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IT업계의 큰 손'이라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열아홉 살의 나이에 50년 인생 계획을 세웠다. 그를 두고 많은 이들이 '허풍쟁이'라 하였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산 17조, 세계 최고 IT투자기업의 회장이 됐다.

열아홉 살은 무한한 가능성과 모호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나이다. 하지만 꿈이 있는 이라면, 열아홉은 가능성의 나이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홍다경 양. 직접 만든 명함(세상을 밝히는 홍다경)을 들고 있다.

여기 또 다른 열아홉 살이 있다. 이름은 홍다경.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2기로 재학 중이다. 다경이는 지난 6월, 100세 인생 계획을 세웠다. 10대 후반에는 나를 찾고, 20대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의식을 성장시키고, 30대에는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더 큰 나로 발전해, 40대에는 내가 10대 때 받은 도움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벤자민학교를 통해 꿈을 찾은 다경이를 지난 11월 28일 벤자민 대구학습관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났다. 설치미술작품과 그림작품,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에게 주려고 손수 만든 책갈피, 성장스토리 발표, 공연까지 동분서주 바쁜 다경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홍다경 양(왼쪽에서 두 번째)이 벤자민멘토 안남숙 화가의 도움을 받아 벤자민 친구들과 함께 제작한 컴과 손수건, 엽서 등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100세 인생 계획(My Dream Plan)'을 보았다. 10대 후반부터 90대까지 시기별 목표와 그 이유를 적어두었다.

"예전의 저는 제가 누구인지 몰랐어요. 공부도, 외모도, 친구도 다 애매했어요. 관심받고 인정을 받으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그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하니까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어요. 몸도 안 좋았고 살도 쪘었고…구석에 있는 아이였죠. 그리고 아무도 저한테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너는 뭘 좋아하니?' 이런 걸 물어보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공부 몇 등이냐?'는 것만 물어왔죠.

벤자민학교 다니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계획이 왜 필요한지도 알게 되었고요. 제 인생이잖아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인생 계획표가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 홍다경 양이 6월에 작성한 '100세 인생 계획표'

- 계획표에서 지금(10대 후반)의 목표를 '나를 찾다'로 잡았다.

"남들 눈치를 많이 봤어요. 남들하고 외모로, 성적으로, 성격으로 비교하면서 제가 저를 힘들게 했었어요. 그런 성격을 바꿔보자고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기 초에는 쉽지 않았어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컸거든요. 그런데 벤자민학교에서 36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또 실행하면서 바뀌었어요. 제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그리고 사람들 저마다 모두 보석처럼 자기만의 빛깔을 갖고 있다는 것도요."

다경이의 벤자민 1년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포트폴리오북은 무척 두껍다. 40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해왔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선생님, 학부모님들을 설득해 벤자민 대구학습관 전체가 동참한 영남일보 마라톤 대회, 경혜여중 담장벽화 그리기, 개인 그림 전시회, 세계시민교육 스피치 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 네팔 지진 돕기 프리절 모금 활동 등 셀 수 없이 많은 활동을 해왔다. 이런 활동을 통해 다경이는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빛나는 가치까지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전 가면을 쓴 것 같았다며 발표하고 있는 홍다경 양

- '1년 전 홍다경'과 '지금의 홍다경'.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남들이 하니까, 친구가 관심을 보이니까 저도 좋아하게 되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저를 알아요. 벤자민학교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거든요. 저에게 집중하면 제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그걸 위해서 지금 뭘 해야 하는지를 알게 돼요.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인정받으려고, 아니면 시키니까 무조건 했는데 지금은 제가 필요해서 공부해요.

보통 학교에서 하는 교육의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일단 '무조건 공부부터 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고, 뭘 하고 싶은지부터 알아야 공부도 스스로 즐겁게, 내가 필요성을 느껴서 할 수 있어요."

-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세상을 밝히는 홍다경'이 될 거에요. 벤자민학교 교육과정 중에 하나로 미국 세도나 글로벌리더십캠프를 다녀왔는데, 그때 벨락(Bell Rock)을 보며 느낀 거에요. 새벽녘에 모두들 자고 있을 때 일어나 일출을 보는데, 태양이 떠오르면서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모든 존재가 반짝거리며 빛나더라고요.

계속 일반 학교에 있었다면 지금 당장 눈앞의 걱정거리, 스트레스에 빠져 지냈겠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가면서 '내가 이렇게 큰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나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 아프다고만 하고 있었구나. 더 큰 세상에서 더 큰 고민을 하고 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 대구학습관의 벤자민 인성영재 페스티벌에 전시된 홍다경 양의 그림과 마고성 책갈피

다경이는 벤자민학교 멘토인 안남숙 화가의 도움을 받아 지난 7월 '더 큰 세상으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개인 그림전을 열었다. 이후로도 안 화가의 화실에서 멘토링을 받으며 '문화예술가'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요즘 가장 많이 집중하는 일은 무엇인가.

"벤자민학교 3기 모집이요. 제가 이만큼이나 눈부시게 변했으니까요,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가지면 좋겠어요. 벤자민학교를 선택하면서부터 변화도 시작되는 것 같아요. 틀에 박혀서 하루하루 버티듯 사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신감도 생기고 꿈도 생기니까요."

- 마지막으로 다경이에게 벤자민인성영재학교란.

"저에게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역사입니다.

저는 벤자민학교에서 얻은 게 참 많아요. 남들에게 휘둘렸던 제가, 이제는 저의 중심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저만의 역사를 써나가고 싶어요. 위인전 보면 역사 속 인물들이 역사를 창조해나갔던 것처럼요. 저에게는 그 역사의 시작점이 벤자민학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