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된 '2022년 여성체육활동 지원 국학기공 교실' 수업에 참여한 유미숙 씨(왼쪽)는 "국학기공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심신수련의 최고"라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경남 창원시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된 '2022년 여성체육활동 지원 국학기공 교실' 수업에 참여한 유미숙 씨(왼쪽)는 "국학기공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심신수련의 최고"라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생애주기별로 여성의 몸은 크게 변화한다. 그중 몸과 마음의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는 시기가 바로 갱년기이다. 몸 곳곳에서 오는 불편한 신호에 “내가 늙는구나”라고 노화를 알아차리면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지난 11월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만난 유미숙(50) 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40세부터 갱년기를 예방할 건강식품도 챙겨 먹고 헬스도 꾸준히 하면서 준비했다고 한다.

“저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식단도 건강하게 바꾸면서 건강 관련 책도 많이 보고 운동을 많이 하면서 대비했죠. 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건 막을 수 없더군요. 예민해져서 남편과 딸에게 툭 한마디 내뱉고는 왜 그랬을까 바로 후회하곤 했어요.”

갱년기를 맞은 주변의 지인들은 증상이 더욱 심했다고 한다. “몸이 많이 아픈데 병원에 가면 병명도 안 나온다고 해요. 주위에서 화를 벌컥 냈다가 괜찮았다가 하는 일이 많으니 저도 덩달아 영향을 받죠.”

유미숙 씨는 지난 9월부터 창원시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2022년 여성체육활동지원 국학기공 교실’에서 전통스포츠를 배웠다. 40~60대 여성들이 참가해 20회 국학기공 수업을 하면서 쾌활한 본래 모습을 되찾았고, 피곤함에 지치기보다 하루종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유미숙 씨는 국학기공 수련으로
유미숙 씨는 국학기공 수련으로 "갱년기 극복은 물론 자신에 대한 당당함을 되찾은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라고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처음에 아랫배를 당겼다 밀었다 하는 장운동을 하는데 내 몸인데도 말을 듣지 않더니 지금은 내 의지대로 잘 움직여요.(하하) 아침에 일어나면 국학기공 교실에서 배운 걸 30분 정도 하고 일어나는데 장운동을 하면 바로 시원한 쾌변을 하니 잘 빠지지 않던 체중도 2.5kg정도 빠져 몸이 가볍고 기분도 상쾌합니다.”

그는 국학기공을 수련하면서 비로소 생각이 비워지는 상태를 체험했다고 한다. “불멍, 물멍 이란 말이 있잖아요. 생각을 비우려고 뒷산에 가서 멍하니 있어도 생각이 끊이지 않았는데 수련 때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 안정돼요. 한번은 누워서 수련을 하다 2~3분 잠시 잠들었는데 어느 때보다 푹 자고 일어난 느낌이어서 너무나 행복했어요.”

유미숙 씨는 5년 전부터 머리가 맑지 않은 느낌이 들어 병원에서 MRI와 혈관CT 등 검사를 하고 마사지도 받았다고 한다. “국학기공 수련을 하면서 요즘 확실히 제 머릿속이 맑아진 걸 느껴요.”

경난 창원시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여성체육활동지원 국학기공 교실 수업. 사진 위순필 국학기공 강사 제공
경난 창원시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여성체육활동지원 국학기공 교실 수업. 사진 위순필 국학기공 강사 제공

그가 국학기공 수련에서 얻은 가장 큰 기쁨은 ‘당당함’이라고 했다. “명상할 때나 수련을 마치면서 강사님을 따라 자신에게 ‘사랑스럽다. 예쁘다, 소중하다’라고 매번 해주는 말이 어느새 스며들어 자존감을 높여주더군요. 저도 모르게 웅크렸던 가슴을 쫙 펴고 어디가도 ‘나는 유미숙이다’라는 당당함이 생겼어요.”

유미숙 씨를 지도한 위순필 국학기공 강사는 “50대 이상 되는 여성분들이 자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고 자신을 보듬는 것이 익숙지 않고 자기 몸 돌보는 습관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초라함을 느끼시죠”라며 “수련할 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호흡하며 감정을 녹여내도록 합니다”라고 했다.

위 강사는 “국학기공의 바탕은 선도의 심신수련입니다. 기마자세를 하면 기운이 안정적으로 내려가죠. 동작과 마음과 연결되어 있어요. 생각을 그쳐 원래의 나, 밝은 나를 회복하는 게 수련의 핵심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2022년 여성체육활동 지원 국학기공 교실' 지도를 한 위순필 강사(왼쪽)와 유미숙 씨. 사진 강나리 기자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2022년 여성체육활동 지원 국학기공 교실' 지도를 한 위순필 강사(왼쪽)와 유미숙 씨. 사진 강나리 기자

그래서 국학기공 교실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내 맘을 알아준 사람이 없었다”라며 울기도 했단다. 유미숙 씨는 “국학기공 수련도 좋은데 강사님이 해주는 말이 힘이 됩니다. 늘 ‘자기 몸과 상의하세요. 비교하지 마세요’라고 하니 무릎이 아픈 언니도 다 잘 따라 하죠”라고 했다.

유미숙 씨는 “요즘은 몸이 아니라 마음, 멘탈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한 걸 많이 느껴요. 주변에서도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많이 보고요. 전에는 딸의 장래가 걱정돼 마음 속으로 안달했어요. 이제는 마음이 너그러워지니 건강하면 된다는 마음이죠”라고 했다.

그는 “국학기공이야말로 심신수련의 최고”라며 “헬스를 하면 몸은 좋아지지만 마음이 허전하니 수다를 많이 떨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헬스장에서도 고관절 돌리기, 단전치기, 장운동을 하고 있으면 주변 할머님들이 ‘나도 좀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동네에서 건강 문제는 제게 많이 물어보세요. 얼마 전 시댁에 묘제 때문에 갔는데 모두 모이라고 해서 접시돌리기 체조를 가르쳐 주었는데 너무나 좋아하시더라고요”라고 쾌활한 웃음을 터트렸다.

경남 창원시 의창평생학습센터에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20회차로 진행된 여성체육활동지원 국학기공 교실’은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국학기공협회가 주관하여 생애주기별 여성 대상으로 생활체육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