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건설 중이었다. 아파트, 건물, 공장 건설. 지난 7월 가본 중국 동북 삼성이 개발의 물결이 넘쳤다. 심양, 통화, 집안, 이도백하, 연길, 용정, 해림 등지는 산업화의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곳이다.
가이드는 말 그대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여러 번 말했다. 뭔가 하기로 결정하면 곧바로 진행된다는 거다. 북경, 상해 등 경제 발전을 목격한 동북 삼성 지역이 더욱 서두르는 모양이다. 만만디는 더는 통하지 않는 듯 했다.

통화 지역은 인삼 재배로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데 호텔 부지 안에 인삼 거래 시장이 함께 있었다. 인삼 수확철이 되면 대만, 홍콩에서 사람이 몰려와 호텔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좋은 삼을 사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이곳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곳 인삼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한국에서 재배기술을 도입하여 품질도 좋아 홍콩, 대만인에게 인기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인삼이 한국에 들어오면 국내 인삼이 이겨낼까? 그런 게 인삼뿐일까. 거의 모든 농산물이 그럴 것이고 공산품도 그럴 것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백두산 가는 길목 이도백하 시는 신시가지 조성이 한창이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백두산 관광객 덕분에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주로 찾던 백두산에는 지금은 중국 국내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한 백두산공정이 먹혀들어가는 것인가. 백두산은 이름마저 중국식 ‘창바이산’으로 바뀌었고 한국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과 수교 직후에는 한국 자본을 끌어들여 백두산을 개발했던 중국이 지금은 홍콩 자본을 대거 유치한다고 한다.
 

만만디 중국인들이 뛰는 게 무서워 보였다. 여러 번 중국에 다녀왔지만 이런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년 전 보았던 동북 삼성. 60~70년대 우리네 농촌과 비슷했던 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일거다. 환골탈태(換骨奪胎)였고, 어느 곳은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이 동력으로 중국이 몇 년 계속 나간다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도 크게 요동칠 게 틀림없다.
 

중국이 개방이후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중 수교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생산기지와 대체시장 확보로 큰 혜택을 보았다. 중국 내수 시장이 커짐에 따라 대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과도한 중국 시장 의존을 우려할 정도로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확실하지 않다. 중국 기업이 이미 우리 기업을 턱밑까지 추격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짧은 기간 중국을 돌아보면서 조정래의 소설 ‘정글 만리’가 머리에 떠올랐다. 어느새 우리의 뒤를 쫓아온 중국. 한중 앞에 놓인 길이 정글일까, 탄탄대로일까. 경쟁자일까 동반자일까. 칼로 자르듯 확연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 발전을 돕는 관계가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 경제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쫓는 위치에서 쫓기 처지가 됐다. 다른 나라가 가지 못한 길을 우리가 열어나가야 한다. 망설이고 뒤를 돌아보고 있으면 중국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앞서고 말 것이다. 우리가 선도하면서 중국 기업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