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도 음악이 나오면 무릎을 굽혔다 펴며 엉덩이를 씰룩씰룩 리듬을 탄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래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법을 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잘 하는 아이는 주인공이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흥미를 잃어버린다. 노는 법조차 잊은 청소년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서며 자신감을 찾는 캠프가 열렸다.

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의 두뇌개발과 함께 뮤지컬이라는 종합예술활동을 통해 아이들 안에 숨은 예술적 끼와 재능을 스스로 발현시키고, 자신감을 향상하는 ‘브레인아트 뮤지컬 캠프’가 지난 1일부터 19박 20일 과정으로 진행 중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번 캠프는 청소년 두뇌코칭 전문기관 BR뇌교육(비알뇌교육)에서 주최하였고, 안무와 보컬, 풍물 등 예술수업은 창작국악뮤지컬 ‘판타스틱’팀의 배우들과 감독이 맡았다.

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의 두뇌개발과 함께 아이들 안에 숨은 예술적 끼와 재능을 발현시키며 자신감을 찾는 '브레인아트뮤지컬 캠프'가 지난 1월 1일부터 19박 20일 과정으로 열렸다. [사진=문현진 기자]
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의 두뇌개발과 함께 아이들 안에 숨은 예술적 끼와 재능을 발현시키며 자신감을 찾는 '브레인아트뮤지컬 캠프'가 지난 1월 1일부터 19박 20일 과정으로 열렸다. [사진=문현진 기자]

캠프 중 참가자들은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정하고 안무와 풍물, 보컬훈련과 영어대본학습 등을 했다. 또한 경복궁 탐방과 삼청동에서 민화그리기 체험을 통해 전통예술과도 만났다. 서울시립미술관을 찾고, 개성이 넘치는 프로필 촬영을 하고 뮤지컬 ‘판타스틱’을 관람하는 등 다양하게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체험도 했다.

또한 캠프 중 총 6회에 걸친 뇌교육 워크숍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와 경험을 쌓아 자신감을 향상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매일 저녁에는 아이들은 뇌 속에 그날 하루를 생생한 영상으로 그려보고 자신이 익혀야할 부문을 브레인스크린 명상으로 되새겼다.

청소년두뇌코칭 전문기관인 BR뇌교육이 주최한 '브레인아트 뮤지컬캠프'에서 아이들은  (시계방향으로) 국악뮤지컬 '판타스틱' 관람, 삼청동에서 민화그리기 체험, 안무연습과 타악배우기 등 다양하게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체험을 했다. [사진=BR뇌교육, 문현진 기자]
청소년두뇌코칭 전문기관인 BR뇌교육이 주최한 '브레인아트 뮤지컬캠프'에서 아이들은 (시계방향으로) 국악뮤지컬 '판타스틱' 관람, 삼청동에서 민화그리기 체험, 안무연습과 타악배우기 등 다양하게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체험을 했다. [사진=BR뇌교육, 문현진 기자]

지난 11일, 경기도 가평군 국제청소년수련원에서 안무 및 보컬, 영어대본학습, 풍물연습 등을 하는 11일차 캠프를 취재했다. 아침 뇌체조를 마친 아이들은 김상준 감독(더 솔 Ent 대표)의 지휘로 4개조로 나뉘어 안무수업을 했다. 익숙하게 안무를 소화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서툰 몸짓으로 열심히 따라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계속되는 안무연습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BR뇌교육 방경민 트레이너가 “캠프의 주제가 ‘꿈꾸는 뇌, 위대한 탄생’이다. 어느 한순간 잘 하는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니라 지금 노력하면 그 모습이 나오는 거다. 지금 이 시간, 이 공간에서 주인이 되어서 스스로 웃어봐라. 여러분이 주도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며 시키는 대로만 할지 선택해봐”라고 하자, “주도적으로요!”라고 외친 아이들이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그중 3조 아이들은 타악공연을 맡아 풍물수업을 받았다. 풍물수업은 국악뮤지컬 ‘판타스틱’에 출연하는 문진태 배우가 맡았다. 계속 박자가 어긋나자 아이 두 명이 선생님 곁에서 친구들의 연주를 듣고 의견을 조율하며, 다시 호흡을 맞추었다. 문진태 배우는 서로 박자가 맞지 않을 때 자신의 박자만 고집하지 않고 친구들과 눈을 맞추고 호흡을 맞추도록 조언했다. 아이들은 공동프로젝트에서는 정답만 있는 게 아니라 호흡을 맞추어 조화를 이루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나가고 있었다.

국악뮤지컬 '판타스틱'의 문진태 배우와 함께 타악을 배우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국악뮤지컬 '판타스틱'의 문진태 배우와 함께 타악을 배우는 아이들. [사진=강나리 기자]

오후에는 영어대본을 학습하고, 보컬 수업을 했다. 캠프 초반 목소리조차 웅얼거리던 아이들이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서 신종현 연출감독의 지휘로 연기연습을 했다. 신 감독은 아이들이 실제 공연 상황으로 몰입하도록 하며 “여러분이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만이 여러분을 빛나게 해 줄 거다. 자신만 보지 말고, 옆과 앞, 뒤에 있는 친구를 다 살펴야 한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른 친구들의 노력을 무너뜨리는 거다.”라고 조언했다. 처음 우왕좌왕하던 아이들은 연습을 하는 동안 점점 집중력을 발휘해 동선을 맞추며 차츰 무대공연 모습을 갖춰갔다.

