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 아침 한미 양국 국민과 정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서울에서 벌어졌다. 주한미국 대사가 조찬 모임에서 테러를 당한 것이다.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자마자 그 소식에 눈에 들어왔다. ‘리퍼트 美 대사 괴한에 피습’이라는 제목에 외국에서 벌어진 줄 알았다. 본문을 보고서 ‘주한미국대사’임을 확인하고 가슴이 철렁 했다. 어떻게 이런 일 우리나라에서 발생했지….
 

국외에서는 IS(The Islamic State)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급속히 확산되며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광복 직후 몇 년 간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테러가 자주 발생했다. 김구 선생 같은 독립운동가가 암살당하고, 정치인이 살해되었다. 한국전쟁 때는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기도 했다. 점차 사회가 안정되면서 북한 공산주의자에 의한 무력 도발 외에는 테러 행위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테러 행위가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주한미국국대사 마크 리퍼트 피습 사건의 용의자 김기종에 관해 동양대 진중권 교수의 언급을 주목해야 한다. 진 교수는 5일 트위터에 "테러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방법으로서 허용되어서도, 정당화되어서도 안 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용의자 김기종에 관해 "통일운동 하다가 반일운동 하다가, 최근에 다시 반미운동으로... 분신 이전에 이미 조울증, 분신 이후에는 후유증으로 정신적 문제 발생, 과격한 언행을 시민운동 내에서도 왕따. 거기서 비롯된 심리적 고립감에서 극단적 행위로..."라고 밝혔다.
조울증과 후유증에다 왕따에서 오는 심리적 고립감에서 극단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진 교수는 "결국 정체성의 문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신을 국가와 민족, 혹은 종교와 같은 대의와 전적으로 동일시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보하려 하죠. 표방하는 대의의 숭고함이 그것을 위해 저지르는 범죄를 정당화해 준다고 믿게 되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IS에게는 '종교', '일베 폭탄테러 고교생에게는 '국가', 과도 테러 김기종씨에게는 '민족'... 이 세 가지 형태의 극단주의의 바탕에는 실은 동일한 문제가 깔려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상이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의 분석대로라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사건과 같은 테러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즉 ‘외로운 늑대형’ 테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혼자 계획하고 단독으로 실행하는 자생적 테러를 말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경보를 울리고 있다.
윤민우 가천대 교수(경찰안보학)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최근 국내외 테러 동향과 테러공격 방법에 대한 분석”에서 국내의 경우에도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와 자생테러 가능성이 더욱 증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개인들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이나 증오의 표출 등의 이유로 표현적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국내친북극단세력, 탈북자, 조선족, 국내 사회불만그룹 등의 여러 세력 등이 자생적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사이버 공간의 활성화는 이러한 형태의 테러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며 또한 북한과 이러한 형태의 테러와의 결합 가능성 역시 우려된다.”
이번 주한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외로운 늑대형 테러와 자생테러’의 발생을 예방할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