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하마도> 1923년. 국립민속박물관소장지운영(池運英, 1852~1935) 작 버드나무 아래의 말을 그린 그림이다. 버드나무는 유구함과 왕조와 같은 안식처를 상징하고 그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말은 왕조에 대한 충성과 벼슬을 의미한다.(제공=국립민속박물관)

말(午)은 십이지의 일곱 번째 동물이다. 시각으로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으로는 정남(正南), 달로는 음력 5월에 해당한다.

그런데 말띠 관련해서 ‘말띠 여자 팔자 세다’라는 속담이 있다. 정말 그러할까?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중국이나 우리나라 문헌 자료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라며 “일본에서 건너온 속신(俗信)”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말띠에 태어난 사람은 기질이 세서 이 띠에 여자가 시집가면 남편을 깔고 앉아 기세를 꺾기 때문에 말띠 태생의 부인을 경원하는 습속이 있었다. 이 속신이 대일항쟁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장)은 지난달 20일 갑오년 말띠 국제융합학술대회에서 한민족의 원류로서 말을 강조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건국신화에서 말은 빼놓을 수 없는 상징물이다. 고구려 벽화에서 보듯이 말을 타고 180도로 몸을 돌려 사냥감을 향해 활을 쏜다. 이 놀라운 기사(騎射)를 보면서 한국 문화를 중국이나 일본의 농경문화적 차원에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왕자를 찾으러 일본으로 건너가려는 남편을 만류하기 위해 박제상의 아내가 말을 타고 뒤쫓는 <삼국유사>만 보아도 말이 얼마나 한국인의 생활 속 깊이 배어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한족은 말을 탄 유목민에게 압박을 받았다. 거대한 만리장성이 말에 대한 콤플렉스의 산물이라고 이 전 장관은 말했다. 또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원래 뜻은 가을이 되어 살찐 말을 타고 수확한 농작물을 약탈하러 오는 기마족을 두려워하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저서 <일본문화의 뿌리는 한국의 마문화(馬文化)>에서 “일본에서 말은 원시시대 이후 서식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일본에 말이 등장한 시기는 <일본서기>와 <고사기>에 나온다.”라고 밝혔다.

<고사기>(古事記 ,712)에는 “오진천황 때 근초고왕이 암말 1필과 수말 1필을 아치키시(阿知吉師)편에 보내주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아치키시’는 백제 왕자 아직기(阿直岐)다.

기마민족이 일본으로 건너간 발자취는 각 유적과 지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고구려인이 상륙한 일본 동해안(가나가와현)의 우마이리카와(馬入川)도 기마민족이 진입했음을 입증하는 지명이다. 이 터전에는 지금도 행정구역 명칭이 고구려를 가리키는 고마산(高麗山)과 고마(高麗)거리가 있다.

▲ <12지 말 그림> 1977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불교에서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한 영산재(靈山齋) 때 사용하는 신장(神將) 그림이다. 백여 년 전 제작된 봉원사 소장 12지 신장 그림을 만봉(萬奉) 스님이 모사한 것이다. 불교에서 말은 생전(生前)과 사후(死後) 금은(金銀) 지전(紙錢)을 부처님 앞으로 나르는 역할을 한다.(제공=국립민속박물관)

말 그림 유물 등 다채로운 전시회 열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4년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를 맞아 2월 1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힘찬 질주, 말’을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회화를 비롯한 사진, 민속자료 등 말과 관련된 63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전시장은 ‘말과 탈것’을 중심으로 야생마(진화)→길들이기(馴化)→사람 승용(1단계)→신·영혼 승용(2단계)→19세기 말, 승용으로서 말 용도의 점진적 소멸과 기차·승용차 등 대용체의 점진적 증가라는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차례로 꾸몄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5시(화요일 휴관), 무료 관람. 문의) 02-3704-3152

경기도박물관은 2014년 12월 31일까지 '2014 갑오년 말띠해 틈새전: 말 타고 지구 한 바퀴'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세계 각국의 말 관련 전시물을 통해 인류 역사에서 친숙한 삶의 동반자로서 말이 차지하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 <등자> 조선 후기,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두 발을 딛고 말을 타는데 쓰이는 마구(馬具)이다. 금과 은으로 입사(入絲)되어 매우 고급스러운데 궁(宮)에서 사용된 것으로 짐작된다.(제공=국립민속박물관)

경주 금령총에서 나온 '기마 인물형 토기',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 구석기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에 있는 말 그림 사진을 만난다.

또한 '말 모양 허리띠고리' '말갖춤(말을 부리는 데 사용되는 도구들)' '마패' 등 경기도박물관 소장 유물도 볼 수 있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달 첫째·셋째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만 7세 이하 무료. 문의) 031-288-5400

인사동 쌈지길은 2014년 1월 31일까지 '말달리자' 전시를 연다. 디지털 아티스트 박승우 작가를 필두로 김현미, 장석우, 박세진, 지과자, 최승우, 김정수 등 7인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생동감 넘치는 말 일러스트와 말 캐릭터를 페이퍼아트로 만든 작품 등 7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운영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30분(1월 1일 휴관). 무료 관람. 문의) 02-736-0088

롯데백화점 본점 12층에 있는 롯데갤러리는 청마(靑馬)의 해를 맞아 2014년 2월 3일까지 'Blue Horse-청마시대'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몽골·호주 작가 28명이 회화·조각 등 말을 주제로 한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들의 작품과 말 모양의 인형, 캘린더, 엽서 등 상품도 판매한다. 운영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공휴일 휴관), 무료 관람. 문의) 02-726-4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