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 안남숙 화가 (배경화면은 안 화가의 멘티 김태경 군)

"망쳤어요. 실패했어요." 불과 4개월 전 안남숙 화가로부터 멘토링을 처음 받을 때 김태경 군(17,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은 이런 말을 자주했다. 부정적이었고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랬던 태경이가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안남숙 화가의 갤러리(대구 수성구)에서 32점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 중 2점은 현장에서 판매되었다. 지난 9월 말에는 대구 수성구미술가협회 공모전에 출품해 입선하였다.

이제 태경이는 "한 장을 그리더라도 정성을 기울여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안 화가는 태경이가 개인전 오프닝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싱글벙글하던 얼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태경이의 부정적인 말이 내게는 '더 잘하고 싶어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라는 마음의 간절한 외침으로 들려왔다. 멘토링을 시작하고 첫 두어 달은 나도 답답했다. 하지만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한 걸음씩 떼어 이렇게 개인전을 하다니 정말 기쁘다. 자신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학교가 벤자민학교."

안 화가는 자신의 화실에 다니던 신지현 양(17)이 벤자민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레 멘토가 되었다. 이후 멘티가 하나둘 늘어나더니 지금은 2기 8명, 3기 입학예정자 2명의 멘토로 활약 중이다.

▲ 안남숙 화가 화실에서 멘토링을 받고 있는 벤자민 멘티들

"30년 넘게 그림을 그려왔고 입시 미술도 가르쳐봐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벤자민학교 멘토는 무엇인가를 무조건 가르치고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원래 갖고 있던 것을 펼칠 수 있도록 '톡톡' 두드려 깨워내는 역할이 벤자민 멘토가 할 일 아니겠나."

안 화가는 영남 지역에서 유명 화가다. 어려운 환경에서 미술을 시작해 서른한 살에 첫 개인전을 한 이래, 현재까지 개인전 17회, 국내외 단체전 300여 회를 해왔다. 현재 경북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명품아트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그림을 향한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을 넘어온 안 화가이지만, 벤자민학교 멘토 활동에 쉬운 것은 없었다. 기술이 아니라 아이 안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가치를 이끌어 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말 하나, 행동 하나 놓치지 않고 토닥여주고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해낼 수 있도록 이끌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움츠러든 모습, 무기력한 모습, 부정적인 모습이 다 내 안에 있는 거니까. 아이들을 일깨우는 과정에서 내가 항상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 나의 내면세계, 의식이 더 커지더라."

▲ 안남숙 화가는 벤자민학교 학생들과 함께 대구학습관만의 단체 티셔츠도 제작했다.

안 화가는 벤자민멘티들과 함께 성장하는 1년을 보내며 아이들에게 큰 선물을 주고 있다. 바로 '개인 전시회'다. 올해 4월부터 모든 멘티의 개인전을 후원하고 있다.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안 화가의 화실에서 릴레이 전시회가 진행된다.

"틀에 박혀 있던 아이들이라 자신감, 자존감, 특히 자기 표현력이 많이 약하다. 그런데 개인 전시회를 하면서 자기 그림을 내걸고 사람들에게 선보이면서 아이들이 크게 점프한다.

카레이서가 되려면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운전은 누구나 면허만 따면 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림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자신을 그림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 자기를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고 표현의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안 화가는 벌써 벤자민학교에 3기 입학예정자인 학생 2명에게 멘토링을 하고 있다. 올해는 벤자민 멘토 첫 해라 정신 없이 첫 아이들을 키워냈지만, 내년 둘째는 더 잘 키워낼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내년에는 멘토로서 앞서나가는 모습도 멘티들에게 많이 보여주기 위해 개인전과 국제아트페어 참가도 계획 중이다.

"매일 거울을 보면 얼굴이 안 바뀌는 것같지만, 아기 때 사진을 보고 지금을 보면 정말 많이 바뀌지 않나. 아이들도 그렇다.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했던 아이가 당당히 자기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 힘들지만 기쁘다.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를 새로이 써나가는데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대구학습관 릴레이 전시회 일정

- 김태경 개인전 ㅣ 12월 8-14일
- 벤자민 단체전 ㅣ 12월 16-22일
- 최준영 3형제 전시회 ㅣ 12월 25-31일
- 김교령 그림전 ㅣ 1월 5-10일
- 한원호 동양화전 ㅣ 1월 18-22일
- 이인제 디자인전 ㅣ 1월 22-26일
- 허주미 동화그림전, 이진 사진전 ㅣ 1월 27-31일
- 안지환 가족 그림전 ㅣ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