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은 연구하여 이를 외국에 알리기 위해 영문으로 'Arirang of  Korea(이지출판)'를 펴낸 이정면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가 이번에는 한일 고대사를 다룬 책을 발간했다. '일본 고대국가는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고대 한일 관계사의 진실(이지출판)'이 그것이다. 이 책은 한반도 이주민이 고대 일본국가 형성에 미친 지대한 역할과 그 기여에 관해 본격적으로 파헤친 역작이다.

저자는 말한다. 일본 고대 한반도 이주민에 관한 연구는 들어가기는 쉬워도 빠져나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난마처럼 엉클어진 문제들이 무척 많고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라고. 그중 하나가 문헌 정리작업. 자료가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등 매우 다양하고, 특히 지명과 인명 등의 발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렵다. 이런 일을 이 교수는 왜 했을까?

▲ 이정면 교수가 펴낸 '고대 한일 관계사의 진실(이지출판)' 표지.

이 교수는 일찍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일본말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기에 이 분야의 선학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놓은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문제에 관한 연구 가능성을 엿보게 해 주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연구를 시작하여 이번에 '일본 속에 살아 있는 한국 문화'를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쓰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초 일본 쑤쿠바대학교에 초빙교수로 가 있을 무렵 일본 고대 나라(奈良) 지역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나라 지역의 풍경이 신라 고도 경주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나라의 사적을 보고 한국과 고대 일본과의 깊은 역사적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이것은 정말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다'고 자신에게 말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연구를 시작했다.

 1982년부터 매년 현장 자료를 수집하고 한반도 이주민 관련 학술자료를 얻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이 교수는 사회학, 민속학, 역사학, 지리학, 인류학, 고고학, 인구통계학, 건축 등에 관한 일본 학자들의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관련 현장 조사 및 답사를 반드시 했다.

30여 년간 긴키, 간토, 이즈모, 규슈 북부 등 일본 지역을 답사하여 한반도 이주민과 관련된 유물과 유적을 조사하고, 한국, 일본, 중국의 방대한 자료와 현지 인터뷰를 통해 사실(史實)을 검증해냈다.

고대 한국인들은 왜 일본으로 건너갔는가? 이 교수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끊없는 전쟁이 원인라고 지적했다. 고대에 가야, 백제, 신라, 고구려 4개국이 서로 전쟁을 거듭하여 이 전쟁을 피해 한반도인들은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 일본은 한국에 비해 문화가 뒤지고 새로운 문화를 갈망하고 있던 때라 한반도에서 온 이주민을 후히 대접하고 환영했다. 이주민은 규슈 북부, 야마토분지, 기비(吉備)지방, 산인, 호쿠리쿠 지방, 간토 지방 등에 집중된다.

이 교수는 이 이주민이 일본에 정착하여 살면서 남긴 유물 유적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일본의 한국식 지명, 신롱석(신을 모시기 위해 에워싼 돌), 백제에서 전파된 아스카 불교, 백제 이주민이 세운 이시도사(石塔寺) 석탑, 한반도 삼국시대 불교 조각의 흔적 마애불, 일본에 건너간 한반도의 제지 기술, 하타 씨족과 직조 기술, 일본에 전파된 가야 토기, 가야가 전해준 제철 기술 다다라, 망명 백제인들이 쓴 시집 만요슈, 고대 일본으로 전파된 한반도의 아악, 한반도와 관계 깊은 신사와 사찰, 칠지도, 다카마쓰즈카(高松塚) 고분 벽화, 사기모리와 아즈마국, 야세, 오하라, 시라가와의 한반도 이주민 등을 다루었으며, 역사지리학의 관점을 비롯하여 정치학, 경제학, 군사학, 기술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한반도 이주민이 고대 일본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반도 이주민이 고대 일본에서 가장 현저하게 기여한 분야 중의 하나가 정치이다. 당시 한반도 이주민이 정부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는데, 토착 일본인들보다 한문에 능통하고 학문적인 훈련을 거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이주민과 그의 후손들은 외교에 정통했기에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해외 임무, 외교문서 기안, 통역 및 번역, 문서 보관, 외빈 접견과 관련된 직업은 대부분 한반도 이주민의 몫이었다.

종교분야에서도 불교 전파 및 사찰 건축, 불교 석탑의 축조, 불상 제작에도 한반도 이주민들이 함께 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황무지 개간, 저수지 조성, 말 사육, 양잠업 등도 한반도 이주민들이 주로 종사했던 직업이다. 야금술, 산업예술, 염색, 가죽공예, 목공, 기와, 미술, 양조 등도 한반도 이주민이 했다. 한반도 이주민들은 군사적으로도 활약했다.

한자, 한시, 유교, 법령, 수학, 의학, 군사기술, 달력, 천문, 음양학, 음악, 기타 다양한 지식이 한반도 이주민에 의해 전파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결론을 말한다면 백제를 중심으로 가야, 신라, 고구려 등 한반도 4 국에서 일본으로 건나간 이주민에 의해서 일본 고대가 역사적 창조물로 생성 발전하였으며, 그것이 바로 일본 고대국가의 토대가 되었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이렇게 한반도 이주민은 고대 일본에서 큰 활약을 했지만, 일본의 정사를 비롯한 고대사가 적지 않게 왜곡된 채 기록되어 있다. 이 왜곡을 덮어두면 일본 고대사는 완전히 구름이나 안개에 뒤덮인 암흑 속에 매장되어있게 된다.

그러므로 일본 고대사가 이 암흑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일본 정사(正史)인 '일본서기' '고사기'의 그릇된 기록에서 빠져나오는 길밖에 없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일본 고대사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서는 고대 일본과 한반도 간에 이루어진 교류의 진실, 특히 한반도 이주민과 그들이 말하는 도래문화가 일본 고대사에 미친 영향과 역할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한다.

  이 책은 곧 영문판으로 출간되어 외국 독자들이 고대 한일 관계와 동아시아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