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어요.”

 

새 학기가 시작되고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새로운 반, 새 친구들에게 적응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며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고 우울한 마음을 꾹 참고 학교로 향한다. ‘새 학기 증후군(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증세)’을 겪는 아이들은 새 친구를 사귀거나 낯선 환경에 있는 것이 두렵다. 이럴 때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자신 있게 관계 맺기를 할 방법이 있다면 두려움을 기대와 설렘으로 바꾸는 실천적 인성교육이 될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어 올해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된다. 제발 이번만큼은 제도만의 개선이 아니라 실질적인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안고 실천적 인성교육의 한 방법으로 학기 초 마음을 열어주는 ‘소통놀이’를 제안해 본다.
 
사실 학기 초가 되면 교사들도 새로 만나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기대나 설렘과 더불어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걱정과 불안도 느끼게 된다. 첫날 아이들에게 웃음을 보여주면 한 해를 망친다는 말을 은연중에 할 정도로 그 두려움은 크다. 한 사람의 교사가 많은 아이를 효과적으로 통솔하면서 수업이나 학급을 이끌어 나가는 데는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제권을 잃게 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이전에 심각하게 교사에게 반항하는 아이를 만났거나 교사를 난처하게 만드는 힘든 사건들을 접하고 나면 이런 두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한 얼굴로 학생들에게 엄한 교사라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애쓰게 된다.
 
이제 이런 기 싸움을 내려놓자. 첫 만남을, 그리고 3월 한 달을 아이들끼리 편안하게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성장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홍익교원연합 교사들은 첫 만남 이벤트를 준비한다. 개학 첫날은 딱딱한 얼굴로 일 년 동안 주의할 점을 설명하는 대신 우리 반이 나아갈 방향과 바람을 감동적인 인성놀이로 전달하고 느끼게 해주는 ‘감동적인 첫 만남 이벤트’가 그것이다.
 
가령 비도 오지 않는데 예쁜 우산을 쓰고 교실로 들어서며 ‘궂은 날이나 해가 뜨거운 날 꼭 필요한 이 우산처럼 여러분을 우울함과 어려움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선언하는 교사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라. 
 
어쩌면 엉뚱하지만 이런 교사의 모습이 반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따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또 실제로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급담임 교사가 학기 초 반 친구들과 마음 열기 놀이를 진행한 후 반 분위기가 좋아져서 수업에 들어오는 선생님들마다 그 반의 예의 바른 태도와 학생들의 열의에 놀라게 되고 다른 반들에게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소통, 공감, 협동, 배려 등의 의미를 담은 놀이는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을 풀어주고 학생과 교사의 신뢰를 쌓게 도와줄 수 있다. 놀면서 저절로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모두가 하나라는 느낌이 들게 된다. 
 
우리 뇌는 주변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다. 주변의 에너지가 공격적이면 나의 뇌파도 거기에 동조되어 불안하고 짜증이 나게 된다. 반대로 나의 부족함이나 실수에 비난 대신 격려와 지지가 쏟아지는 분위기가 된다면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열어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소통놀이를 하면 교사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자연스럽게 학생들 스스로 깨닫게 할 수도 있다. 
 
학기 초 질서나 배려를 깨닫게 해주는 놀이로 ‘백지장 맞들기’라는 놀이가 있다. 얇고 커다란 종이를 한 장 꺼내 보여주며 모두가 나와서 함께 이 종이를 잡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별다른 설명 없이 ‘준비, 시작!’하면 아이들이 서로 먼저 잡겠다고 밀치고 당기는 과정에서 종이는 찢어지고 만다. 그러면 준비한 새 종이를 다시 들고 ‘어떻게 하면 이 종이가 찢어지지 않게 모두가 잡을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아이들은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저절로 떠올린다. 질서를 지키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고 말로 하지 않아도 이렇게 체험으로 배운 정보는 이해한 것을 더욱 깊게 해준다.
 
인성교육이라 하여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 안에 있는 양심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안의 양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나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양심이 살아나는 인성교육을 위해 무엇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까? 바로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회복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는 교사의 진심이 전달되어야만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혼을 내더라도 아이들은 수긍하고 태도를 바로잡게 된다.
 
우리말에 ‘혼을 낸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혼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안의 밝은 마음, 양심이 욕심이나 이기심으로 덥혀 있을 때 깨끗이 닦아내 원래 마음을 맑게 드러나게 한다는 이 말처럼 교사는 끊임없이 아이들의 양심을 깨우기 위해 ‘혼’을 내야만 하는 사람이다. 학생을 혼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교사와 학생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면 교사의 진심이 전달되고 올바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아이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 교사에게도 이제 진심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기술과 방법이 필요하다. 소통놀이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통제와 순응의 관계가 아니라 지지와 협력의 관계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이제 두려움으로 엄하고 무서운 교사라는 이미지를 만드느라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마음을 놓치지 말고 학기 초 반 아이들끼리, 그리고 아이들과 교사가 마음으로 통할 수 있는 소통놀이로 따뜻한 학급 분위기를 만들고 용기 있게 출발해보자.
 
김진희 서울 신상계초등학교 교사, 서울홍익교원연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