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신각 앞에서 지난해 11월 26일 매우 의미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정오부터 약 3시간 동안 국학원이 ‘기네스북 도전!! 대한민국 100만 손도장 태극기몹’ 챌린지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국학원 동료들과 함께 나 또한 새벽 5시에 일어나 행사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챙기느라 아침 8시가 넘어서야 보신각으로 출발하였다. 10시 무렵 보신각에 도착하여 챌린지 행사를 준비한 시간만 2시간 넘게 소요되었다.

고단하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손도장 태극기몹 행사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겁게 준비했다. 이윽고 손도장 태극기 찍기가 시작되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줄을 이어서 이에 적극 참여했다. 외국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서툰 영어로 행사의 의미와 태극기의 상징성을 설명해 주었다. 태극기는 인류 평화를 상징하며,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종식을 염원하고 세계평화를 위하여 이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기꺼이 손도장 태극기몹에 참여했다. 이 외국인들을 보면서 세계평화는 누구나 원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랍 출신의 미국인은 현재 전쟁 중인 중동의 이스라엘 쪽이 자신의 고향이라면서 인류 평화를 정말 간절하게 원한다고 했다.

폴란드에서 왔다는 남녀는 한국도 전쟁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폴란드도 러시아와 독일의 침공을 받아서 큰 상처를 입은 나라라면서 이러한 행사가 정말 필요하다고 했다. 두 아이와 함께 지나가던 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인류 평화의 중요함과 대한민국의 화합과 공생의 정신을 알려주려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손도장을 찍으면서 환하게 웃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힘들었던 시간은 바람에 날아가고 큰 보람을 느꼈다. 

사실 손도장 태극기몹 행사는 보신각에서 처음 한 것이 아니다. 2023년 10월 3일 개천절에 맞추어 10월 15일까지 13일간 국학원에서 개최된 K문화힐링페스티벌에 6만여 명의 회원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였다. 그 중에서 약 1만 명이 ‘손도장찍기 태극기몹’ 행사에 참여하였다. 당초 10만 명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참가자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고 행사의 의미가 ‘대한민국의 화합과 공생, 그리고 인류평화’임에 비추어 2024년까지 100만 명을 목표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행사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11일 인천의 부광중학교 학생 680명 전원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공생과 화합을 의미하는 태극과 하늘, 땅, 불, 물의 자연을 상징하는 건곤감리의 4괘, 순수함과 평화를 상징하는 흰 바탕의 의미를 알고 나서 기꺼이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작은 손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실향민 2세다. 아버지는 고향이 북한 혜산진으로 한국전쟁 당시 1ㆍ4후퇴 때 가족을 모두 북한에 두고 남쪽으로 피난 왔던 실향민이었다. 휴전 이후에 다시 고향으로 못 가고 남쪽에서 재혼하였지만 평생 고향 생각하면서 사셨다.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20여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누구보다 전쟁의 아픔과 후유증을 잘 알고 있고 평화의 중요성을 뼛속까지 체험한 세대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고 불안정하다. 하루도 쉼 없이 극한 투쟁을 일삼는 정치 상황과 경기 불황은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을 짓누르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사회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중동의 이팔 전쟁과 우크라이나와 소련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대한민국도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희생했던 역사가 있기에, 현재 벌어지는 전쟁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특히 기성세대는 걱정이 더 크다.

태극기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생, 그리고 인류의 화합, 평화를 상징한다. 세계 수백 개 국가가 각자 국기가 있지만 자연과의 조화와 우주의 평화, 화합을 주제로 한 국기는 우리나라 태극기가 유일하다. 태극기몹행사에 참여했던 한 외국인의 말대로 하루빨리 태극기의 정신인 인류 평화와 상생의 정신이 온 세계에 퍼져서 전쟁이 종식되고 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국학원이 추진하는 “100만 손도장찍기 태극기몹” 행사를 계기로 해서 국민이 모두 마음을 열어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공생과 화합에 노력하면 훨씬 더 나은 나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나라로 나아갈 것이다. 오늘도 나는 전국 100만 손도장 찍기 태극기몹 행사를 지원하느라 기쁜 마음으로 바쁘게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