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좋은가, 용서와 치유는 어떤 관계인가. 용서와 치유를 철학, 뇌교육, 심리학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5월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국학연구원(원장 조남호 교수)은 이날 ‘용서와 치유에 대한 종합적 연구’라는 주제로 제37회 학술대회를 열고, 한국식 치유방법인 선도-뇌교육적 의미와 서양 심리학적 사고방식을 대비해서 고찰했다.

김기찬 박사의 사회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선도문화와 용서’라는 주제로 발표한 조남호 교수는 “한국의 선도문화는 깨달음 홍익인간에 중심을 두어, 용서를 부각하지 않았고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용서는 개인 간의 화해가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에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며 “선도문화에는 용서와 치유에 관한 도움이 되는 수련이 있다. 먼저 남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고민될 때, 절 수련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절 수련을 하게 되면 자신의 숨겨져 있던 본성을 깨닫게 되고, 본성의 명령에 따라 처리를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선도문화와 용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선도문화와 용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조 교수는 “그런데 남을 용서하려고 해도 나의 감정이 문제가 된다. 감정을 처리하는 경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지감(止感, 명상)수련이다. 지감수련을 하게 되면 감정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용서를 하려면 자신이 먼저 강해져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단전의 기운이 채워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운이 채워진 사람이 강한 사람이고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더 나아가 중단전의 기운이 커지게 되면, 가슴이 열리고 사랑이 넘쳐 흘려 남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조 교수는 자신을 용서하려면 참회를 하면 된다며 “참회는 자신의 한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이 잘못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중심적인 사고와 그것의 훈습까지도 파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선도에서는 참된 본성은 선악도 없다고 본다. 악을 미워하는 선도 위선적이며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용서에 적용하면 용서는 궁극적으로 용서하려는 마음도 없어야 한다. 용서하려는 자가, 용서받으려는 자 위에 서게 되고 그것은 위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선도문화는 용서를 넘어서는 차원까지 보고 있어 한국의 선도문화의 수행전통은 용서와 치유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용서하는 인간: 뇌교육학적 인간학’을 발표한 이승호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용서는 자신에게 해를 입힌 사람이나 단체에 대한 분노나 복수, 원한 등의 감정을 풀어내는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결정이다. 자신에게 해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게 되면 집단 구성원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어 생존에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 본성으로 볼 수 있으며 뇌가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에서도 용서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능력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용서하는 인간 : 뇌교육학적 인간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용서하는 인간 : 뇌교육학적 인간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이 교수는 "신경생물학적의 관점에서, 용서에 대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전전두엽의 발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전두엽을 포함한 피질과 변연계와 뇌간을 포함하고 있는 피질하부 간의 신경 연결이 원활할 때 제대로 된 용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용서를 통해 인간만이 갖고 있는 뇌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세상을 좀 더 용서하는 곳으로 만드는 데는 기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선천적으로 갖추어진 기능을 활용하는 데 있다. 이러한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용서 능력을 활용하는 기술을 뇌교육에서는 휴먼 테크놀로지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용서는 단순히 암묵적이고 본능적인 것을 넘어서 있다. 용서하기 위해서 분노, 복수, 원한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느끼고 체험하고 이것이 행동으로 발현될 때 부정적인 감정은 정화되고,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의식과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겠다는 변화의 주체자임을 인식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김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가  '어떻게 용서할까 : 효과적인 용서의 전략과 실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김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가 '어떻게 용서할까 : 효과적인 용서의 전략과 실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어떻게 용서할까: 효과적인 용서의 전략과 실제'라는 논문을 발표한 김광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인간관계 갈등과 상처로 인한 부정적인 반응, 특히 분노에 대한 건강한 사고, 정서, 행동 반응을 통해 진정한 치유와 회복, 그리고 자유와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용서의 실행을 위해서 용서에 대한 바른 지식과 이해를 토대로 바람직한 판단과 선택을 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동기와 의지 및 역량을 갖고 구체적인 용서 실행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용서를 실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용서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이해라며 그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었다. 