄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분을 앉히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서 보낸 100시간은 철저히 소외된 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아픔이 있는 이들, 하소연 할 곳 없는 약자들을 만나 그 목소리를 들어주었다. 교황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언론은 그제서야 그 아픈 사연을 보도했다. 고위 정치인이나 유력 경제인과의 만남은 없었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섬기고 간 그에게 매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의 방한 기간 심지어 ‘광복절’ 마저 조용히 지나갔지만, 여전히 화제가 된 뉴스가 있다. 바로 영화 <명량>이 외화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도 있다”는 영화의 명대사. 이를 가장 위험한 곳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실천했던 이순신 장군이 있었기에 가능한 대기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 우리가 고대하는 리더십의 실체를 보았다. 그는 낮은 곳으로 임하여 소통하는 리더였다. 그런 리더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영화 <명량>을 통해 그 리더십의 실체가 바로 우리 역사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1,500만 관객이 보았다. <명량> 속 이순신 장군은 나라의 가장 으뜸이 ‘국민’이며 국민을 위해 효충도(孝忠道)를 다하여 애국(愛國)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국민은 바로 이런 리더십을 원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교황과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제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바른 역사의식을 통해 건강한 가치관을 추구하며 국민을 가장 우선하는 것으로 애국하는 리더십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