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은 극단적인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학교는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고 경쟁시킨다. 반면 대학과 기업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며 집단토론을 시키고 인성검사를 한다. "공부하라!"며 아이들을 내몰 때는 언제고 막상 사회에 발을 내디딜라치면 '창의'와 '인성'을 요구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가.

이 아이러니에 정면돌파하는 학교가 있다.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www.benjaminschool.kr)이다. 1년 동안 학교 대신 세상을 학교 삼아 진로체험과 예술활동, 멘토링을 통한 적성 체험을 할 수 있는 학교다. 벤자민학교는 인성이 뛰어난 인성영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이를 풍부하게 할 다양한 활동은 학생들로 하여금 절로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한다.

▲ "우리는 나와 민족과 인류를 구하는 인성영재입니다!" 캠프를 마치고 국학원 옆 잔디공원에서 '인성영재'를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밝고 환하다.

학습과 인성을 겸비한 벤자민학교를 체험할 수 있는 인성영재캠프가 지난 8월 11일부터 이틀 동안 충남 천안 국학원 본원에서 개최되었다. 벤자민학교가 주최한 이번 캠프에는 전국 각지에서 ‘인생을 바꾸는 꿈의 1년’을 체험하고자 하는 123명의 중학교 3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과 십여 명의 학부모가 참가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성적 vs 인성, 이 모두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꿈’이 있어야 한다

- 캠프 첫째 날

‘제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공부는 많이 하는데 성적이 안 올라서 고민입니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 ‘제가 싫어하는 건 아는데 좋아하는 건 뭔지 모르겠어요’ … 캠프에 앞서 제출한 사전 설문지에서 학생들이 한 질문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제 꿈이 뭔지 모르겠어요."

인생이란 각자의 보물섬에서 금은보화가 가득한 보물을 찾아가는 긴 여행과도 같다. 이 여행을 즐겁고 또 행복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분명해야 한다. 보물의 위치와 현재 나의 위치이다. 나의 꿈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꿈에 이르기 위해 현재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때 길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늘날 학생들이 학교에서 꿈이나 적성, 성향과 같은 것을 배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학생들은 모두가 생각하는 ‘꿈’이라는 직업과 그 꿈에 이르는 한 가지 방법(공부)만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사회는 학생들에게 ‘왜 꿈이 없느냐’고 닦달하며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단정 지어버린다.

인성영재캠프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바로 청소년기의 ‘뇌’를 바르게 아는 것이다. 사춘기는 전두엽이 발달하면서 뇌회로에서 '가지치기'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이때 반항을 하거나 정서가 불안정한 것은 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캠프 김완주 트레이너는 "이러한 뇌의 특성을 알고 잘 계발하면 청소년기 특유의 도전적인 기질이나 열정을 살릴 수 있다. 이는 10대인 여러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지금 여러분에게 좋은 경험과 다양한 체험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청소년기 뇌를 발달시킬 수 있을까? 김 트레이너는 청소년기 뇌 활용법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 ‘나는 내 뇌에 어떤 정보를 주고 살았는가?’, 두 번째 질문 ‘나는 가치 있는 꿈을 꾸고 또 이뤄나가기 위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가?’

김 트레이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성적이 나쁘면 꿈조차 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지수는 3년 연속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를 하고 있고 청소년 우울증은 6년 사이 40%나 증가했다”며 “이는 뇌의 주인인 내가, 여러분이 자신의 뇌에 좋은 밥, 즉 긍정적인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인성영재캠프 첫 날 모습.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창의력'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장을 느끼는 체험 중인 학생들. 에너지스톤을 통해 친구와 에너지를 함께 느낀다.   2. 양손바닥을 마주하면 에너지스톤 없이도 혼자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3. 마시멜로우게임. 한 손만 사용해서 마시멜로우와 스파게티면을 연결해 3층 구조물을 만든다. 조원들과 함께 협동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임.   4. 인내심과 책임감을 체험하는 세숫대야 들어올리기. "화이팅" "할 수 있다"를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하루사이 성장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뇌에 좋은 밥을 주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가치 있는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다. 이를 위해 인성영재캠프에서는 벤자민학교가 지향하는 인성영재의 5대 덕목(창의력 집중력 포용력 인내력 책임감)을 주제로 한 게임과 체험활동이 진행되었다.

캠프는 창의력을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고 평소에 인식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공기나 에너지와 같은 존재를 느낌으로써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기명상(에너지스톤명상)’이 진행되었다. 학년별로 12개 조로 나뉜 학생들은 저마다 에너지스톤을 들고 혼자서 혹은 친구와 함께 자력을 느끼면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세상을 체험하였다.

