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가 개천절을 포함한 일부 법정공휴일을 날짜지정제에서 요일지정제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토요일 일요일을 합쳐 사흘 연휴를 보장하여 국민 휴식권을 확대하고 내수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이다.

어린이날, 현충일과 함께 개천절도 날짜의 상징성이 약하다고 본 것이다. 개천절이 과연 날짜의 상징성이 없을까?

국가에서 제작한 역사서나 기록에는 10월 3일 개천절에 대한 기록이 없으나 단군제례나 민간신앙 속에 그 전승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광복 후 지난 1962년 까지는 역사교과서에도 뚜렷이 기술되어 있었고 해마다 10월 3일에는 지금보다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치렀었다.

정영훈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학국학대학원)의 논문 ‘단기연호, 개천절 국경일, 홍익인간 교육이념’에 의하면 민간신앙을 전하는 19세기 문헌인 <무당내력>에는 “상원갑자 10월 3일에 신인 단군이 태백산에 내려와 신교를 세우고 백성을 가르쳤다. 단군이 매년 10월마다 백성들로 하여금 그 근본을 잊지 않게 하기위해 무녀를 시켜 치성을 드리게 했다.”고 날짜를 적시했다.

10월을 상달(上月)로 3이라는 숫자를 길수(吉數)로 여긴 전통과도 밀접

구한말 최남선 정인보 안재홍와 같은 국학자들은 민간에서 수확의 계절인 10월을 상달(上月)이라 하여 중시하였고 3이라는 숫자를 길수(吉數)로 여겨 신성시해온 전통 등이 개천절의 유래와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개천제례에 대한 기록은 고대에서부터 있었다. 박성수 명예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는 “우리 고유문화의 원형은 제천문화에 있다, 단재 신채호가 소도제천으로 부른 고유의 제천문화는 고조선이래 부여의 영고迎鼓, 예맥의 무천舞天, 고구려가 3월과 10월에 동맹東盟, 백제는 교천郊天이라 하고 신라에서도 10월에 제천이라 하였다. 이밖에 마한에서도 해마다 10월 3일이면 천신에게 제사 드리니 천군天君이라 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10월 3일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서 개최된 개천기념 행사.

이 전통은 고려의 팔관회로 이어졌고 유교를 국시로 내세운 조선도 초기에는 평양의 단군묘, 단군사, 구월산의 삼성사, 강화도 마니산 등에서 봄과 가을에 국가차원의 제례를 지냈다. 뒷날 3월 15일 어천절과 10월 3일 개천절로 추정된다. 이형상의 「강도지江都紙」(1696년) “조선에 들어와서 옛날 고려가 하던 대로 첨성단에서 봄과 가을에 소격서 주관 하에 초제를 지냈다.”고 하니 그 전통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사대모화사상이 주류를 이루며 소격서가 철폐되고 국가차원의 제례가 폐지되었다. 다만 고종황제 때 외세 열강의 침략야욕 속에 자주독립 의지를 세워 원구단을 다시 세워 제천을 하기도 했다.

동학운동이 일어났던 1894년 무렵에도 10월 3일(개천절)과 3월 15일(어천절: 단군왕검이 돌아가신 날)을 민간에서 기념했으며, 1904년 단군교단에서 발표한 <단군포명서>에도 10월 3일을 단군이 나라를 열고 가르침을 세운 경축일로 명시했다.

민간신앙차원을 떠나 1920년대에 들어와서 개천절이라는 이름이 더욱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일제하의 언론도 개천절 기념행사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개천절을 ‘全民的 명절’(1926. 11. 7)이라 했다.

또한 독립운동의 중심인 임시정부가 10월 3일을 대황조성탄절이자 건국기원절로 정해 공식적인 정부차원의 축하식을 거행했다. 일제는 개천절 행가가 한민족의 정체성과 독립의지를 고취시키기 때문에 단기연호와 함께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해방이 되자 대한민국 제헌국회가 단기연호를 공용연호로 제정하고 국경일에 관한 법률(제53호)을 제정할 때 개천절은 ‘국가에 경사로운 ’4일 중 하나로 정식국경일로 지정했다. 당시 10월 3일을 개천절로 지정할 때 반대여론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10월 3일을 개천절로 인식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고대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개천제례에 대한 전통이 있어왔으며 우리나라가 국조단군으로부터 기원했다는 공감대, 우리 국민이 10월 3일을 개천절로 인식한 것은 결코 짧은 시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개천(開天)은 최초의 인간 공동체인 신시를 열고 첫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시작, 즉 건국기원절을 의미한다. 바로 우리의 뿌리이자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를 기념하는 날인 개천절을 단순한 공휴일의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국민에게 바르게 알려야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논의차원에서라도 개천절을 일반 공휴일로 본 것은 크게 잘못된 것으로 분명 시정되어야 하고 오히려 기념행사를 강화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시정부에서 건국기원절로 공식적인 국경일로 기념한 개천절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