신 감독은 “아이들이 집중도 잘하고 밝고 잘 따라오는 편이다. 어른들보다 더 잘 따라온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차가 있다 보니, 나는 할 수 있는데 친구들이 못해서 반복하는 걸 꺼려하는 아이도 있지만 여기서는 다 같이 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공연이 아이들 기억에 오래 남아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고, 함께 했을 때 더 시너지가 나고 박수를 받는 체험을 알게 해주고자 한다.”고 했다.

숙박을 함께하며 종합예술인 뮤지컬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된 재능과 창의성을 깨우쳐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문현진 기자]
숙박을 함께하며 종합예술인 뮤지컬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된 재능과 창의성을 깨우쳐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문현진 기자]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여정(부산두실초 6) 학생은 “친구들과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전문가인 감독님과 배우들 앞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떨렸지만 신났어요. 무대에 선다는 게 기대도 되고, 틀릴까봐 걱정도 되요. 하지만 후회 없이 열심히 할 거예요.”라고 했다. 4학년 초부터 뇌교육을 한 전 양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해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항상 피하려했어요. 뇌교육을 하면서 저를 사랑하는 법도 알게 되고 따돌림 받았던 기억들도 지우고 나니까 자존감도 올라가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라고 했다.

원영대(서울난우초 4) 학생은 “노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캠프에 참여하면서 가수들이 왜 노래를 하는지 알겠어요. 노래를 하고 나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요.”라며 “무대에 오르는 건 떨리지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라고 함박웃음을 보였다.

브레인아트 뮤지컬캠프에 참여한 학생들. (시계방향으로) 원영대  학생, 전여정 학생, 유정운 학생, 한수현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브레인아트 뮤지컬캠프에 참여한 학생들. (시계방향으로) 원영대 학생, 전여정 학생, 유정운 학생, 한수현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유정운(부산가야초 3) 학생은 “캠프에 와서 보니까 제가 노래를 잘 하는 것 같아요. 자신감이 없어서 떨렸는데 매일 저녁 발표시간에 큰 목소리로 발표하고 노래도 큰 소리로 해요.”라며 “캠프에서 경복궁에 갔는데 기와모습이 신기하고 좋았어요. 제가 문화재를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타악을 배우는 것도 좋았고요.”라고 했다.

한수현(서울능곡초 4) 학생은 “평소에 춤과 노래를 좋아해서 영상을 보고 따라하곤 했어요. 학교에서는 보여줄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 와서 많이 보여주었어요. 뮤지컬을 처음 하는 거라 기대가 되요. 제가 조장은 아니지만 언니들처럼 잘 못하는 친구들을 이끌어주고 싶어요.”라며 “숙소생활하면서 다투기도 했는데 금방 화해해요.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걸 배웠고, 엄마 아빠가 해주시는 걸 늘 당연하게 받았는데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답했다.

안무가가 꿈이라는 김예지 학생은 팀장을 맡아 친구들을 도우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문현진 기자]
안무가가 꿈이라는 김예지 학생은 팀장을 맡아 친구들을 도우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문현진 기자]

캠프에서 4조 팀장을 맡은 김예지(창원용호초 6) 학생은 “안무가가 꿈이고 혼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춤을 추는 게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예요. 부모님이 제 꿈을 응원하고 추억을 만들라고 해서 캠프를 왔어요.”라고 했다. 친구들의 춤 연습을 도와주는 예지 양은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데 집중을 하지 않는 친구도 있고, 열심히 하는데 몸이 잘 따라오지 않는 친구도 있어요. 가르쳐줄 때 답답했는데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뿌듯했어요. 캠프 중에 뮤지컬 ‘판타스틱’을 봤는데, 국악과 뮤지컬이 어울릴 줄 몰랐는데 너무나 잘 어울려서 놀랐고 배우들이 멋졌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경민 트레이너는 “뮤지컬은 종합예술이어서 노래와 춤을 익히고, 영어가사와 함께 연기대본도 외워야 하니까 쉽지 않다. 하지만 좌‧우뇌를 통합 활용하는 데 효과적이고, 창의성과 집중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3주 과정을 마치고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정말 많이 커진다. 잘하든 못하든 남 앞에 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경험을 한다.”고 했다.

지난 1일부터 열린 '브레인아트 뮤지컬캠프'에서 안무와 보컬, 영어대본 수업, 연기 등을 배우는 아이들. 오는 20일 서울NK아트홀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문현진 기자]
지난 1일부터 열린 '브레인아트 뮤지컬캠프'에서 안무와 보컬, 영어대본 수업, 연기 등을 배우는 아이들. 오는 20일 서울NK아트홀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문현진 기자]

그는 “끼가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 중에는 쭈뼛거리며 속도가 느린 아이, 안 하는 아이들이 섞여있다. 그러다 보니 “왜 안하느냐”며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을 탓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함께 도와가며 해내는 것을 훈련한다.”며 “공연할 뮤지컬 내용 자체도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이 꿈을 찾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얻어서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로, 실패를 하고 좌절한 아이들에게 ‘괜찮아’라고 위로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껏 표현하도록 이끌어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브레인아트 뮤지컬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오는 20일 서울NH아트홀 무대에서 그동안 배운 재능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