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보면 언제부턴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 부담이 되고 있다. 명절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인데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났다. 여성들은 장시간 이동하여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명절 음식 준비, 상차리기 등 가사노동에 시달린다. 가부장적인 문화에 젖은 남성들은 명절이라도 음식 준비 등에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댁과 친정의 차별도 여전하다. 명절에 대부분 남편을 따라 시가에 먼저 갔다가 나중에 친정에 간다. 친정으로 먼저 갔다가 시가에 가는 경우는 아직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이 여성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고향에 빨리 가자고 하는데 아내는 천천히 가자고 한다. 남편은 설 쇠고도 더 있고 싶어하지만,  아내는 설날 당일날 출발하고 싶어한다.  

명절증후군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하는 점은 이 스트레스가 쌓여 부부 관계가 악화되면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절 이후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부부가 많다. 특히 설 명절에 주의해야 한다. 통계청이 인구동향 자료에서 2011년부터 3년간 월별 평균 이혼 건수를 분석한 결과 7월이 1만 4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설 명절 연휴에 갈등이 생겨 부부 사이가 벌어진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칼로 물 베기로 끝나지 않고, 끝까지 갈라서자고 맞서게 되면 여름에는 이혼하는 것이다. 명절에 스트레스 받는 일 없이 모두 즐겁게 보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모두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양성평등한 명절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즐거운 명절을 보내기 위한 작은 실천으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준비하는 명절로 보내자는 것이다. 명절 음식은 가족이 함께 만들고, 아빠가 솔선수범하여 가사분담을 실천한다. 서로에게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감사의 인사’를 나누자는 것이다. 남성들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것이 가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음주, 폭식으로 남성은 명절 후유증이 심하게 되는데 이렇게 함께하다 보면 후유증도 덜게 된다.
 

이번은 연휴가 5일이나 되어 귀성과 귀경이 한결 여유롭다. 명절에는 고향으로 가는 마음에 들뜨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이는지라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명절에 고향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 받은 것이다. 
 

시가에 가서 명절 음식을 혼자서 준비해야 하는 여성 말고도 명절 귀성이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취직 못한 자녀, 결혼이 늦은 미혼자…. 이로 인해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취직이나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얼마 전 구직자와 직장인 1546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조사한 결과 구직자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은 있니?’를 설날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았다. 직장인들은 ‘만나는 사람 없어? 결혼은 언제하려고?’가 1순위였다. 가족이라 내심 걱정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듣는 이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모처럼 만나 듣기 싫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 말을 해봐야 당사자에게 도움 되는 바도 없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설 명절에 듣기 좋은 말, 희망이 가득 담긴 말을 했다. 좋은 일을 들추어 하례(賀禮)를 했다. 승진하라든지, 병을 꼭 나으라든지, 이렇게 남이 바라는 바를 이야기했다. 그것도 과거형으로 승진하였다지, 과거에 급제하였다지. 이런 말을 덕담(德談)이라고 한다. 내가 하는 말이 덕담인지, 잔소리인지,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말인지 이번 명절에는 생각해가며 할 일이다. 올 설 명절부터는 명절 증후군, 명절 후유증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