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은애 기자
얼마 전 부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이 쓴 '여덟 살의 꿈'이라는 자작시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나는 사립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미용사가 꿈인 아이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민사고와 하버드대를 가야 한다. 정작 자신의 꿈과는 큰 관련 없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학벌과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얼마 전 복지부는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4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한국 아동종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꼴찌를 차지했다. 회원국 가운데 아동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94.2점, 꼴찌에서 두 번째인 루마니아도 76.6점으로 우리와 16점 이상 차이가 났다. 아동 스스로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동·청소년 결핍지수’ 역시 54.8%로 꼴찌였다.

결과는 아아러니, 모순 그 자체다. 1등을 강요하지만 정작 행복지수는 꼴찌인 나라. 대체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첫번째가 '정기적인 취미생활'로 52.8%를 차지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도 모른 체 무작정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1월 9일, 두뇌발달체계에 기반한 체험적 방법론을 접목한 학문인 뇌교육학회가 창립했다. 이날 학회창립기념 학술세미나에서는 혁신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학생들은 학교 입학 후 인간애와 초월성 등 인간의 긍정적 특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할 만큼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애착이 매우 높고, 이를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 성향도 크게 향상되었다.

벤자민 학생들의 이야기는 연구결과를 입증한다. 이들은 학교 필수교육과정인 아르바이트 및 직업체험으로 사회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이 커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지면서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노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부분은 '꿈'을 생각하기 이전에 '대학'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벤자민학교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앞에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제정·선포했던 자리로 현재 ‘세계 어린이 운동 발상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유엔의 ‘세계 아동인권 선언’보다 30년 앞선 이 기념비에는 방정환 선생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 삼십 년 사십 년 뒤진 옛사람이 삼사십년 앞선 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어른들에게 내리눌린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우리나라, 그래서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인 나라로 남아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기 전, 진정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지 한 번쯤 생각할 시간을 주었으면 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