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오이디푸스' 홍보 이미지. 이미지 극단 코끼리만보
연극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오이디푸스' 홍보 이미지. 이미지 극단 코끼리만보

4월 13일부터 공연하는 연극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극단 코끼리만보, 연출 손원정)는 동아희곡상, 벽산희곡상 등을 수상한 한현주 작가의 신작으로 난민과 이주노동자 등 '경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한현주 작가는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읽어낸 '타자 수용'의 문제를 중심으로 “두려움을 이겨낸 환대는 가능한가”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가” 등 몇 가지 주제적인 질문을 무대 위 여러 인물을 통해서 그려낸다. 자신을 증명할 길을 잃어버린, ‘없는’ 자들의 나라를 만들고, 이를 통해 ‘타자 수용’의 문제를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

그리스 비극에서 묘사된 아테네에 있는 콜로노스는 신들의 땅이므로 신성하고 아름답다. 그곳은 근친상간과 부친 살해를 저지른 오이디푸스 같은 오염된 자가 감히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이 콜로노스이기를 바랄 것이다. 어떤 불경함도, 어지러움도 없는. 그래서 이방인이 그 땅에 들어서는 순간 왠지 모를 긴장을 느낀다. 일순 그를 위협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그 땅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삶을 위해서다. 새로운 꿈과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오이디푸스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콜로노스는 지금 가능할까.

연극 '출입국관리소의 오이디푸스' 포스터. 이미지 극단 코끼리맘보
연극 '출입국관리소의 오이디푸스' 포스터. 이미지 극단 코끼리맘보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시민들 앞에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함과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은 신에 의해 이미 전제되어 있던 것이므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설명하고 설득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난민과 미등록 이주 노동자는 이런 기회를 충분히 갖기가 쉽지 않다. 의혹과 의심이 전제된 수많은 질문 앞에서 몸과 마음이 쪼그라든다.

난민 심사에서 언어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통역과 번역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경우 대화는 위험해진다. 오이디푸스와 아테네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 않았다면 문제는 훨씬 복잡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설명해야 할 사람이 만약 저항의 침묵으로 버틴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아테네의 시민들은 처음에 오이디푸스의 수용을 강력하게 불허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의 말을 듣는다. 들음으로써 이해와 수용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간다. 테세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그 배경에는 아테네의 정치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오늘날 전지구적 재난과 기후위기 속에서, 혹은 분쟁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난민화될 가능성을 안고 살고 있다. ‘우리’의 땅이 언제든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되고, 때론 바다 밑으로 그 땅이 가라앉기도 하며, 언제든 살던 땅에서 추방될 수 있다. 좁게는 국가 내에서도 하나의 도시 내에서도 난민은 존재한다. 소외된 삶과 배제된 몸은, 있으되 ‘없는’ 존재가 되어 여기저기를 떠돈다.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두려움을 이겨낸 환대는 가능한가.

손원정 연출은 “난민과 이주 노동자라는 이방인. 둘의 경계는 모호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로 ‘난민화되는 삶’ 그 자체에 주목하려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출연 윤현길, 김은정, 문성복, 조성현, 최지혜, 베튤(Zunbul Betul).

연극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주체사업 선정작으로 4월 13일(토)부터 4월 21일(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