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 부문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작 원인진, 연출 최치언)이 오는 2월 23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시인 출신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최치언이 연출을 맡았고, 그가 이끄는 공연 단체 ‘창작집단 상상두목’이 주관/제작을 맡았다. 또한 극작을 맡은 원인진 작가는 그동안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배우다. 극작가로서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관객과 만나고 작품 속 ‘해설자’ 역을 맡아 배우로도 직접 출연한다. 출연 박세인 원인진 김란희 김덕환 이정진.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 포스터. 이미지 상상두목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 포스터. 이미지 상상두목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작가가 요절한 천재 작가 사라 케인의 <4.48 사이코시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하였으며, 작품 속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사라 케인 작품에 대한 치열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개인적 수치의 뿌리를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무지와 무관심 속에 발병된 편견, 미신, 불편함, 두려움, 혐오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극 중 조현병 확진을 받은 엄마를 둔 17세 고등학생인 ‘사라’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의 병이 유전될까 봐 두려워한다. 아빠, 엄마에게 향하는 사회적 손가락질에 괴로워하면서 자신 또한 엄마를 얼룩진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에 분열한다.

작가는 여성이자 청소년인 주인공의 미성숙한 내면과 그 흐름에서 터져 나오는 불안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정상’과 ‘증상’ 사이에서 아픈 성장을 한 사라의 고백을 통해 “낙인”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표식”을 드러냄으로써 개인의 성장과 사회 인식의 변화를 동시에 이루어낼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조현병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조현병 환자를 위한 재활치료와 제도, 조현병에 관한 올바른 인식 교육은 아직 미비하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렉처 퍼포먼스 형식으로 작품 속에 왜곡없이 담아내고자 한다.

‘렉처 퍼포먼스’를 단순하게 직역한다면 강연 같은, 혹은 강연의 형식을 가진 공연을 말한다. 나아가 렉처 퍼포먼스의 유래와 현대 공연예술에서의 쓰임을 바탕으로 그 특징을 살펴보면, 공연자가 작품 속 ‘가상’의 인물이 아닌 무대 위에 ‘실재’하는 실존의 ‘나’로서 관객과 만난다는 점이다. 이때 관객은 배우의 말(대사)을 정서가 아닌 이성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공감 이상의 깊은 사유가 가능하게 된다. 극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해설자’는 사라를 바라보는 드라마적 ‘상징’이면서 동시에 조현병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는 연극적 ‘요소’다. 전문 논문과 신문 자료 등으로 이루어진 정보성 대사는 관객의 드라마적 몰입을 방해하고 이성적 접근을 돕는다. 이러한 정서적 공감과 이성적 사유의 교차는 관객이 사라와 그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이 작용을 통해 공연을 넘어 현실에서 마주하는 정신질환자와 그의 가족에게까지 확장되길 바라며, 이 시작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의 희곡은 지문이 없는 독특한 형식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백과 섬세한 시적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연출은 ‘시도’와 ‘재시도’의 연극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극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은유와 상징의 드라마를 색다른 공연성을 가진 연극으로 완성하였다.

연극은 더 많은 이를 위로하고자 일부회차 베리어프리 공연을 제공한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접근성 전문가에게 교육 및 감수를 받고, 2월 25일(일), 27일(화), 29일(목) 총 3회에 걸쳐 개방형 자막을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