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woodcut, 2023, lithographic ink on Korean paper, 120×162㎝. 사진 OCI미술관
들판woodcut, 2023, lithographic ink on Korean paper, 120×162㎝. 사진 OCI미술관

나광호 작가가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서울 OCI 미술관에서 8월 10일부터 ‘2023 OCI어게인 : 귀한 인연 나광호 《강원도감(江原圖鑑)》’ 개인전을 개최한다.

OCI미술관은 함께 해온 작가와의 인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OCI미술관을 빛낸 작가들의 근황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한다. 나광호 작가는 2012 OCI YOUNG CREATIVES, 2017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선정됐다.

바질, 상추, 브로콜리, 냉이, 2023, acrylic on arches paper, 105×140㎝. 사진 OCI미술관
바질, 상추, 브로콜리, 냉이, 2023, acrylic on arches paper, 105×140㎝. 사진 OCI미술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을 보낸 이에게 ‘구황작물’이나 ‘칡’에 대한 경험을 들어보면 잎사귀, 줄기, 뿌리 모두 우리 삶에 도움을 주고 기꺼이 내어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식물에 대한 전체적인 모습을 연상케 하는데 ‘도감’(圖鑑)과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이번 전시에 나광호 작가는 식물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고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전시하려고 한다. 작가는 크게 전통적인 세 가지 판법의 형식인 목판화, 실크스크린, 에칭으로 전시를 구성할 계획이다. 목판화는 색채를 배제하면 형태의 구체성이 부각되며 집중도를 높인다. 흑백이지만 다양한 톤을 통해 밀도를 높인다. 실크스크린은 아름다운 자연의 색채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판단된다. 에칭은 켜켜이 쌓인 밀도 높은 자연을 표현하거나 현장을 생생함 사생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전달하기에 적합하다.

금계국, 2023, silkscreen, acrylic, pencil on arches paper, 47×37㎝. 사진 OCI갤러리
금계국, 2023, silkscreen, acrylic, pencil on arches paper, 47×37㎝. 사진 OCI갤러리

나광호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강’ 주변의 ‘언덕’, ‘논밭’으로 된 ‘들’을 직접 발로 거닐며 해를 쐬고 식물을 촬영하여 수집 된 식물을 소재로 도감을 제작한다. 자연과 식물의 모습을 판화로 찍고 ‘도감’과 ‘강목’의 형식을 빌어 ‘역행과 불합리한 도감’을 제작하고 식물과 관련된 개인의 경험, 삶, 관점, 이야기, 구전, 설화, 전설을 식물에 담아 설명하는 것이 내 작업이 위치하고자 하는 좌표이자 층위이길 원한다.”

산딸기, 2023, silkscreen, acrylic, pencil on arches paper, 47×37㎝.  사진 OCI미술관
산딸기, 2023, silkscreen, acrylic, pencil on arches paper, 47×37㎝. 사진 OCI미술관

이렇게 도감을 제작하는 행위를 작가는 ‘가장 쓸데없음’이라 여긴다.

“‘가장 쓸데없음’, 무엇이든 앱으로 이미지를 검색하면 세세하게 자연, 식물에 대한 사진과 설명, 연관 검색까지 나열되는 오늘날 도감을 제작한다는 것은 어쩌면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탈출할 작은 배에 자신들의 탈 자리가 없자 생존을 포기하고 마지막까지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연주자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쓸데없음’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어쩌면 예술의 역할이자 예술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쓸데없어 보이는 소재와 태도로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려고 한다.”

접시꽃, 2023, silkscreen, acrylic, pencil on arches paper, 47×37㎝. 사진 OCI갤러리
접시꽃, 2023, silkscreen, acrylic, pencil on arches paper, 47×37㎝. 사진 OCI갤러리

나광호 작가는 프로젝트와 작업의 과정은 비효율적, 불합리한 역행, 시대착오적, 가장 쓸데없음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입장과 경험에 따라 각자의 현실을 바라보고 각자의 세계를 구축한 흔하디흔한 식물을 새로 발견하거나 걸음을 멈추고 오랜 시간 머물며 밀도 높은 오랜 시간 제작된 작품을 통해 느리게 관찰하고 오랜 시간 머무르며 보게 할 것이다.

작가는 역행, 시대착오적, 비합리성과 비효율성, 구전, 설화, 전설, 미신, 관점, 기억에 기대어 칡나무의 잎사귀, 줄기, 뿌리 모두 식재료로 내어주었다던 전체적인 식물의 모습을 선을 이용한 섬세한 표현을 통해 전통적인 판화로 제작하려고 한다. 강목[綱目]의 형식적 태도를 따르되 작품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반대적인 관점의 도감을 제작하는 것이다.

참나물, 취나물, 머위, 조선배추, 2023, woodcut, lithographic ink on Korean paper, 110×165㎝. 사진 OCI미술관
참나물, 취나물, 머위, 조선배추, 2023, woodcut, lithographic ink on Korean paper, 110×165㎝. 사진 OCI미술관

“내 작업의 최종목표는 그림을 모아 도감[圖鑑]을 제작하는 것이다. 전시와 출판은 미술을 낮은 문턱으로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전문가 혹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목판화, 실크스크린, 드라이포인트로 제작 된 세 가지 판법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미감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나광호 작가 ‘작업노트’)

'2023 OCI어게인 : 귀한 인연 나광호 《강원도감》전'은 9월 9일까지 OCI갤러리(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에서 관람할 수 있다.

2023 OCI어게인 : 귀한 인연 나광호 '강원도감'전 포스터, 이미지 OCI미술관
2023 OCI어게인 : 귀한 인연 나광호 '강원도감'전 포스터, 이미지 OCI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