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을사늑약 무효를 주장하며 한국의 독립과 언론 자유를 위해 투신한 영국 언론인 어니스트 토마스 베델(Emest Thomas Bethell).

한국 이름 ‘배설’로 불리던 베델 선생의 출생지 영국 브리스톨시에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해외독립운동가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고 6일 국가보훈처가 발표했다. 올해 한‧영 수교 140주년이자 정전 70주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오른쪽)은 지난 4일(영국 현지시간) 베델 선생의 손자 토마스 오웬 베델(왼쪽) 씨에게 2022년 우정사업본부에서 발행한 '베델' 기념우표집을 선물했다. 이 자리에서 박민식 처장은 베델 선생 동상 건립 추진을 전했다.  사진 국가보훈처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오른쪽)은 지난 4일(영국 현지시간) 베델 선생의 손자 토마스 오웬 베델(왼쪽) 씨에게 2022년 우정사업본부에서 발행한 '베델' 기념우표집을 선물했다. 이 자리에서 박민식 처장은 베델 선생 동상 건립 추진을 전했다. 사진 국가보훈처

영국을 방문한 박민식 보훈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베델 선생의 손자 토마스 오웬 베델을 만난 자리에서 동상 추진 의사를 밝혔다.

손자 오웬 베델은 “대한민국은 우리가 찾지 못한 생가를 직접 확인하고, 표지판 작업에 이어 동상 건립까지 추진한다. 과거의 인연을 소중히 하는 참으로 대단한 나라”라며 직접 방문해 동상 건립 추진 소식을 전한 것에 감사를 표했다.

정부는 베델 선생에게 훈장을 수여하고자 1968년 7월 영국 ‘더타임즈’에 연고자를 찾는 광고를 내서 후손인 며느리 도로시 메리 베델과 손녀 수전 제인, 손자 토마스 오웬(당시 9세)를 찾았다. 그해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되었고 후손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있었다.

최근 보훈처는 외교부 주영국대사관과 공동으로 조사 활동을 펼쳐 베델 선생의 생가를 확인하고 브리스톨시와 표지판 설치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영국에 베델 선생의 동상이 건립되면 해외독립운동가 동상 건립으로는 영국에서 첫 사례가 되며, 전 세계에서는 두 번째 사례이다. 첫 번째는 세브란스 의학 전문학교에 세균학과 위생학을 가르치러 온 교수이자 선교사로 3.1운동을 적극 도운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의 동상을 지난 2008년 캐나다 토론토에 건립된 것이다.

베델 선생은 1904년 러일전쟁 당시 ‘데일리메일’ 특파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같은 해 7월 그는 양기탁 선생과 함께 〈대한매일신보(현 서울신문)〉를 창간했다. 이때, 그가 15세 때부터 일본에 건너가 사업해 모은 재산 대부분을 쏟아 부었다.

일본인 검열관의 사전 검열을 피하기 위해 발행인이 되었고, 이후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고종의 친서를 〈대한매일신보〉와 ‘런던 트리뷴’지에 게재하는 등 일본의 침략행위를 국내외에 폭로하는 항일운동을 벌였다.

일본은 베델 선생을 추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주일영국공사에게 협력을 구하고 주한 영국총영사에게 처벌을 요구했으나 추방에 실패하자, 1908년 5월 〈대한매일신보〉 기사와 논설이 일본인 배척을 선동한다고 영국상해고등법원에 제소했다. 이때 베델 선생은 유죄판결을 받고 상해로 호송되어 3주간 금고생활을 했다.

그해 7월 서울로 돌아온 그는 〈대한매일신보〉를 비서인 A.W. 만함에게 넘기고 항일언론활동을 계속하다 1909년 5월 심장병으로 사망,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되어 올해로 순국 114주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