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시아 국제관계가 급변하여 격랑이 치고 있다. 한국을 둘러싸고 몰아치는 격랑에 ‘한국호’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7월 3~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국이 처해있는 혼란스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중 두 나라가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국내외에 천명했다.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국과 중국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과 일본은 경계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중국이 한미일의 연결고리에서 한국을 떼어내려고 하고 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러한 징후가 일정부분 드러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7월 1일 집단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하여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했다. 이러한 일본의 우경화에 맞서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기존의 동북아 구도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는 역사와 영토분쟁으로 복잡하게 얽혀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 정치, 경제, 군사 부문에서 미국과 상호 협력하고 우호관계에 있으면서 중국과는 경제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정치에서도 점차 협력 관계를 확대해가고 있다. 한일 관계는 경제, 문화면을 제외하고 정치, 외교에서는 비우호적인 관계가 최근 지속되고 있다. 남북 관계 또한 이명박 정부 이후 심각한 고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북한과 일본은 최근 관계 개선을 하며 급속히 밀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북아 정세는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이 각자 분야에 따라 협력과 갈등 관계를 형성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택할 여지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주변국을 모두 만족시킬 묘안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선택할 여지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첫째, 우리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우리의 행동반경을 넓혀가야 한다. 과거 역사를 보면 임진왜란 때 조선의 운명을 명나라와 일본이 결정했다. 청일전쟁 때로 이는 반복됐다. 동족이 싸운 한국전쟁 때도 우리는 휴전협정의 당사국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일을 우리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겼던 것이다. 국력이 부족하고 냉엄한 국제정세를 잘 알지 못한 탓이다. 그러한 일이 이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냉철하게 보고 우리의 길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연구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가와 민감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교류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분야에서는 그것이 더욱 격화되지 않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례로 우리 기업이 미국, 중국, 일본에 투자를 하고 현지 기업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만큼 상대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많이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문화와 학문 교류, 민간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셋째, 남북 관계 개선이 혼돈의 현재 상황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성립 이후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동북아에 불안을 야기해왔다.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시기에도 동해안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포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를 안정시키고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저들의 군사 위협은 매우 심각하다. 긴장을 고조시키고 첨예한 대결 국면으로 가봐야 우리에게는 득 될 것이 많지 않다. 계속 몰아붙여 궁지에 몰아넣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북한을 설득시켜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 우리가 선택할 여지가 확대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 미국과 중국의 각축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우리나라가 힘을 쓸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