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e, 2023, Acrylics on canvas, 70x100cm. 이미지 아줄레주 갤러리
Serene, 2023, Acrylics on canvas, 70x100cm. 이미지 아줄레주 갤러리

 

스페인·이탈리아 추상표현주의 작가 비아니(Viani)는 어릴 적 베네수엘라에서 자라 숱한 사회·정치적 압력을 겪으며 불합리한 기대와 규범의 무게로부터 개인이 어떻게 해악을 초월하고 회복력을 발휘하는지를 지켜보았다. 순응의 과정 속에서 개인은 때로는 외부로부터 정해진 형태로 성형되며 고유성을 잃는 듯 보이지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저항하는 인간 정신 본연의 숭고함은 그 자체로 작가에게 큰 영감이 되었다. 정치적 위기로 피폐해진 베네수엘라을 떠나 200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정착했다. 스페인은 그에게 그림을 통한 표현의 자율성을 무제한 허용했다. 비아니의 예술은 자유와 자유를 주는 몸짓의 큰 절규이다. "예술은 나를 정치적 이념으로부터 해방하는 도구이다." 작가는 예술을 통해 그의 내면에 깊은 자유와 행복의 감정을 풀어낸다.

그의 작품은 깊은 감정을 담고 있으며, 붓질마다 사랑과 분노의 이분법을 표현한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요소들이 흑과 백이라는 그의 뚜렷한 색상 선택에 의해 드러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두꺼운 붓질이 그의 그림들의 특징이다. 그의 작업은 추상적 표현주의를 반영한다. 그가 비표현적인 형태로 색소를 강하게 사용한 것은 그의 성장과 어려운 어린 시절에 영향을 받았으며, 당시 지적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과 제한으로 얼룩졌다. 따라서 비아니의 예술적 표현은 그의 성장기에 거부되었던 자유에 대한 타협하지 않는 표현이다.

Convergence, 2023, Acrylics on canvas, 70x100cm. 이미지 아줄레주 갤러리
Convergence, 2023, Acrylics on canvas, 70x100cm. 이미지 아줄레주 갤러리

 

비아니의 작업이 한국에서는 아줄레주 갤러리가 3월 9일부터 4월 5일까지 개최하는 개인전 《Above the surface》를 통해 처음 소개된다.

아줄레주 갤러리는 “이번 《Above the surface》전은 다양한 문화적 맥락과 관점을 가진 주체 간의 유의미한 상호 작용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이국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기획하였다”고 밝혔다.

비아니의 작업에서 부채를 연상하게 하는 커다란 획과 여백의 혼재, 음과 양의 균형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유의 영역을 상기하게 한다. 붓터치에서 느껴지는 액션은 겨우내 에너지를 끌어안고 있다 봄에 터트리듯 식물처럼 표현적 자유의 억압에서 벗어난 해방의 몸짓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러한 액션이 담긴 형상을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넘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비아니의 작업에서 검은색이 도드라져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적 마케팅 수단으로 컬러가 이용되는 것을 경험한 작가는 분열의 도구로 인식되는 원색을 작품에 사용하는 대신 그것들이 한데 모인 블랙을 통해 교감과 통일을 상징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에게 결국 모든 색이 모여 블랙이 된다는 것은 타협의 의미가 아닌 다채로움을 모두 포용한 안정을 꿈꾸는 색인 것이다.

Midnight Eclipse, 2023, Acrylics on canvas, 110x140cm. 이미지 아줄레주 갤러리
Midnight Eclipse, 2023, Acrylics on canvas, 110x140cm. 이미지 아줄레주 갤러리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랑스 디자이너 스테판 롤랑(Stéphane Rolland)는 비아니 작가의 추상 표현주의에서 영감을 받아 가벼우면서도 드라마틱한 디자인을 파리 오뜨꾸뛰르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프레임의 경계를 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예술적 폭을 넓혀가는 비아니의 행보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 전시는 효과적인 경제적, 정치적, 미학적 이데올로기 전달 수단 중 하나였다. 오늘날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개개인 삶의 맥락을 수용하고 상호작용하는 장으로 작품과의 조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시공간적 의의를 담는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바이니의 작품과 교감할 기회이다.

오는 3월 9일 오후 4시 아줄레주 갤러리(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6-2)의 오프닝리셉션에서 내한한 작가와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