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감수성은 장애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변화를 추구하거나 실천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말한다. 인권감수성은 인권의식의 뿌리이고, 출발이다.  인권문제와 마주치게 되는 특정 상황에서 그 상황을 인권 관련 상황으로 자각하고 해석하며 그 상황에서 가능한 행동이 관련된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통찰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책임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인식하는 심리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권감수성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자극이나 사건의 작은 요소에서도 인권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적용하면서 인권을 고려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인권감수성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도덕심리학자 레스트(J.Rest)는 한 사람이 인권을 옹호하는 행동을 하려면, 네 가지 심리과정을 거칠 때 인권을 옹호하는 행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먼저 상황을 인권관련으로 자각하고 해석하는 인권감수성 과정, 어떤 행동이 인권과 관련하여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인권에 관한 판단력과정, 인권이란 가치를 우선시 하는 인권에 대한 동기과정, 인권 옹호 행동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실행과정이다.  
 
나는 올해부터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한다. 그 전에  지난 8년간 교육청소속 특수교육지원센터에 근무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런 인권 옹호 행동의 심리과정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 속에 촉촉이 스며드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인권감수성은 어려서부터 길러져야 하기 때문에 특히 초등학생 대상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장애 인권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교실 속 학교폭력의 양상을 보면, 대개 놀리는 경우, 욕하거나 비난하는 경우, 따돌리는 경우, 때리고 싸우는 경우 등이 많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특히 장애 친구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놀리기, 따돌리기 등이 많은데, 장애 학생들에게는 작은 말과 행동이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 인권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던 중, 뇌교육을 기반으로 한 놀이를 통한 장애 인권 교육프로그램 “우리 함께 다함께”를 소개받게 되었다. 2014년 3월 24일부터 5월 23일까지 장애학생이 1명 이상 있는 통합학급 총 29개 학급 비장애학생 637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운영하게 되었다.  
 
“나의 인권, 다른 사람의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어요.”
“장애를 가진 친구는 우리보다 불편할 뿐 차별할 게 없습니다. 우리 모두 평등해요.”
“남을 배려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장애 친구가 못하는 일이 있어도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입장 바꿔 생각을 하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사랑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 대한 이해심이 커졌고 앞으로 어떤 누구를 만나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될 것을 다짐하였다. 그 동안 친구의 장애를 단순히 참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관점이 장애를 이해하는 부분으로 바뀌었고, 나와 친구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장애를 가졌건 가지지 않았건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소중하다는 것을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통해 체율체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인성교육은 개인의 인격도야, 사회적 관계 등 여러 차원이 있겠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지혜를 기른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인권교육과도 맥이 닿아있다. 사람을 중시하는 마음, 인권이란 가치를 우선시하는 마음에서 그 사람의 인품, 인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내가 중요한 만큼 너도 중요하고, 내가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우리 모두가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 이것을 깨닫고 지키고 실천해나가는 역량을 키워줄 때 아이들은 인권감수성이 풍부해지고 인성이 바른 인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 부모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약속을 하나 제안해본다. 눈에 보이는 장애에 한계 짓지 말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고 응원해주자는 약속. 
 

▲ 이진선 안양해솔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