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전라북도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의 땅이다. 120년 전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이 극에 달한다. 전봉준은 탐관오리의 횡포에 맞서 농민군과 함께 혁명에 나선다. 농민군은 황토현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전주성을 점령한다. 이에 조정은 외군(청군과 일본군)을 끌어들인다. 수십만 명의 농민군은 일본군의 총탄을 맞고 희생됐다.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자 했던 이들의 꿈은 미완으로 그쳤다. 그러나 이후 항일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 전라북도 정읍시 하모동 모촌마을 단군성전 정문 역할을 하는 홍익문(사진=윤한주 기자)

이 노래는 푸른색 군복을 입은 일본군과 녹두장군이라 불린 전봉준 그리고 청포장수를 상징하는 백성으로 당시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정읍시 덕천면에 10만여 평의 부지에 4,673평의 교육관과 전시관을 갖춘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개관했다. 올해가 동학혁명 120년이다.

그런데 이곳에 홍익인간의 요람, 단군성전이 있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국립공원 내장산도 있다.

지난 3일 정읍역에서 단군성전 보존회 곽정구 총무(68)의 차를 타고 성전으로 향했다. 5분을 달렸을까? 시내에서 멀지 않았다. 성전은 모촌마을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근처에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1호 고암서원이 있다.

상량문은 단기로 표기해야!

▲ 전라북도 정읍시 하모동 모촌마을 단군성전 전경(사진=윤한주 기자)
먼저 규모에 놀랐다. 주차장도 갖췄으니, 무슨 말을 하랴. 정문은 홍익문(弘益門)으로 계단을 높이 쌓아 성전의 위용을 드러냈다.

왼쪽은 회원들의 성금을 기록한 건립비가 눈에 띤다. 그 숫자만 1,000여 명에 달한다. 5개의 큰 비석은 1,000만 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다. 홍익인간 정신을 널리 알리자는 뜻으로 성전을 건립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홍익문은 외문 역할을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좌우로 동재와 서재 역할을 하는 전각이 있다. 왼쪽은 제복과 제기 등이 있는 전사실(典祀室)이 있다. 화장실도 바깥에 있다. 오른쪽은 회의실처럼 꾸며진 계화당(啓化堂)이다.

성전은 1995년에 발기인 구성으로 시작됐다. 추진위원장은 송파 김인환 씨가 맡았다. 2년 후 기공식을 하고 2000년 10월 3일 개천절에 준공식을 했다. 사업비만 6억 9천만 원(국고보조5억 2천만 원, 헌성금 1억 7천만 원)에 달한다.

이제 내문인 숭모문으로 오른다. 이곳에는 국가지정 표준영정과 위패를 모신 단군성전이 있다. 개천절에만 제례를 유교식으로 치른다.

곽 총무는 성전의 제례는 향교에서 공동으로 주관한다고 말했다. 정읍항교, 고부향교, 태인항교가 그것이다. 향교 수장은 보존회 부회장이 된다. 회장은 3곳의 향교에서 순번으로 정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곽 총무는 보존회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건물 구석구석을 살폈다. 이어 ‘상량문’을 발견했다.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을 치른다. 홍익문부터 단군성전까지 모두 단기연호로 썼다. 국보 1호 숭례문은 마룻대 모두 서기로만 기재한 것과 대조적이다.(기사 바로가기 클릭)

“잘못했네요. 유림들이 했기 때문에 단기를 챙겼을 것입니다. 일반인이 했다면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저도 상량을 처음 봐요.”

▲ 전라북도 정읍시 하모동 모촌마을 단군성전 홍익문 상량이다. 단기로 표기했다.(사진=윤한주 기자)

단군지킴이, “종교관 이전에 국조가 먼저”

곽 총무와 취재를 마칠 즈음에 관리인이 나타났다. 성전 공사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함께 성전을 관리하는 오금식 씨(75)다.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성전은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는 것.

“시내에 있던 것을 옮긴 것입니다. 일제시대부터 있었어요. 시청 바로 옆, 옛날 정읍중학교가 있던 자리입니다.”

▲ 전라북도 정읍시 하모동 모촌마을 단군성전 내 단군영정과 위패(사진=윤한주 기자)
당시에는 단군성전 한 채만 있었다. 건립비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

오 씨는 1년에 3번씩 벌초작업을 한다. 성전 곳곳이 단정한 이유를 알겠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도 그의 일과다.

“대전, 부산, 전주, 하여간 학생들이 많이 와요. 작년 여름에는 연세대학생들이 10명 정도 왔어요. 나를 찾다가 늦게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만났는데, 밤도 늦었으니 자고 가라고 그랬어요.”

그는 사람들이 성전을 찾는 것만으로 보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곽 총무는 “시에서 (단군성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종교관이 다르다고 해서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오 씨는 “종교관을 떠나서 부모가 아니면 어디서 태어났습니까? 조상 없으면 태어날 수가 없잖아요”라고 되물었다.

단군성전 방문 문의) 010-5057-7045 / 063-852-2467

■ 찾아가는 방법(바로가기 클릭)

1. 자가용

호남고속도로 정읍 IC→ 도로 우측으로 직진(교회건물보임) →교회 진입로에 입구 표지판(단군성전) → 교회를 지나서 → 호남고속도로 지하도 통과 → 모촌 마을입구(느티나무 보호수) → 단군성전(마을 뒤편)

2. 대중교통

고속버스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3시간 걸린다. KTX를 탈 경우에는 용산역에서 정읍 가는 기차를 타면 2시간 20분이다. 역에서 버스는 102번을 타거나 택시를 타고 모촌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 전라북도 정읍시 하모동 모촌마을 단군성전 전경(사진=윤한주 기자)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