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 장서각은 오는 11월 10일(금) 장서각 1층 강의실에서 “조선 후기 경학사 전개의 동아시아적 조명”을 주제로 ‘2023년 장서각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경학(經學)은 유교 경서(사서오경 등)의 뜻을 해석하거나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조선시대 사서오경을 심층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국립대만대학 교수 2인을 특별 초청해 한국 경학 연구를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확대·심화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미지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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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은 경상대학교 최석기 명예교수가 ‘조선후기 경학사 연구 회고와 과제’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경학사 연구의 흐름을 개관하고, 다양하게 심화되는 조선 후기 경학의 갈래와 발전 양상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이어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이시연 연구원이 '정조의 치국평천하장(治國平天下章) 이해 재고'를 주제로 군사(君師)와 문화군주로 이름이 높은 정조대왕의 학문적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조는 전통시대 학문의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의 식견을 보유했다. 이시연 연구원은 이 발표에서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관한 정조의 인식을 고찰한다. 치국평천하장(治國平天下章)는 《대학》의 한 장이다.

세 번째 발표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김백희 책임연구원이 ‘조선후기 경학자의 노자 주석: 박세당’을 주제로 박세당의 노자에 관한 신선한 해석을 소개한다. ‘반-주자학적’ 경학관을 보이는 서계 박세당의 노자 주석을 통해, 조선시대 경학 연구가들이 이단의 학문으로 매도했던 노자에 대한 인식을 고찰한다.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1629~1703)은 당시 실학파, 반주자학파로 주희의 경의(經義)에 반기를 들고 자기 나름의 주설(註說)을 통하여 경전(經典)을 해석하였기 때문에 큰 물의를 일으켜 사문난적(斯文亂賊)의 낙인찍혔다. 박세당은 당시에 이단시하던 것으로 노자(老子)의 《도덕경주(道德經註)》와 장자(莊子)의 《남화경주(南華經註)》를 남겼다.

네 번째 발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이창일 책임연구원이 ‘정약용 주역(周易) 해석의 경학사적 이해’를 주제로 조선시대 정통 주자학의 경학관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경전해석의 모범을 보여준 다산 정약용의 실학적 경학관에 입각해, 《주역》 해석의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다섯 번째로 국립대만대학 쓰젠타오(史甄陶) 교수가 ‘주자 시경 “흥(興)” 인식에 대한 호산 박문호의 수용과 변화’라는 주제로 조선 후기 최후의 경학자로 공인되는 박문호의 시경학(詩經學)을 분석한다. 이 논문은 외국학자가 바라보는 조선시대 최후의 경학자에 대한 인식의 깊이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박문호(朴文鎬, 1846~1918)는 충북 보은(報恩) 사람으로, 호는 호산(瓠山) 또는 호산(壺山)이다. 매천 황현, 김택영(金澤榮)과 교유하였고, 문장에 뛰어났다.

마지막 여섯 번째 발표는 국립대만대학 강지은 교수가 ‘조선후기 경학사 서술 재고: 20세기 동아시아 학술사의 한 국면’을 주제로 한국 경학사의 위상을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조망한다.

강 교수는 2021년에 《새로 쓰는 17세기 조선 유학사》(이혜인 번역, 푸른역사)를 저술해 조선 후기 경학사의 전모를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조명함으로써 경학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교수는 조선 유학사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조선만이 아닌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강 교수에 따르면 ‘동아시아’는 한중일이 자타의 역사를 확실히 인식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공간이며, 특히 조선 유학사는 형성 과정에서도 그리고 근대적 학문의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하던 때에도 국경을 초월하여 존재했다고 한다. 즉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천하’에 기초하여 그 ‘천하’ 속에서 자신들의 바람직한 존재 방식을 사색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천하’의 시야에서 그들의 저작을 관찰해야만 17세기 조선의 사상사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또한 19세기 말부터 식민지 시대를 거치는 시기는 동아시아 각국이 자타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때다. 조선 유학사의 의의를 찾아내는 작업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애국운동가,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식민지 지식인들은 시대적 사명감을 짊어지고 조선의 역사를 연구하며, 식민 종주국 일본의 학설에 관해 학습과 반론을 계속했다. 강 교수는 17세기 유학자들의 저작과 20세기 초 한ㆍ중ㆍ일 3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저서를 토대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11월 10일(금) 오후 1시 30분부터 장서각 1층 강의실에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