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들의 성적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집에서는 게임만 하고 도무지 책을 펼치지도 않는다. 몇 번이고 다그쳐도 그때뿐이다. 불안하다. 커서 뭐가 될는지. 그런 아들이 땀을 흘리면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 두뇌의 평형감각과 지구력을 평가하는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에서다. HSP GYM을 마친 아들의 얼굴은 환했다. 대회가 종료되자 달려가서 안아주는 어머니는 눈물범벅이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모든 어머니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기뻐하는 모습은 대회에서 가장 큰 감동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충남 천안 국학원에서 열린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인성영재캠프도 마찬가지였다. 인내력과 책임감을 기르는 포스트게임이 펼쳐졌다. 조원과 함께 자리에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두 발로 물이 담긴 양동이를 들고 버텨야 한다. 목표를 달성한 남학생은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쉽게 포기한다고 한다. 체격은 좋은데 체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자가 만나본 아이들의 힘은 무한했다. 이들을 조언하는 멘토가 있고 목표를 가진다면 어떠한 꿈도 이룰 것만 같았다. 최근 안젤리나 졸리 감독이 연출한 영화 ‘언브로큰(Unbroken)’의 루이스 잠페리니가 대표적이다. 육상선수 국가대표이자 세계2차 대전의 영웅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에서 루이스는 이탈리아계 소년으로 미국 아이들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라는 놀림을 받았다. 가족에게도 말썽과 반항만 하던 그를 바꾼 것은 첫 번째 멘토인 형(피트 잠페리니)이었다. 동생의 달리기 능력을 보고 육상을 권한 것이다. 잘할지 모르겠다는 동생에게 “견딜 수 있으면 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루이스는 집념의 노력으로 19살에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이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5,000m 경기에 출전해 8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이 빛을 발휘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공군에 입대하면서다. 전투기 고장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추락한다. 동료들과 고무보트 위에서 47일을 버틴다. 일본 함선에 의해 포로로 잡혀서 보낸 850일은 ‘이곳이 지옥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때 2번째 멘토 피츠 제럴드 중령을 만난다. 그는 함께 포로생활을 겪으면서 이렇게 조언한다. “저들에게 이기는 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거야. 그게 우리의 승리지!“라고. 이어 극적으로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한계를 극복한 루이스는 더 이상 영웅의 수준이 아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일본 전범마저 용서했기 때문이다. 거의 성인(聖人)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한국의 정신문화유산인 『참전계경』에서 “용서는 사랑을 바탕으로 생겨나며 자비로운 마음에서 일어나고 어진 마음의 결정체”라며 “용서야말로 참지 못하는 것을 참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내 중의 인내는 용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년의 그와 인터뷰한 작가 로라 힐렌브랜드는 “무엇보다도 루이스가 평온한 말투로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용서했다고 말했어요. 나는 그 점에 끌렸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는 소설로 출간됐고 무려 185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이를 영화로 만든 안젤리나 졸리는 최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야기는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대한민국의 청소년을 본다. 초중고 12년 동안 문제풀이만 하고 있는 그들에게 꿈을 묻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 안정적인 교사와 공무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가 선호하는 직업순위와 비슷하다. 하지만 미래는 유동적이다. 자녀의 미래는 부모가 겪었던 변화보다 더 많은 변화의 파도가 칠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견뎌내고 꿈을 이룰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루이스에게 멘토와 목표가 없었다면 어떠한 미래를 맞이했을까? 또 어릴 적에 기른 인내력이 없었다면 고무보트 위에서 삶을 포기하고 죽은 동료와 같은 운명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삶의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고故 루이스 잠페리니(Louis Zamperini, 1917~2014)를 영화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