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 그리면 무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지현 양
벤자민학교 입학 후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성격 바뀌어
오는 5월 30일까지 대구서 개인전도 열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인 신지현 양(17)은 종일 그림을 그린다. 아침 눈 떠서 자기 직전까지 오직 그림! 덕분에 오는 5월 9일부터 30일까지 생애 첫 개인전도 하고 있다.

작년까지 지현 양의 어머니인 장정희 씨는 그런 딸을 보며 속을 많이 태웠다. "어느 엄마가 안 답답하겠어요?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앉아있는데, 도대체 얘가 뭐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공부는 안 하고 애 많이 태웠죠."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대구학습관 신지현 양. 지현 양의 개인전은 대구 수성구 범어4동 주민센터 앞 '안남숙 화가 명품아트'에서 오는 5월 30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현 양이 특별한 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지현 양은 고등학교 최초로 '완전자유 학년제'를 표방하는 미래형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학교나 교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학교 삼아 다양한 직업 체험과 봉사활동, 사회 참여활동을 하는 학교다.

지현 양은 물 만난 고기가 되었다. "사실 학교 다닐 때는 많이 혼났어요. 그림만 그리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게다가 화가인 멘토님을 만나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을 추려서 개인전도 하고 있어요. 혼자 보관해두던 그림인데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니 좀 부끄럽기도 했지만 정말 좋아요."

지현 양은 안남숙 화가에게 멘토링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 역시 안 화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멘토링은 벤자민학교의 특별한 시스템 중 하나다. 학생은 1명 이상의 전문 멘토를 만나 자신의 꿈을 구체화해나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대구학습관 신지현 양(가운데)이 개인전을 하는 멘토 안남숙 화가(왼쪽)의 화실 앞에서 안 화가, 어머니 장정희 씨(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림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지현 양은 벤자민학교에서 연극동아리 활동도 한다. 실제 극단에 찾아가 대본도 구상하고 올 연말에는 연극 공연도 할 준비 중이다. 경제활동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했고, 사회 봉사활동으로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 네팔 지진 구호 성금 모금 활동도 펼쳤다. 1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생각만 많았어요. 그런데 벤자민학교 입학한 뒤로는 생각이 나면 바로 몸을 움직여버려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하기 싫다는 생각이 커지면 정말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부정적인 생각이 커지기 전에 바로 움직여요. 시간이 아까워서요. (웃음)"

아이의 변화에 어머니도 요즘 자주 놀란다. 장정희 씨는 "예전에는 표현을 잘 안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서 엄마로서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항상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벤자민학교에서는 무엇이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할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주니까 지현이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자신감도 커지고 표현력도 좋아졌죠."

▲ 봉사활동으로 멘토인 안남숙 화가와 함께 대구 경혜여중 벽화그리기에 참가해 그렸다. 안 화가가 기본 그림을 그리고 지현 양이 채색을 맡았다. 지현 양은 삼족오 벽화에 '생명의 날갯짓'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변화를 지현 양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만큼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에 거는 기대도 크다.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잘 다가가는 사람,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머니도 딸에게 한 마디 전했다. "지현아, 실패도 실수도 좋으니 지금 무엇이든 마음껏 도전해보고 경험해보렴. 벤자민학교에서 1년을 통해 지현이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앞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큰 어른이 되길 바랄게."

지현 양은 하반기에 한 번 더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한옥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우리나라 전통 한옥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지현 양의 눈부신 성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