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하룻밤 한옥스테이를 체험한 전남 곡성 기차마을 앞 한옥펜션.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5월 하룻밤 한옥스테이를 체험한 전남 곡성 기차마을 앞 한옥펜션. 사진 강나리 기자.

버선코를 닮은 지붕 처마선과 바람결에 소리나는 풍경風磬, 마당 한켠 소담한 꽃밭과 텃밭, 햇볕 가득 머금은 이불이 널린 빨랫줄, 우리 온돌 특유의 온기를 품은 한옥에서 하룻밤은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모두 모은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아름다움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국인 특유의 성정이 엿보이는 한옥에서 오롯이 쉬는 한옥스테이는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다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tvN 예능 ‘윤스테이’(연출 나영석, 김세희)가 전남 구례 쌍산재를 배경으로 방영되면서 한옥스테이에 대한 로망을 국내외에 널리 퍼트렸다.

2021년 1월~4월 방영된 tvN 힐링예능 '윤스테이'. 사진 예능 '윤스테이' 누리집.
2021년 1월~4월 방영된 tvN 힐링예능 '윤스테이'. 사진 예능 '윤스테이' 누리집.
tvN 예능 '윤스테이'가 진행된 전남 구례 쌍산재 고택. 사진 쌍산재 누리집.
tvN 예능 '윤스테이'가 진행된 전남 구례 쌍산재 고택. 사진 쌍산재 누리집.

지금은 K-무비, K-드라마의 주역으로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배우 윤여정과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이 출연해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방문한 외국인에게 진심을 다해 한국의 맛과 여유를 전했다. 국내외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깊은 세월과 정감이 살아있는 한옥에서 건강하고 정갈한 한식을 맛보는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한옥에서 머무는 것이 불편함이 아니라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한옥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고 쌍산재와 같은 고택에서 머무는 고택스테이를 비롯해 한옥 호텔, 한옥 펜션 그리고 한옥 게스트하우스 등 형태도 다양하다. 한국의 의식주와 예술을 체험하는 높은 퀄리티의 코스뿐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 나홀로 여행하는 이들이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곳도 있다.

한옥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게스트하우스. 서울 도심 종로한옥 궁게스트하우스. 사진 궁게스트하우스 누리집.
한옥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게스트하우스. 서울 도심 종로한옥 궁게스트하우스. 사진 궁게스트하우스 누리집.

지난 5월에 섬진강 따라 칙칙폭폭 기차가 달리던 옛 곡성역이 있는 기차마을 앞 한옥 펜션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곡성터미널, 곡성역과 가까워 도보로 25분 거리로 농촌체험 휴양마을 내에 여러 채의 한옥 숙소가 있었다.

이곳은 옷갓마을로 불리는데 마을의 형세가 옷衣과 갓冠과 닮았다고도 하고 의관을 차려입은 양반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라는 데서 연유했다고도 한다. 마을 안과 주위에 고인돌이 산재해 있다고 하니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이 장구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전남 곡성 기차마을 앞 창동 농촌체험 마을 내 한옥 펜션. 사진 강나리 기자.
전남 곡성 기차마을 앞 창동 농촌체험 마을 내 한옥 펜션. 사진 강나리 기자.

평일 오후, 곡성 함허정과 청송 심씨 종갓집 제호정을 둘러보고 도착하니 초록빛 잔디를 심은 넓은 이웃 마당에는 강아지가 졸고 있고, 마당 한켠 꽃밭에는 부는 바람에 바람개비가 한가로이 돌고 있었다.

소담한 장독대와 정자,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고, 집 뒤편 의자에 앉으면 한창 무성하게 벼가 자라는 논이 펼쳐지고 멀리 연이은 산들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이웃 마당에서 졸고 있는 강아지가 한가로운 여유를 느끼게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이웃 마당에서 졸고 있는 강아지가 한가로운 여유를 느끼게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마당 한 켠 장독대와 작은 꽃밭, 바람개비가 정겹다.
마당 한 켠 장독대와 작은 꽃밭, 바람개비가 정겹다.

원룸 형태의 온돌방에는 작은 부엌에 조리도구와 식기들, 냉장고가 있어 간단히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어 편리했다. 아울러 곡성 시내와 가까워 곡성 시내를 휘도는 섬진강 지류를 따라 향토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한밤중 방문을 여니 작은 등이 달린 한옥의 날렵한 지붕선 너머로 달빛이 밝고 고요한 가운데 봄밤 시원한 바람결에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실려 왔다.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는 산허리 아래 펼쳐진 너른 논과 밭. 사진 강나리 기자.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는 산허리 아래 펼쳐진 너른 논과 밭. 사진 강나리 기자.

이른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방안으로 들어와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 산책을 나갔다. 산허리를 감싼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마을 어느 집에서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 밥을 짓는 냄새가 퍼졌다. 길가에는 장미꽃이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고, 길을 건너니 세계장미축제기간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찾는 기차마을이었다.

곡성 기차마을 옛 곡성역 맞은편. 사진 강나리 기자.
곡성 기차마을 옛 곡성역 맞은편. 사진 강나리 기자.
곡성 기차마을 길가 벽화. 사진 강나리 기자.
곡성 기차마을 길가 벽화. 사진 강나리 기자.

옛 곡성역 주변으로 곡성에서 촬영된 영화과 이곳 마을 주민의 옛 시절 추억을 담은 사진들이 빼곡한 벽화가 있다. 돌사진, 학교 운동회와 졸업식, 마을잔치를 담은 정겨운 사진 곁에 쓰인 “사람은 내 것이 아니지만 기억은 내 것이기에 그 시절이 소중할 뿐이다”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마을 주민들의 추억을 담은 사진들이 모자이크처럼 빼곡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마을 주민들의 추억을 담은 사진들이 모자이크처럼 빼곡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주인장이 갓 씻은 방울토마토와 과자, 커피를 내놓았다. 조식이 없는데 먼 길을 떠나는 객을 위해 전하는 정情이었다. 햇살 가득한 정원 탁자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과 간식이 한껏 여유로움을 느끼게 했다.

홀로 지방을 여행할 때 숙소가 항상 염려된다. 낯선 호텔이나 모텔보다 한옥에 머물고 싶은데 1박에 15~30만 원이 넘는 경우 부담이 된다. 10만 원이 안 되는 숙박비로 자연 속 한옥의 매력을 누릴 수 있던 한옥스테이는 여행자에게 기쁨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월 2일부터 30일까지 지역의 숙박업소 예약시 할인혜택을 주는 '대한민국 숙박세일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월 2일부터 30일까지 지역의 숙박업소 예약시 할인혜택을 주는 '대한민국 숙박세일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한편,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월은 여행가는 달’ 행사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숙박세일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6월 2일부터 6월 30일 전국의 숙소를 예약하면 6월 2일~7월 14일까지 입실시 3만 원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에서 할인권을 받으면 강원, 경기, 경남, 경북, 대구, 대전, 부산, 인천, 전남, 전북, 충남, 충북 소재의 숙박업소에 머물 때 사용할 수 있다. 사용처는 관광진흥법, 공중위생관리법에 등록된 국내 숙박업소로 대실이나, 캠핑시설, 외국인도시민박업은 제외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1인 1매 선착순으로 할인권이 지급되며 발급 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사용기간이 지나 할인권이 만료된 경우 행사 기간 중 매일 오전 10시부터 할인권을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싱그러운 초여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연에 기대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 삶이 뭍어나는 한옥에서 머무는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