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임시완 분)와 정반대의 인물이 있다. 원인터내셔널 철강팀 신입사원 장백기(강하늘 분)이다. 이력서가 모자랄 만큼 완벽한 스펙을 자랑한다. 인턴시절 프레젠테이션(PT) 면접에서는 흠 잡을 수 없는 실력으로 정규직으로 입사한다. 계약직으로 입사한 장그래와 비교가 된다. 

그러나 이후 장그래는 장백기와 달리 승승장구한다. 13화에서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의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 숨은 공로로 장그래가 주목받기에 이른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 장그래와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장백기의 엇갈린 모습이다. 
 
동기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나가던 선배들은 장그래를 붙잡고 한 수 가르쳐달라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지켜본 장백기는 열등감으로 자리를 피한다. 이때 한석율(변요한 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한다. "역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어" 라고. 그렇다면 무엇이 우선이란 말인가? 이에 대해 지난 기자수첩에서 스펙이 아니라 인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바로가기 클릭)
 
‘인성은 우리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제1회 국회의장배 중·고교생 스피치토론대회가 1일 막을 내렸다. 9월부터 3개월 동안 예선과 본선, 1박2일 합숙훈련과 결선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6일 본선대회에서 만난 국회 관계자는 “본선을 통과한 학생들 중에는 스피치학원에서 준비한 원고로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언제 손을 들고 표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원고에 세세히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인성이 웅변대회처럼 말솜씨로도 수상이 가능함을 비춘 대목이다.
 
12명 스피치부문 결선진출자 중에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학교와 학원이 아니라 세상과 부대끼며 1년을 보낸 양성훈 군이다. 
 
양 군은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한 후 스스로 인성영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게임만 하던 아이였는데, 집안일을 돕는 동생으로 바뀌었다고 누나 양은영 씨가 전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항상 웃고 인사 잘하는 태도로 사장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인성의 변화를 성적이 아니라 자신감과 솔선수범에서 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5분 스피치로 인생의 변화를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결선에서는 장려상인 국회사무총장상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 유은주 씨는 “제 마음은 대상이에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양 군의 변화가 가족의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바야흐로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이 아니라 인성점수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것을 길러내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주목받는 이유다. 아버지 양승열 씨가 아들이 다른 학생들처럼 1년을 보냈다면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 대상이나 국회의장배 수상과 같은 결과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생’ 장그래는 학교와 학원이 아니라 바둑에서 인생을 배웠다. 인성영재 또한 각자의 바둑판으로 1년을 설계한다. 그들을 격려하고 도와야 하는 것은 성적이 아니라 인성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