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부마항쟁을 배경으로 한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극작연출 류성, 제작 극단 경험과상상) 공연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부마항쟁은 박정희 유신독재를 종식한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으며, 이후 광주민중항쟁,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던 민주항쟁이었다. 그러나 여타의 항쟁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연극으로 형상화된 경우도 드물다.
<진숙아 사랑한다>는 1979년 부마항쟁을 배경으로 세 명의 진숙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공장노동자였던 진숙이, 다방아가씨였던 진숙이, 여대생이었던 진숙이. 그 시절 가장 흔한 이름이었던 "진숙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70년대를 드라마틱하게 조명한다.
한편 <진숙아 사랑한다>는 여성의 삶과 희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정치와 사회, 가정에 이르기까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해왔던, 그러나 여전히 조명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 시절 많은 사람이 사라졌다. 일하다가 병에 걸려 쫓겨나고, 빚을 갚기 위해 어디론가 팔려가고, 말 한마디 잘못해서 끌려가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했다. 진숙이는 그렇게 사라진 누군가의 이름이다.
류성 연출은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의 포인트를 세 가지 꼽았다.
(1) "실종"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내 곁의 사람들. 쫓겨나고 팔려 가고 잡혀가고 죽임당한 이들.
(2) "여성" 가족을 위해, 남자를 위해, 회사를 위해, 국가를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했던 여성들.
(3) "양심" 극 중 인물들은 자신에게 닥친 비극이 아니라 타인의 비극 때문에 행동한다.
항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작품이 마냥 무겁지 않다. 극 전개는 박진감이 넘치고, 장면마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다. 음악을 풍성하게 활용하여 오히려 세미 뮤지컬 장르에 가깝다. 2012년 창작 초연 이후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여러 차례 관람하는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출연 류성 이영매 한덕균 신현경 유윤주 김한봉희.
공연을 제작한 극단 경험과상상은 광장 뮤지컬 <화순1946>, 마트노동자들의 이야기 <투명인간> 등을 한국 근현대사의 숨은 인물과 서사를 건져올려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는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