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보세요. 말이 필요 없어요.”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관람하기 전에 들었던 말이다. 개봉한 지 19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오죽하랴. 3시간 동안 화장실도 다녀오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있기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힘이다. 
 
지구인들은 황사와 식량 위기에 처한다. 농부로 살고 있던 왕년의 우주비행사가 제2의 지구를 찾는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상대성 이론이나 블랙홀 등 과학적인 지식과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가족애를 담았다. 이러니 남녀노소 누구나 극장 문을 여는 것 같다.
 
주목되는 것은 영화 한 편으로 끝나지 않는 대중의 욕구다.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라는 반응이 그것이다. 지난해 중력의 공간을 우주적으로 재현한 ‘그래비티(Gravity)’의 흥행에 이어 올해는 인터스텔라까지. 지구 밖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서양의 천문이 아니라 국학(國學)에서도 해, 달, 별에 대해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여기서 국학이란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선도(仙道)에 뿌리를 둔다.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등 외국의 정신이 들어오기 이전의 역사와 문화를 말한다.)
 
한국선도의 철학을 전하는 『삼일신고』 의 첫 장은 신(神)도 인간(人間)도 아니다. 하늘(天)로부터 시작한다. 
 
“저 파란 창공이 하늘이 아니며 저 까마득한 허공이 하늘이 아니다. 하늘은 얼굴도 바탕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위아래 둘레 사방도 없고 비어 있는 듯하나 두루 꽉 차 있어서 있지 않은 곳이 없으며 무엇 하나 포용하지 않은 것이 없다.- 「천훈」”
 
이어 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탄생을 폭발로 설명한 점이 흥미롭다.
 
“끝없이 널린 저 별들을 보라. 이루 셀 수가 없으며 크기와 밝기가 다 다르다. 하느님께서 온 누리를 창조하시고 우주 전체에 걸쳐 수 백 세계를 거느리고 있으니 너희 눈에는 너희가 사는 땅이 제일 큰 듯하나 한 알의 구슬에 지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온 누리를 창조하실 때, 중심의 거대한 기운 덩어리가 폭발하여 무수한 별이 생겨나고 바다와 육지가 이루어져 마침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 「세계훈」”
 
우주의 탄생은 거대한 폭발로 이뤄졌다는 빅뱅(Big Bang)은 영화에서도 소개됐다. 빅뱅은 블랙홀로부터 생성됐다. 물론 삼일신고의 세계관이 빅뱅 이론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는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선인(仙人)들의 창조론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단군세기』에도 천문기록이 있다. 고려시대 문신 이암(李嵒, 1297~1364)이 저술한 것으로 1대 단군부터 47대 단군까지 2000년의 역사를 밝혔다.
 
13세 흘달 단군 편에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한 자리에 일직선상으로 배치되는 천문현상을 기록했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원전 1733년 우리 조상들은 천문현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보는 한국인은 1천만 명이 넘을 것이다. 천문학에 대한 관심도 계속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주개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필요하다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주선을 만드는 데 쏟아 붓는 세금의 1%도 안 되겠지만, 국학(國學) 연구에도 지원이 뒤따랐으면 좋겠다. 하늘을 사랑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철학에서 천문학이 더욱 꽃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