첫째, 용서를 잊는 것으로 이해한다. 둘째 용서를 참는 것으로 이해한다. 셋째, 용서를 상처준 상대방의 사과나 잘못에 대한 인정이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넷째, 사람들은 용서를 정의롭게 못한 일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다섯째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 즉 상대방만을 좋게 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여섯째, 사람들은 용서를 화해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일곱째, 사람들은 용서를 사면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여덟째, 사람들은 용서를 가해자를 변명해주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용서는 무엇인가. 김 교수는 진정한 용서는 "누군가로부터 깊고 부당한 상처를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는 분노, 적개심, 복수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 및 생각과 행동 반응을 극복하고,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자비, 측은지심 등의 긍정적인 감정, 사고, 행동 반응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정한 용서의 실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용서에 대한 바른 이해와 더불어 용서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며, 용서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이를 꾸준히 실행해 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와 역량의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용서의 전략과 실제으로 김 교수는 △상처를 자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기△합리적 사고로 전환하기△새로운 눈으로 보기 △공감 촉진하기△측은한 마음 갖기△불완전성 통찰하기△상처를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기△현재의 자신을 수용하기△구체적인 긍정적 행동 시작하기△새로운 삶의 의미와 목표 발견하기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크고 작은 상처와 고통으로 엮어지는 삶 속에서 우리는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지혜롭게 실행하면서 용서하는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오영희 덕성여자대학교 교수가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 효과적인 사과의 구성요소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국학연구원이 12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37회 학술대회에서 오영희 덕성여자대학교 교수가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 효과적인 사과의 구성요소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효과적인 사과의 구성요소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오영희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용서에 대한 교육/상담 프로그램은 주로 용서하기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용서를 하고 더 나아가서 화해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용서구하기의 대표적인 활동인 사과하기에 대한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사과에 대한 심리학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사과에 대한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사과의 효과는 크게 4가지로 사과는 피해자의 치유와 성장, 가해자의 치유와 성장, 관계회복, 사회정의 회복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효과적인 사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 요인은 사과의 정교성으로 다양한 사과의 방법을 사용해서 사과가 정교해질수록 사과의 효과는 더 커진다. 두 번째 요인은 상처의 심각성이다. 상처가 심각할수록 피해자의 사과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피해자의 분노와 공격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좀 더 광범위하거나 복잡한 사과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특성이다. 
오 교수는 효과적인 사과는 △책임과 잘못 인정△공감과 후회 표현△보상△재발 방지△용서 요청이라는 5가지 구성요소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국학연구원은 12일 ‘용서와 치유에 대한 종합적 연구’라는 주제로 제37회 학술대회를 열고, 한국식 치유방법인 선도-뇌교육적 의미와 서양 심리학적 사고방식을 대비해서 고찰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국학연구원은 12일 ‘용서와 치유에 대한 종합적 연구’라는 주제로 제37회 학술대회를 열고, 한국식 치유방법인 선도-뇌교육적 의미와 서양 심리학적 사고방식을 대비해서 고찰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오 교수는 결론으로 "다양한 사과의 방법을 함께 사용할수록 사과의 효과는 증가되고 용서와 치유의 효과도 커진다. 따라서 지금까지 용서하기 위주로 진행되어 오던 용서에 대한 교육/상담 프로그램에는 사과에 대한 교육/상담 프로그램이 포함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사과 교육/상담 프로그램에는 효과적인 사과를 위한 5가지 사과의 구성요소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개인이 선호하는 사과가 다르기 때문에 각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과의 구성요소를 찾아내서 그것에 맞춰서 사과의 순서와 강도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논평에는 이인철 경복대학교 교수, 박종효 건국대학교 교수가  참여하였다. 모든 발표가 종료된 후 신혜숙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논문 발표자, 논평 교수 전원이 참석하여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