이어진 체험활동에서는 인내심과 책임감을 주제로 조별 활동이 이뤄졌다. 둥글게 누운 채로 모든 조원이 발을 들어올려 물이 담긴 세숫대야를 제한 시간 동안 쏟지 않고 들고 버티는 것이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처음에는 삐뚤삐뚤 마음이 맞지 않아 세숫대야가 위태로웠지만 이내 학생들은 서로에게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손에 손을 잡고 목표로 한 시간을 버텨냈다.

김 트레이너는 “인내심은 세상을 이겨내는 힘이고 책임감은 이 세상을 함께 살아나가겠다는 다짐”이라며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고 짜증이 났지만 혼자가 아니라 우리였기에 다 함께 해냈다. 경험을 통해 사람은 반드시 변하게 되어있다. 그러니 꼭 좋은 경험을 하라”고 이야기했다.

시키는 것만 하는 내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할까?
스스로 해본 적이 없을 뿐, 기회가 주어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

- 캠프 둘째 날

본격적인 ‘꿈 찾기’와 함께 꿈을 찾는 그 길을 가고 있는 선배 벤자민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무대에 오른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은 “꿈이 없다는 여러분의 고민은 꿈을 찾는 순간 여러분을 크게 점프시켜 줄 것”이라며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보내게 될 1년은 ‘Dream Year Project’라고 하여 내 꿈을 찾아 인생을 바꾸는 1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적에만 급급해 자신의 고민을 돌아볼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벤자민학교는 1년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제공한다. 교육 내용은 ▲뇌활용영역 ▲자기계발영역 ▲진로체험영역 ▲글로벌리더십 등으로 진행된다. 벤자민학교에 재학 중인 1기 학생들이 특히 강조한 것은 바로 멘토링과 직업제험활동이었다.

이태수 군(17)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다양한 손님들을 대하면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매일 체험하고 또 바뀌고 있다”고 했다. 박정은 양(18)은 “역사학자가 꿈인데 학교에서는 역사 관련 책을 읽고 있으면 선생님이 시험공부나 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벤자민학교에서는 실제 대학이나 연구원 교수님들이 나의 멘토가 되어 조언과 함께 방법들을 많이 알려주신다”고 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인성영재캠프 둘째 날 모습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벤자민학교를 통해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캠프 참가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2.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의 질문 시간. '성적'이 아니라 '꿈'을 말하는 벤자민학교 1기 학생들에게 캠프 참가 학생들이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3. 인성영재캠프 수료증을 받는 시간. 김나옥 교장이 두 학생 대표에게 수료증을 전하고 있다.   4. "나는 나와 민족과 인류를 구하는 인성영재다!" 외치는 학생들의 눈에서 총기가 느껴진다.  

벤자민학교 재학생들과의 만남에서는 캠프 참가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학교로 돌아갔을 때 한 살 어린 후배들과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스로 공부하고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박정은 양은 “요즘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대부분 휴학을 하고 적성이나 진로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 벤자민학교는 청소년기에 내 꿈을 위한 시간을 가짐으로써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자기 삶을 계획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자기주도학습에 대해서는 “자기가 주도적으로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 문제다. 기회가 주어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김 교장이 설명했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알게 되었고 이때를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만난 학생들에게 남은 것은 바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김완주 트레이너는 “누구나 인성영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인성영재가 될 수는 없다”며 “인성영재가 되고자 한다면 바로 ‘가치 있는 꿈’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 공무원, 의사와 같은 ‘직업’이라는 꿈이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삶에서 추구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인성영재캠프에서는 이 ‘가치’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이왕이면 나와 민족과 인류를 이롭게 하는 가치를 선택하기를 권했다. 우리 뇌는 좋은 정보를 먹으면 좋은 뇌가 되기 때문이다.

캠프 결과는 놀랍다. 캠프 직후 실시한 설문에서 교육 만족도는 93%가 나왔고 학생 70%가 입학상담을 요청했다. 이국연 군(19)은 “원래 부정적이고 자신감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캠프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끼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고 1, 중 3 두 딸이 캠프에 참가한 학부모 조선명 씨는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청소년기 아닌가. 평소에도 대안학교에 관심이 많았는데,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캠프라서 두 딸에게 권했다. 캠프를 보면서 벤자민학교에 대한 마음도 커졌다. 가족과 함께 잘 논의해서 딸들의 학교 입학도 결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주최하는 인성영재캠프는 앞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확정된 캠프 장소와 일정은 다음과 같다. (▲송호청소년수련원(충북 영동) 9월 20~21일, 10월 25~26일, 11월 15~16일, 12월 20~21일 ▲국학원 본원(충남 천안) 12월 27~28일) 캠프 신청 문의 사항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전화 02-3014-5507)로 하면 된다.


글/사진=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