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베니스 인 서울이 2월 16일 오후 7시 30분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막식을 열고 11일간의 영화축제에 들어갔다. "베니스 인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국제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의 최신 상영작을 서울에서 상영하는 영화제이다. 제11회 베니스 인 서울은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베니스비엔날레,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함께 2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국 작품들은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는 멀고 이질적인 문화의 산물일지라도 폭넓은 관객층, 특히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작품들은 어떤 언어로 되어 있든, 모든 사람이 그 속에서 자신의 문화를 인식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한결같은 이탈리아 문화원의 관대하고 효율적인 협력으로 실현되어 온 ‘베니스 인 서울’영화제의 제11회를 선보이게 된 것을 각별히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최근 몇 년 간 이탈리아 문화와 한국 문화 간의 교류를 공고히 한 담대한 사업으로,아시아의 누벨바그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있어서 초기부터 기여한, 뉴 코리안 시네마와 베니스 국제영화제 사이의 20년 넘는 강한 유대관계에서 출발한 것이다”고 말했다.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미켈라 린다 마그리 문화원장은 16일 열린 개막식에 참석하여 “‘베니스 인 서울’영화제는 이미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이탈리아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높이 평가되는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의 유서 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면서 “금년에 ‘베니스 인 서울’영화제는 신작 및 고전 영화들을 통해 한국 영화 애호가들에게 종교적 신앙이나 세대 차이 등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제시한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의 관객에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온갖 모순과 편견 및 어려움이 내재한 이탈리아 사회의 가장 내밀한 모습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베니스 인 서울’은 개막작인 <키아라>(수산나 니키아렐리, 2022)와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테오레마>(1968)를 포함해 모두 8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13세기 실존했던 성녀 클라라의 삶을 그린 <키아라>(수산나 니키아렐리, 2022) 는 여성 주인공의 시선으로 시대를 넘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른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긴다. 실제 인물의 삶을 극화한 <개미 대왕>은 성소수자의 행복해질 권리와 예술의 자유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모니카>(안드레아 팔라오로, 2022)는 조금은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를 살펴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아름다운 작품이다. <가뭄>(파올로 비르치, 2022)은 비가 오지 않는 가상의 로마를 배경으로 인간군상의 욕망을 묘사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는 강렬한 작품이다. IS 활동가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기록해 많은 주목을 받은 다큐멘터리 <매치메이커>(베네데타 아르젠테리, 2022)는 민감한 소재 속에서도 ‘지구촌’의 커다란 상처인 민족 간 갈등과 여성 인권의 문제를 과감하게 다룬다. 이처럼 올해 상영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살펴보고 근심하는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베니스 클래식 섹션에서도 주목할 작품을 볼 수 있다.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테오레마>는 파솔리니의 문제작 중 한 편으로 부르주아 중산층의 위선적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감독의 세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중 한 편이다. 파격적인 전개 속에 60년대 소비 사회의 위기, 부르주아의 공허, 청년의 방황 등의 문제를 성찰하게 한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루치아노 살체(1922~1989)는 서른 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하고 예순 편이 넘는 작품에 배우로 출연한 정열적인 영화인으로, 파시즘과 계급 격차 같은 이탈리아 사회의 갈등과 그림자를 코믹한 연출로 풀어낸 창작자이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영하는 <미친 욕망>(1962) 역시 우고 토냐치의 명연기와 함께 중산층 남성의 욕망을 우스꽝스럽고 씁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세르지오 레오네: 미국을 발명한 이탈리아인>(프란체스코 치펠, 2022)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매혹적인 작품에 보내는 후배 영화인들의 존경이 담긴 작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엔니오 모리꼬네 등 거장들이 세르지오 레오네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곽용수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이사장은 “올해 열리는 “2023 베니스 인 서울”에는 현재 사회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힘을 합쳐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품이 많다”며 “개막작인 <키아라>을 포함해 보편적 인권의 문제와 연대의 가치를 되새기는 이탈리아의 영화들은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클래식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의 고전인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테오레마>(1968)와 루치아노 살체의 <미친 욕망>(1962) 역시 계급과 세대 등 60년대 당시의 사회적 단절이란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묘사한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2023 베니스 인 서울’에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이탈리아의 고전과 동시대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며 내일의 희망을 위한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철 평론가와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는 각각 <개미 대왕>과 <테오레마>에 관한 시네토크를 진행한다. 이용철 평론가는 2월 18일 오후 4시 <테오레마> 상영 후 ‘파솔리니의 사막과 기적의 표상’을 주제로 시네토크를 진행한다. 2월 19일 오후 3시 40분 <개미 마왕> 상영 후 ‘지안니 아메릴오가 걸어온 길과, 옷장 속의사람들’을 주제로 시네토크를 진행한다.
또한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와 <다음 소희>를 2월 14일, 18일, 21일, 28일 특별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