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교수
치우천왕은 하삭河朔(현 하북성 북쪽 일대)에 웅거하여 파병 준비를 하였다. 81명의 장수를 가려 뽑아 연맹군을 만들었다. 전력 향상을 위해서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청동 및 철제무기를 제작하기로 하고 갈로산葛盧山에서 쇠(金)를 캐내어 검劍, 개鎧, 모矛, 극戟, 대궁大弓 등을 제작하였다.

배달연맹군은 색도索度(하북성 북쪽)로부터 진군하여 먼저 탁록涿鹿(현 하북성 탁록현)을 함락한 후 1년 안에 9개 제후국을 복속시켰다. 다시 옹호산雍狐山에 가서 구치九治를 이용해 쇠(金)를 캐내 예과芮戈·옹호극雍狐戟을 만들었다. 동·철제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배달군은 화하족으로부터 ‘동두철액銅頭鐵額’의 별명을 얻게 되었다.

치우천왕은 몸소 연맹군을 이끌고 신농국의 수도 공상(현 하남성 회양)으로 진격하였다. 치우천왕군은 공상을 함락한 후 탁록으로 도망간 신농국왕 유망과 소호를 추적하여 항복을 받아내었다. 이 해 안에 12개 제후국을 합병하였다. 

신농국에 밀리고 있던 소호국(구려국)은 치우천왕군의 개입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여 내부의 혼란을 정리하고 새롭게 진영을 정비, 치우천왕군의 선두가 되었다. 이는 유망에 복속되어 유망의 명에 따라 치우천왕군을 공격하였던 소호가 치우천왕에게 항복하여 치우천왕군의 선두가 되었던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치우천왕군과 소호군의 긴밀한 연대는 ‘헌원이 복희-소호-치우를 차례로 죽이고 제위에 올랐다’는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 배달국 홍산문화의 천부인(팔엽옥부八葉玉斧)과 단군조선의 천부인(‘청동팔주령靑銅八珠鈴’) : 중앙은 우주의 중심이자 근원적 생명에너지가 펼쳐져 나오는 ‘천부’ 자리, 외곽의 여덟 가지는 ‘기․화․ 수․ 토’로 이루어진 물질세계를 상징한다.

상기한 바 ‘치우천왕이 갈로산과 옹호산에서 쇠를 캐내어 각종 철제 병기를 제작하여 9개 제후국을 복속시키고 이어 12개 제후국을 복속시켰다’는 내용은 선도사서『환단고기』중에 기록된 내용인데,『관자』에는 이와 똑같은 단어 및 문장을 그대로 사용한 글이 실려 있어 주목을 요구한다. 『관자』이외의 많은 중국 측 기록들도 치우천왕에 의해 철제무기, 가죽 갑옷, 기치旗幟 등 각종 병제兵制가 창시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동두철액’이라는 표현에서 치우천왕이 사용한 금속병기는 청동제 및 철제임을 짐작해보게 되는데, 한·중 기록은 한 결 같이 철제무기를 거론하고 있다.

근래 청구가 자리하였던 요서지역의 우하량 유적에서 기원전 3,000년경의 동편銅片이 발견되는 등 요서지역 청동기 편년이 기원전 3,000년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으니 치우천왕이 활동하던 기원전 2,600년경 청동제 무기 사용은 무리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반면 철제 무기에 대해서는 고고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형편이다. ‘철鐵’의 고자古字가 ‘銕=金+夷’인 점을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의 발굴 추이 등을 두루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천부의 신 치우천왕상 : 곰의 형상을 한 뇌신雷神 치우천왕이 우주의 중심인 ‘천부’의 자리에서 8개의 북으로 표현된 바 ‘기 화 수 토’로 이루어진 물질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치우천왕군에 의해 신농국 유망이 패망하고 신농국의 영향하에 놓여 있던 소호국이 다시 배달국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자, 신농국 유망의 신하이자 토착민의 우두머리인 공손 헌원이 화하족을 끌어 모아 군대를 일으켰다. 거병 목적은 배달국 개창 이래의 천손문화권에서 벗어나 ‘스스로 천자가 되고자 한 것’, 곧 독자적 천하질서를 이룩하고자 한 것이었다.

치우천왕은 항복한 장수 소호로 하여금 탁록에 나아가 헌원 연맹군과 대적하게 하였는데, 헌원이 굴복하지 않자 몸소 보·기병을 거느리고 탁록의 ‘유웅有熊 들판’으로 나아가 격퇴하였다.(‘탁록대전涿鹿大戰’) 탁록대전 시 치우천왕이 반포한 ‘탁록격涿鹿檄’에서는 치우천왕의 천손문화에 대한 인식 및 중원 경략의 진정한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치우천왕은 먼저 자신에 대하여 ‘해의 아들’, 곧 ‘천·지·인 삼원(천부)’의 정통 계승자’로서 천손문화를 이끄는 '스승이자 군왕'임을 천명하였다. 이어 이러한 자격으로서 ‘만세의 공의公義’, 곧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 사람속의 본질인 ’천·지·인 삼원(천부)‘을 회복하겠다’는 맹세를 하였음을 분명히 하였다.

다음으로 헌원이 ‘삼신(천·지·인 삼원)의 원리’, 곧 내면의 ‘천·지·인 삼원(천부)’을 자각하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켜 천손문화권을 혼란에 빠뜨리니 이를 바로세우기 위해 토벌을 행하는 것이라며 용병의 이유를 명백히 하였다.

마지막으로 치우천왕이 헌원에게 요구한 것은 헌원의 내면에 자리한 본질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곧 ‘스스로의 성품에서 구해보면 이미 뇌 속에 자리하고 있다(自性求子 降在爾腦)’고 하였는데, 주지하듯 이는 거발한 환웅대에 반포된『삼일신고』중에 나오는 구문이다.

이처럼 ‘탁록격’에는 치우천왕의 중원 경략의 진의가 잘 나타나 있다. 치우천왕은 신농국을 징벌하고 약해진 소호국을 부호(=지키고 보호함)함으로써 천손문화권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것이며 영토 전쟁을 벌였던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