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 23-100-008,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97 x 145.5cm. 이미지 갤러리조은
Flow 23-100-008,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97 x 145.5cm. 이미지 갤러리조은

갤러리조은이 성연화 작가 개인전 《Flow》를 12월 19일부터 2024년 1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작가는 본인의 가장 ‘평온’하고 ‘안온’했던 시간과 기억을 안료가 스며든 한지를 통해 특유의 따뜻하고 절제된 조형 언어로 담아낸다.

성연화 작가가 자유롭게 낙서하고 종이를 자르며 놀던 어린 시절, 모든 것이 느리고 천천히 흘러갔지만 동시에 삶은 자연스럽고 충만했다. 온기가 머무는 공간에서 어머니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따뜻하고 평온했던 감정과 향기가 몸과 마음을 ‘안온’하게 했다. 작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때의 시간과 공간의 감정을 추상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우리 앞에 다시 꺼내 놓는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손으로 일일이 한지를 향으로 태우고 파라핀 처리를 고집하는 이유도 아날로그 미학에 대한 작가의 믿음 때문일 것이다.

A Piece of the Mind 23-000-001,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7.3 x 22cm. 이미지 갤러리조은
A Piece of the Mind 23-000-001,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7.3 x 22cm. 이미지 갤러리조은

이에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디지털 시대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자아의 기억으로부터 평온함을 타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선의의 집착을 보이는 작가”라고 평한다.

성연화 작가는 한지와 안료를 주 재료로 작업한다.  가공하지 않는 거친 수제 한지를 돌로 문질러 질감을 만들어 낸다. 그 후 향(인센스)을 이용해 직사각형으로 한지를 태워 조각된 한지를 캔버스 위에 올린다. 전통 채색 기법인 ‘중색(重色)기법’에 따라 때로는 진하게 때로는 연하게 농도를 조절하며 겹겹이 안료를 쌓아 올린다. 이어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더하고 파라핀 코팅작업으로 마무리하며 동양화이지만 강한 마티에르를 만들어 낸다.

Flow 23-100-006, Flow 23-100-007,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45.5 x 33.4cm. 이미지 갤러리조은
Flow 23-100-006, Flow 23-100-007,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45.5 x 33.4cm. 이미지 갤러리조은

부드럽게 스며든 색과 파리핀으로 밀도감이 한층 깊어진 한지 위에 작가는 서예 붓의 중봉(中鋒)을 사용한 갈필(渴筆)기법으로 가늘고 긴 추상적 선을 던진다. 서법의 전통성에서 탈피한 작가만의 자유롭지만 절제된 선은 수직 수평으로 잘려진 한지의 안정적 구도와 만나며 섬세하지만 팽팽한 조형적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한 작품에 하나의 선만이 존재하는데 한번 던져지면 옮길 수도 변경할 수도 없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행위이자 정점이고, 또한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갤러리조은 전속작가로서 한남동 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는 이 전시에서 대표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따뜻한 브라운톤의 Serenity세레니티(평온)가 작가 인생에서 가장 그리운 기억의 조각을 전달한다면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또 다른 대표작 Flow플로우(흐름)는 작가의 현재를 담아낸다. 현재의 시대와 시간, 공기의 흐름을 따라 흐르는 파랑 혹은 초록의 모노크롬 수평선들이 한 단계씩 그 깊이를 더해가며 무한의 스펙트럼을 넓혀간다. 서예적 필체가 돋보이는 Identity(정체성)시리즈와 한지 조각 시리즈 Piece of Mind(마음의 조각)까지 총 4개 시리즈 60여점의 최신작들이 소품에서 대형 작품 그리고 설치 조각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평온’으로 가득 찬 아날로그적 미학을 선사할 예정이다.

A Piece of the Mind 23-000-003,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7.3 x 22cm. 이미지 갤러리조은
A Piece of the Mind 23-000-003, 2023, Hanji, mixed media on canvas, 27.3 x 22cm. 이미지 갤러리조은

대구 계명대학교 서예과 졸업하고 일본에서 현대 문자 추상서예 공부를 이어간 성연화 작가는 한지와 서예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키고 있다. 동양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 감각으로, 2019년 첫 개인전을 연 후 이번 전시까지 총 9번의 개인전에 초대되며 국내 미술계의 떠오르는 신진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 다수의 해외 그룹전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2021년 LA 아트쇼, 2022년 포커스 아트페어 파리, 아트 마이애미에서 전 작품이 모두 팔리며 외국에서도 관심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