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다니면서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국토대장정이었다. 학교에서 사이다 국토대장정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해서 도전하게 되었다. 여기서 사이다란 ‘사이좋게 다함께 이루자’ 의 줄임말이다. 그저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시작하였던 것 같은데 끝나고 난 뒤 지금의 나는 국토대장정 시작 전과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신상훈 군. [사진=신상훈]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신상훈 군. [사진=신상훈]

사이다 국토대장정의 일정은 6월 28일부터 7월 9일까지 강원도 삼척레일바이크에서 출발하여 속초까지 240km를 걷고, 설악산 등반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결코 쉬운 일정이 아니었다. 첫째 날까지만 해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캠핑장에 도착하며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비가 왔고, 그 다음 날에는 걷는 거리도 길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며 고생이라는 것을 몸속 깊이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걸어야 했고, 우리와 동행했던 선생님도 그것을 강조하셨다. 걸어가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며 자연의 멋진 모습을 보고, 그리고 이걸 해내고 있는 나의 멋진 모습을 돌아보면서 걸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걸었을 것이고, 그 누구 하나 불평불만 하지 않으며 걸어왔다. 자신이 매고 있는 배낭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날씨가 어떻든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걷는 동안 자연의 멋진 모습을 보고, 이걸 해내고 있는 나의 멋진 모습을 돌아보니 힘든 마음 보다는 뿌듯한 마음이 더 컸다. [사진=신상훈]
걷는 동안 자연의 멋진 모습을 보고, 이걸 해내고 있는 나의 멋진 모습을 돌아보니 힘든 마음 보다는 뿌듯한 마음이 더 컸다. [사진=신상훈]

대장정을 하면서 우리가 걷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편의점이나 그늘에 앉아서 쉬고,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며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하루의 걷는 일정이 끝나면 모두 기뻐하고, 텐트와 타프(그늘막)를 치고, 바닷가에 들어가 무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었다. 손빨래를 하고, 식사도 직접 만들어서 먹는 등 우리가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며 하루가 다르게 모두 변화를 맞이하였다.

특히, 나는 이번 대장정을 오기 전까지 손빨래를 직접 해 본 적이 없었다. 하다 보니 ‘이것이 이렇게 힘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는 어머니가 다하셨다는 생각에 그 고충을 많이 느끼며 정성스럽게 빨래를 했다. 국토대장정이 끝난 뒤, 집에 와서 더러워진 배낭과 슬리퍼를 빨면서, 대장정 때 직접 내가 빨래했던 모습이 뇌리를 스쳐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동안 부모님이 빨래나 음식을 항상 해주셔서 해보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고, 해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부모님의 수고와 감사함을 느끼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텐트도 직접 설치하고, 밥도 해먹으며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진=신상훈]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텐트도 직접 설치하고, 밥도 해먹으며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진=신상훈]

대장정 6일째, 걷는 일정이 마무리되고 양양죽도오토캠핑장에 캠핑 준비를 끝낸 후, 우리는 함께 바다로 입수했다. 팀을 나누어 다양한 게임을 했는데, 그중 팀별 수영릴레이 때 막상막하의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 주자로 승리를 이끌게 되어 정말 기뻤다. 평소에 수영을 열심히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자신감도 엄청 생겼다.
 

무더운 여름 날에 걷고난 후 바다에 빠지면 그날 고생했던 것들이 다 잊혀지는 기분이다. [사진=신상훈]
무더운 여름 날에 걷고난 후 바다에 빠지면 그날 고생했던 것들이 다 잊혀지는 기분이다. [사진=신상훈]

설악산을 등반하기 전날이었을까? 잠시 쉬면서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고 앉을 곳을 찾았지만 없었다. 그래서 바닥에 앉아서 먹었다. 지금 여기서 하라면 못 할 일이고, 그럴 일도 거의 없겠지만 그때는 부끄럽지도 창피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많은 경험은 나를 성장하게 해주었다.

사이다 국토대장정은 사서 고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사서 고생을 했을까? 이번 대장정을 통해 그 답을 얻었다. 고생하며 얻은 많은 경험과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우리’라는 팀워크에 집중할 수 있었던 큰 경험들! 팀워크에 위기도 있었다. 출발 전날 공동 짐에 대해서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식자재 같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짐과 식기 도구와 캠핑용품 등 줄어들지 않는 짐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모두 출발 전 무게만 신경 쓴 것이다. 그래서 짐을 재분배하여 서로의 책임을 나눴다. 이 외에도 다들 예민해진 탓에 말다툼이 일어날 때도 있었다. 서로의 성격 차이 때문에 생긴 일들이었지만, 대화하고 공감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대장정 9일째, 속초에서는 걷는 것 대신 팀을 만들어서 지역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팀이 탐방 코스를 직접 정하고 세부일정을 짠 후, 한 곳 한 곳을 다니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우리 팀은 산악박물관에 가서 산악 등반에 관한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였다. 산악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속초에만 있어서 더 흥미로운 느낌이었다. 속초의 역사를 알면 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시립박물관에 갈 계획을 세웠으나, 시간이 다소 부족해 팀원들에게 중앙시장에 가서 닭강정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은 지금 생각해도 좋은 의견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의견을 낸 것이 받아들여지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뿌듯했고, 평소에 소극적이었던 내가 의견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일정인 설악산 등반 전, 우리는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심폐소생술을 간단히 배우고 설악산을 등반을 시작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해발 1708m인 설악산 등반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은 채 산을 올랐다. 다행히 오를 때는 숨이 좀 찼을 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 전날까지 걷는 것이 익숙해져 힘들지 않았으나 내려올 때가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정상인 대청봉에 올랐을 때 내가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동이 북받쳤다. 그러나 그 순간도 잠시, 거센 비바람으로 인해 우리는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대피소로 내려가야만 했다. 거센 비바람 때문인지 배도 몹시 고프고 피곤이 몰려왔다. 대피소에서 가져온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어느 때 보다 맛있었다.
 

해발 1708m 높이인 설악산을 오르고 난 후, 내가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동이 북받쳤다. [사진=신상훈]
해발 1708m 높이인 설악산을 오르고 난 후, 내가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동이 북받쳤다. [사진=신상훈]

산을 오를 때가 더 힘들 것이라는 내 생각은 산에서 내려오면서 바뀌었다. 비가 온 탓에 발을 딛는 곳마다 미끄럽다 보니 긴장을 하면서 내려왔다. 서로 도와가며 내려가기 위해 두 사람이 한 팀으로 내려가기로 했으나 짝이 맞지 않아 내가 자진해서 혼자 내려가겠다고 했다. 혼자 내려오다 보니 긴장되었지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내려오는 것은 올라갈 때 보다 몇 배나 긴장되었고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무사히 등반에 성공했다. 캠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뒤를 돌아 등반코스를 보니 그동안 지나온 시간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고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막연히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사이다 국토대장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끝이 났다. 나는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 한 집단에  어우러지는 법을 배웠다.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은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성격이 많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친구를 사귀는 법, 팀워크에 대해 친구들과 11박 12일간 생활하고 부딪히며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 국토대장정이 끝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우리의 댄스파티에서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며 나의 숨겨진 끼를 사정없이 발산했다. 끝나는 시간까지 지치지 않고 계속 춤을 추었다. 정말 신나고 재밌었고, 그동안 고생한 것들에 대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번 국토대장정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이런 기회를 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와 이끌어주신 단장님과 임원진들,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