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 이를 두고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법으로 지정한 나라라고 치켜세우는 분위기가 있고, 반면에 인성교육을 법으로 정해서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는 개탄하는 분위기도 있다. 상반된 여론과 분위기 속에 올해 7월부터 법 시행에 맞춰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토론회와 공청회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 일선 현장 교사로서 볼 때, 인성교육진흥법안에 관한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솔직하게 기대보다 우려하는 바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교육의 논리보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지침이 내려오고 평가를 통해 현장을 압박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교육제도와 정책이 숱하게 있었지만,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 변화를 위한 노력은 퇴색되고, 평가와 성과 중심의 보여지는 형식으로 그치게 되는 경우를 현장에서 수없이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인성교육은 어른들이 더 필요한 형국이지만, 인성교육진흥법이 학교 교육을 위주로 해서 마련된 바, 현장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실효성 있는 인성교육을 위해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에 꼭 반영해야 할 부분에 관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융합형 인성교육, 수행하는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에서는 인지와 정서 및 행동의 세 가지 영역을 다루지만 비교경쟁 입시 위주 교육풍토에서는 인지영역 중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이들의 정서가 부정적이고 거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보도 뇌에서 처리되지 않고 행동의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년 연속 최하위이며, 결핍지수가 높게 나온다. 이는 인간 뇌의 속성인 자율성과 창조성을 무시한 채 주입식 비교경쟁에 의한 입시위주 교육의 영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는 아이들의 뇌를 긴장과 불안 상태에 두게 하며, 그로 인한 부정적 정서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성교육은 인지 중심의 교과 학습, 지식교육에 밀려 대체로 형식에 그치고, 인지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8개의 덕목을 인성교육을 통해 배가해야할 주요 교육목표로 제시하였다. 덕목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인성 덕목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정서와 지속적 실천을 통한 정서교육, 행동화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정서가 안정이 되고, 긍정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덕목 중심 인성교육이 실행될 때 아이들의 뇌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면서 인성의 변화가 실제 이루어질 것이다. 구체적 인성교육의 방법으로 긍정적 정서와 뇌와 몸의 커뮤니케이션을 높이는 다양한 뇌체조와 브레인 명상법 등이 있는데, 학교에 적용하면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렇게 정서-인지-행동이 융합된 인성교육이 덕목 중심의 인성교육의 실효성을 좀더 높여줄 수 있다. 
 
우리 옛 선조들, 신라의 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 등은 몸과 마음의 수행을 통해 국가의 인재를 길러냈다. 이제 인성교육은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의 인성교육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같이 건강하게 하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인성교육프로그램 인증의 평가기준에서 신체-정서-인지의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수행이란 점이 높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교육 현장 교사들의 기운이 살아나야 한다. 
 
교사가 마음이 힘들고 몸이 지쳐 있는 터에 어떤 좋은 정책이 내려가도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 되기가 쉽다. 교사의 본래 마음을 살려내야 한다. 교사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교사들에게 활기찬 몸을 만드는 법을 터득하게 해 주어야 한다. 몸이 힘든데 마음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둘째, 교사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 스승으로서의 꿈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신의 밝고 순수한 본래의 마음을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몸과 마음의 기운이 살아나고 스승의 심정이 살아나는 체험형 인성 연수를 제안한 적이 있다. 교육부 주관 제1회 학교폭력예방 정책 공모전 교사부분 금상을 받은 “교사힐링 프로그램”이 바로 그 내용을 담은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연수가 여러 차례 실시되어 좋은 결과를 얻었고 지금도 시행되고 있지만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시행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교사부터 힐링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은 교사를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다른 교육도 그렇지만 특히 인성교육은 사람을 통해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다. 교사 자체가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의 모범이자, 모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교사의 인성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져 교사를 닮고 싶고, 교사를 통해 사람됨을 깨우치고 배우는 그런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들의 인성이 회복되고 바르게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홍익인간 교육이념이 실현되는 인성교육이어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 제1조 목적에는 대한민국 「헌법」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 정신이다. 이는 천지인 정신 즉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이 본래 하나에서 비롯되어 서로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조화를 이루며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우주만물의 이치를 담은 실천철학이다.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의 원형이 홍익인간이며 홍익은 인간 본성이자 누구에게나 잠재된 본능인 양심이라 할 수 있다. 
 
삶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하는 가치관이 그 사람의 선택을 결정하고 습관 형성의 기초가 된다. 지금처럼 성공과 경쟁을 추구하는 환경 속에서는 아이들은 이기적인 습관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위에 덕목중심의 인성교육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법의 이념인 홍익정신은 삶의 목적이 인격의 완성에 있고 배려와 존중을 통해 “우리는 하나다”가 진정으로 실현된다는 정신이다. 인간 내면의 순수한 마음을 일깨울 때 스스로 일어나는 효충도 정신이 홍익정신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국가에 대한 사랑, 자연, 생명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홍익인간 교육은  진정한 인간관, 인생관, 행복관을 세워주며 인간의 기본품성을 바르게 하는 교육이다. 홍익인간 교육이 제대로 되었을 때 덕목중심의 인성교육이 비로소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홍익인간 인성교육에 대한 개발과 장려책이 필요하다.   
 
끝으로, 운영적인 면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자면, 교육부가 인성교육의 목표를 지시하고 각 급 학교가 그 기준에 맞추어 계획 수립 실행하다보면 자칫하면 인성교육이 실속 없이 문서 작업으로 끝나게 될 우려가 있다. 전국 학력 평가도 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예에서 보듯이 인성평가는 교육관계자의 진정한 열의가 없다면 인성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진흥책이 오히려 부정직을 조장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인성교육연구 모임을 지원하고 공유하는 등의 자발적인 동기유발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하여 현장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우선적으로 청취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 제정에 여러 교육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당사자인 현장교사들에게 “어떻게 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겠습니까? 하고 진지하게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인성교육진흥법이 제대로 실행되어 우리나라가 인성회복의 모델국가가 되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에서 현장교사로서의 제안을 했다.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 고병진 홍익교원연합 대표(경북 북삼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