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0월 상달과 대차대조표
음력 10월 상달과 대차대조표
  • 이화영 계산공고 교사
  • k-spirit@naver.com
  • 승인 2021-10-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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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화영 (계산공고 교사)

올해는 양력 11월 7일이 24절기로 입동(立冬)이자 음력으로 10월 3일, 음력 개천절입니다. 1949년에 개천절을 음력 10월 3일에서 양력 10월 3일로 변경하기 전에는 음력 10월 3일이 개천절이었습니다. 개천절이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부터 우리 한민족은 음력 10월을 상달(上月)이라고 부르고 시월이면 제천의식(祭天儀式)을 거행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고구려의 동맹(東盟), 동예의 무천(舞天)과 마한의 제천(祭天)이 모두 시월에 있었고 고려의 팔관재(八關齋)도 시월 보름에 거행했습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상달은 10월을 말하고, 1년 농사가 마무리되고, 오곡백과를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고,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달로,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로 여겨 상달이다”라고 했습니다. 상달의 상(上)이란 ‘위’를 뜻하기도 하지만 신성함, 최고를 의미하며, 인간과 신이 함께 즐기기 좋은 으뜸가는 달로 여겨 상달이라 한 것입니다.

이화영 교사(계산공고)
이화영 교사(계산공고)

숫자로만 보면 12월이 상달로 정해져야 맞을 것 같으나 상달은 숫자상으로 가장 높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농사가 다 끝나가고 가을 과실 역시 무르익어 거둬들이므로 일년 중에서 가장 풍요로운 때이므로 가장 좋은 달이라는 의미로 상달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10월의 숫자 10은 완성의 의미도 있습니다. 십이지지(十二地支)를 보면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해(亥)가 마지막입니다. 음력 1월이 인(寅)월, 2월 묘(卯)월, 3월 진(辰)월, 4월 사(巳)월, 5월 오(午)월, 6월 미(未)월, 7월 신(申)월, 8월 유(酉)월, 9월 술(戌)월, 10월이 해(亥)월로 십이지지 마지막 월입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사계절 순환의 시작이 봄이 아니고 겨울입니다. 그리고 마침도 겨울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한 겨울인 음력 11월이 순환의 시작인 자(子)월이고 순환이 끝나는 해(亥)월이 겨울이 시작되는 10월이 되는 것입니다. 자연의 생명현상이 마무리되는 겨울이 순환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동아시아의 순환적 관점은 서양의 시작과 끝이 있다는 직선적 관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에서 시작되어 하나로 끝난다는 우리 민족의 경전 천부경의 “일시무시일, 일종무종일”과 같습니다.

행촌 이암 선생의 <단군세기>를 보면 “배달 신시 개천 1565(단기 원년, BC 2333)년 10월(上月) 3일에, 신인왕검께서 오가(五加)의 우두머리로서 무리 8백명을 거느리고 단목 터에 와서 백성과 더불어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지내셨다(至開天千五百六十五年上月三日하야 有神人王儉者가 五加之魁로 率徒八百하시고 來御于檀木之墟하사 與衆으로 奉祭于三神하시니)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것은 고조선 건국 1565년 전에 환웅천왕이 홍익인간 이화세계 이념으로 신시 개천을 했고 B.C. 2333년 10월3일에 단군왕검이 이를 계승하여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건국이념으로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개천절은 환웅천왕의 개천절이면서 단군왕검의 개국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태백일사] <신시본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10월을 상달로 삼으시니 이것이 한해의 처음이 되었다”(以十月로 上月하시니 是謂歲首오) 즉 배달 신시시대부터 음력 10월을 한 해의 첫머리로 삼아 상달(上月)이라 하였다는 것은 음력 10월이 한 해의 시작으로 음력 10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가 우리 민족의 설 명절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의 설날이 음력 1월 1일이고 음력 1월 15일이 정월대보름으로 음력 1월 1일부터 1월 15일까지 설 명절기간인 것으로 보면 고조선 시대에는 음력 1월이 아닌 음력 10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가 설 명절기간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이 우리 선조들은 음력 10월이 되면 잘사는 집이거나 형편이 어려운 집이거나 각자의 형편에 맞게 제를 올렸습니다. 형식을 갖추어 규모가 있게 지내는 것을 제(祭) 또는 재(齋)라고 한다면 작은 정성이나마 소소히 지내는 것은 고사(告祀)라 칭하였습니다. 따라서 마을이나 향리 단위로 동제(洞祭)를 지내기도 하였으니, 동제는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洞神)에게 마을 사람들의 편안함과 무탈을 기원함은 물론 풍곡(豊穀)이나 풍어(豊漁)를 감사하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여염집에서는 정성스레 떡 한 시루라도 쪄서 올리는 고사를 지내곤 하는 때가 바로 10월 상달이었습니다.

10월 상달에 국가에서는 제천의식을 했고 마을이나 가정에서는 제사(祭祀)를 지냈습니다. 제사는 우리말로 ‘차례’ 또는 ‘차레’입니다. 한자의 차례(茶禮)가 아닙니다. 차례란 말은 한자(漢字)식 음으로 읽혀 이 말이 변질된 것입니다. 茶禮는 ‘다례’로 읽어야 합니다. ‘다(茶)’는 마시는 차를 말합니다. 차례의 차는 ‘꽉 메우다’ ‘채우다’. 례는 ‘비우다’라는 뜻입니다. 채움과 비움, 즉 채우고 비우고를 정산하는 예법 절차입니다. 채운다는 것과 비운다는 건 정산과 결산을 의미합니다.

한님(하느님)께 올리는 천제(天祭)는 참된 제사라 해서 첫 제사라는 뜻으로 ‘참된, 처음의’ 라는 뜻의 마 자를 붙여 ‘마차례’라 합니다. 이것이 중국의 역사서에서 ‘마차례’ 발음을 한자로 표기하자니 무천(舞天, 동예에서 지내던 하늘 제사)이 되었고 일본에서는 ‘마쯔리’라 하였습니다. 몽골에서도 ‘맛차례’라 합니다. 개천절에 지내는 마차례(천제)는 1년에 한번 하늘 앞에 자신을 돌아보고 홍익정신을 채우고 탐진치(貪瞋痴)를 비우는 결산의 의미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음력 개천절에 채움과 비움의 마차례 의미를 되새기고 1년 결산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길 권합니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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