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 문제를 다룬 연극 "뇌 까리다-젠더탐구"가 서울 신촌극장PLOTDPTJ  12월 14일부터 18일까지 공연된다. [사진 뇌 까리다-젠더탐구팀]
젠더갈등 문제를 다룬 연극 "뇌 까리다-젠더탐구"가 서울 신촌극장PLOTDPTJ 12월 14일부터 18일까지 공연된다. [사진 뇌 까리다-젠더탐구팀]

뇌 과학으로 정밀한 젠더분류법을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

연극 〈뇌 까리다-젠더탐구〉(작/연출 이지영)가 12월 14일부터 서울 신촌극장PLOT의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은 뇌과학과 젠더에 대한 탐구를 기반한 연극으로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여 제작되고 있다. 초연 이후 다시 한 번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재연을 목표로 하는 공연이다.

연극의 무대는 2050년. 젠더 갈등이 심화되어 젠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역사상 처음으로 퀴어 대통령이 당선된다. 퀴어 대통령인 메디아는 취임사에서 젠더리스 사회를 곧 구현해 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가장 젠더 갈등이 심각했던 곳들 중 하나인 엘리시온에서 새로운 정책이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엘리시온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뇌의 발달 정도와 특성, 시상하부의 패턴, 뇌 호르몬 수치, 신체적 역량, 커넥톰 등을 종합해서 12가지 유형의 젠더 중 하나의 유형을 부여받는다. 즉 자신의 뇌가 가진 개별적 특수성들을 반영한 조립형 젠더를 부여받는 것이다. 또한 직업 역시 그 젠더 유형 안에서 다시 선택해야만 한다.

시행 첫 한 달, 각자 새롭게 얻게 된 젠더에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고, 젠더 유형에 따른 직업 변화의 시기를 겪는다. 모든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전 대통령 크레온은 몇몇 시민들에게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를 감지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뇌 검사를 최종적으로 관장하는 저명한 뇌 과학자인 이아손에게 접근한다.

연극
연극 "뇌 까리다-젠더탐구"는 뇌과학과 젠더에 대한 탐구를 기반한 연극으로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여 제작되고 있다. [사진 뇌까리다-젠더탐구팀]

이지영 연출은 “이 공연에서 그리스 비극 <메디아>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상징성, 개별적 특성을 그대로 차용했다”며 “그리스 비극 중 이 희곡만큼 여성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진 작품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민족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 놓였던 2500년 전 메디아의 선택과 2050년 퀴어 대통령임을 자처하는 메디아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 또한 이 공연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지영 연출은 “젠더는 우리가 여성과 남성으로 사회화 되어가며 갖는 하나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젠더와 직업 역시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극에서 메디아와 이아손이 젠더유형에 따른 직업군의 분류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관성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라고 소개했다.

본질적인 성차의 존재 유무에 관해 이지영 연출은 “‘성차’에 관해 학계별로 입장별로 아주 상이한 의견들이 있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성차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그 역시 학습에 의한 후천적 차이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뇌과학자들은 본질적 성차는 존재하며 특정 이데올로기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상식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물론 과학자들의 이론과 연구 결과는 학계 내에서도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러한 지점들을 극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시도해 보았다. 뇌과학, 성차, 젠더 이러한 단어들이 무겁지 않게 녹아있는 이 공연을 보면서 관객이 자신의 기존 생각을 즐겁게 반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출연은 남선희, 모형주, 민병욱, 이민지, 이지구, 이태하, 정연심, 허유미.

연극 <뇌 까리다-젠더탐구>는 202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작으로 12월 14일부터 12월 18일까지 서울 신촌PLOT 극장(구 신촌 1M 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8시, 주말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