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대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부산뇌교육협회 김혜진 처장(45)은 “공교육 학부모교실에서 역할극을 통해 평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되돌아 본 부모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런 말을 합니다. 본인이 부모로부터 상처받았던 말을 그대로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라고 했다. 그는 “부모 자신이 먼저 힐링하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힘, 믿는 힘을 키워야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부산뇌교육협회 김혜진 처장은
부산뇌교육협회 김혜진 처장은 "부모가 먼저 힐링하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힘, 믿는 힘을 키워야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했다. [사진=부산뇌교육협회]

지난 13년간 부산지역에서 뇌교육 관련 활동을 해온 김혜진 씨는 2015년 부산뇌교육협회 사무처장을 맡아, 공교육 기관 대상 인성캠프, 진로캠프, 자유학기제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를 통해 청소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해,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하면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뇌교육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25살일 때,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20대 청년들이 체조와 호흡명상을 하는 센터에서 명상하는 기쁨을 발견했죠. 90년대 말, 뇌과학과 접목한 명상이 나왔을 때 ‘이건 어렸을 때부터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센터에 오는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명상과 체조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죠.

중도에 그만두고 3년 정도 국‧영‧수 단과반 학원과 속독학원 강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닌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하는 힘이 중요한데’라는 회의가 들었어요. 2005년 호흡명상을 다시 시작하면서 당시 체계화된 아동 청소년 뇌교육강사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학교에 제안서와 fax를 보내고 전화를 해서 거의 매일 학교로 수업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부산뇌교육협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교육사업은 무엇인지.

- 학교 진로캠프와 인성캠프 등 캠프를 중점으로 하고 정서조절, 집중력 향상 등을 주제로 창의재량 수업과 자유학기제 수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부산형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의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 수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편으로는 보호관찰대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교실에 6년 째 주1회씩 뇌교육 수업을 합니다. 아이들은 거친 말투와 표정으로 낮은 자존감을 감추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더라도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바뀌기 시작합니다. 긍정적인 말을 스스로 하면서 여유를 갖게 되니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자각도 들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는데 이런 것이 재범률을 낮추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인성캠프나 진로캠프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 처음에 아이들은 ‘또 공부 아니야?’라며 짜증을 내며 들어옵니다. 그렇지만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한참 뛰어 놀다 보면 분위기가 바뀌죠. 학교에서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어느새 몰입하죠. 인성캠프에서 아이들은 친구들로부터 둘러싸여 나쁜 말을 듣는 체험, 좋은 말을 듣는 체험을 하는데 비로소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하고 습관을 바꿉니다.

진로캠프에서는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부모가 정해준 작은 한계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자신이 꿈의 크기를 키우는 법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와 세상, 지구환경에 도움이 되는 큰 꿈을 품으면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뇌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수업을 통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동평중학교에서 진행한 뇌교육 인성캠프. [사진=부산뇌교육협회]
지난 7월 동평중학교에서 진행한 뇌교육 인성캠프. [사진=부산뇌교육협회]

청소년 뇌교육 수업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대안교실에서 만난 아이였는데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놀라게 하던 아이였어요. 주변 환경을 알아보고 개별 상담을 하고 코칭을 했죠. 제가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1기인데 뇌파검사를 하고 개별 상담하는 일을 많이 하고 좋아합니다.

그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었는데 잘못된 말과 행동을 잘 구분할 줄 모르더군요. 그래서 “네가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 네 잘못이 아니다.”고 먼저 이야기하고 언어습관을 바꾸고, 소통하며 대화하는 법을 반복적으로 알려주었죠. 그동안 주변에서 늘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니 주눅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더군요.

부산뇌교육협회에서 활동하는 강사는 몇 분인지요?

- 학교에서 강의하는 전문 강사가 20명,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강의를 지원하는 강사가 20명 정도 됩니다. 앞으로 뇌교육협회 강사들이 전문직으로써 충분히 생활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공교육을 기반으로 유능한 강사진이 나올 수 있게 더욱 더 역량을 강화하고 부산뇌교육협회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질 계획입니다.

부산뇌교육협회 강사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열정적인 우리 강사들께 하고 싶은 말은 청소년 교육이 보람도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잘하고 있는지 자신이 부족하지 않나 때로 갈등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변화하는 속도가 다릅니다. 당장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아도 강사들께서 전한 긍정의 메시지가 아이들 가슴에서 싹이 터서 천천히 바뀌는 과정인 거죠. 그러니 상처받거나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 강사들의 역량이 뛰어나고 우리가 보유한 청소년과 소통하는 콘텐츠가 충분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1인 미디어나 동영상 사이트로도 활약을 했으면 합니다. 저도 그런 준비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좋은 콘텐츠도 때와 대상, 장소에 알맞게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외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도록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저도 함께 노력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부산뇌교육협회가 추진하려는 중장기 계획은 무엇인지요?

- 자유학기제 수업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서 청소년이 행복한 교육, 스스로 가치를 찾는 교육을 하고, 그 성과가 입소문을 타고 전파되어 부산광역시의 모든 초‧중‧고에서 뇌교육을 체험하도록 하고자 합니다. 꾸준히 추진해서 전 교사대상 뇌교육 연수도 추진하고 필수과목과 같이 학생들이 수업을 받도록 하고자 합니다.

김혜진 처장님 개인적인 꿈은 무엇인지요?

- 부산뇌교육협회가 본궤도에 오르면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개별 코칭할 수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열었으면 합니다. 스스로 힐링할 수 있도록 셀프코칭법을 전하고, 청소년 두드림센터, 소외계층과 연계해서 돕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