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신문사에 가려면 강남구청역에서 분당선 선릉역으로 갈아타야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다. 환승하는 사람들과 함께 전동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5분이 지나도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느낌이 묘했다. 문득 ‘내가 타야 할 차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강남구청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내려서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동차에 있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뉴스가 떴다. 6월 5일 오전 6시 34분 선릉역에서 분당 방면으로 향하려던 전동차 지붕의 전기절연장치(애자)가 일시적인 고전압으로 파손됐다는 것. 이 사고로 후속 열차 승객들은 선로 위에 멈춘 전동차에 20분을 갇혔다.

이런 나를 두고 명상을 해서 그런지 ‘육감(六感)’이 발달한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주관적인 체험에 불과하다. 단지 육감의 사례로 동물의 경우가 있다. 2004년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로 1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야생동물의 피해는 적었다. 당시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는 지진해일이 밀어닥치기 전 영양 떼가 해변에서 언덕으로 이동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가 고대 로마와 그리스 등 역사적으로도 많았다고 보면 흥미로운 일이다.

아무튼 올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려움 중에서도 ‘대형사고’가 많았다.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와 4월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이다. 밖에만 사고가 있었는가? 아니다.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 제자 성추행 서울대 교수 구속, 대한항공 땅콩회항 등 내부 사고도 잦았다. 학교, 군대, 기업 등의 문제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마침내 터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외부 사고를 두고 늘 하는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평소에 위기관리가 중요하다’고.

그럼에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지 않는가? 세월호 사고 일주일 뒤에 충주로 취재차 내려가는 버스 안이었다. 촌이라 그런지 승객은 5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기사는 안전띠를 매지 않고 한 손에 폰을 들고 운전하고 있었다. 의자에 기댄 채 자는 승객이나 통화하는 운전기사를 보면서 제2의 세월호는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그래서 처벌과 같은 강제성만으로 안 된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올해 7월 인성회복국민운동본부가 창립한 이유다. 이수성 총재(전 국무총리)는 “비극적인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는 것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라며 “물질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홍익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익(弘益)이라고 하니 교과서의 단어로만 알지만, 실은 공감(共感)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2주 전에 겪은 일이다.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로 가던 지하철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 노인이 졸도한 것이다. 대부분은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일어나지는 않았다. 노인석 주변의 할머니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쓰러진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웠다. 전화를 걸었고 강남구청역에서 2명의 승무원이 나왔다. 다음날 같은 지하철에서 할아버지는 할머니들과 환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두 할머니는 지하철에서 내리고 ‘걱정했는데, 잘됐다’라며 자기 일인 양 좋아했다. 그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느꼈다. 같은 상황에 지켜본 사람들이 무심하게 대한 것과 달리. 부지런히 움직였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지식과 경험 이전에 공감일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명상훈련으로 향상된다고 최근 뇌과학에서 밝혀졌다. 인성회복국민운동본부의 강사들이 학교와 관공서 등에서 명상을 적극 활용한다. 타인과의 공감능력 뿐만이 아니라 자기조절능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 학교, 군대, 직장 어디서든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공동체도 없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올해 사건∙사고는 더 나은 나라를 만들라는 교훈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 시작은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명상훈련에서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