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가 라이브필름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장르로 관객과 만난다. 2022년 브런치ⅹ밀리의 서재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에서 무려 130: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르포르타주를 극화했다.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는 스무살 무렵의 최영우가 대일항쟁기 일본군 포로감시원으로 참전하여 겪었던 실화를 적은 그의 육필원고를 외손자가 발견하면서 종이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최영우는 1923년 전북 남원 서도리에서 태어났다. 전주공업전수학교를 졸업하고 1942년 스무 살이 되던 해에 포로감시원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해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여러 수용소에서 근무했다. 종전 후 전범 용의자가 되어 싱가포르 창이 형무소, 자카르타 치피낭 형무소에서 복역하고 1947년 9월 히로시마를 거쳐 한국으로 귀국했다. 생전에 틈틈이 포로감시원 시절을 기록으로 남겼다.  2002년 작고했다.

연극 "1923년 조선인 최영우" 이미지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
연극 "1923년 조선인 최영우" 이미지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는 원작의 내용 중 주인공 최영우가 전쟁 종료 후 연합군 사령부에 의해 전범수용소에 수감되어 전범 재판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라이브필름 퍼포먼스라는 공연 형식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극 중 최영우의 직책인 포로감시원은 아직까지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강제동원 피해자 중 하나로, 작품은 당시 최영우가 겪어야 했던 고뇌와 후회, 체념을 통해 참담한 역사의 파도 속에서 그 어떤 이름도 남길 수 없었던 무명의 조선인 청년들을 조명한다.  극은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버린 그들이 느꼈을 억울하고 복잡한 심경에 공감하며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의 제작을 맡은 극단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는 이머시브 시어터를 비롯한 장소 특정형, 관객 참여형 연극 등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 작품을 창작하는 단체로, 이번에는 실감콘텐츠 개발 전문 프로덕션이자 영화제작사인 ㈜파란오이와 합작해 ‘라이브필름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형식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라이브필름 퍼포먼스’는 연극과 영화가 융합된 하이브리드 장르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관객이 관람하는 기존 공연의 형식과 이들의 모습이 사전 콘티와 편집을 통해 실시간 재구성되어 스크린으로 구현되는 영화 형식이 결합된 방식이다. 관객은 무대에서 구현된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극중 인물들이 처한 시대 상황과 복잡하고 불편한 상황을 더욱 풍부하게 상상하고, 또한 스크린을 통해서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연기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영화와 연극의 특성을 모두 지녀야 하는 장르의 특성상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하는 배우들이 참여해 ‘라이브필름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책임진다. 연극 <키스>, <빵야>,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우스트> 등 다수의 굵직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세환이 ‘최영우’ 역을 맡았다. 2023년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김세환은 주인공 ‘최영우’ 역과 더불어 그의 외손자 ‘이경현’ 역을 함께 맡아 섬세한 감정연기를 통해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 예정이다. 

최영우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같은 포로감시원인 ‘병춘’ 역은 연극 <닭쿠우스>, <조치원 새가 이르는 곳>, <환상회향> 등 꾸준히 무대에서 활약하는 이정주가 연기한다.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태풍이 오던 날>의 고훈목은 네덜란드의 군인이자 포로인 <아드리안 하사> 역을 맡았다. 그 외에 단원들도 함께한다. 포로수용소의 최고 명령권자인 ‘기무라’ 역에는 <림보>, <그루셰>의 조한이, 최영우의 여동생 ‘경숙’ 역에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임지영이 이름을 올렸다. 

마치 영화 촬영장을 방문하는 듯한 독특한 체험을 구현하는 라이브필름 퍼포먼스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는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