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
앞서 한국선도에서는 사람을 물질인 몸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고 내면의 생명력인 마고(천부) 중심으로 바라보기에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역사를 바라볼 때도 사람 내면의 ‘생명력의 발휘 여부’를 기준으로 함을 살펴보았다.

『징심록』「부도지」에서는 이러한 역사인식에 따라 한민족사의 출발점에 자리한 마고성시대를 가장 이상적인 시대로 바라본다. 왜냐하면 마고성시대 사람들은 내면의 생명력이 온전히 유지하였고 더하여 이러한 사람들로 인해 세상까지도 생명력으로 충만하였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부도지」에서는 마고성시대의 사람들에 대해 ‘품성이 순정하여 능히 조화를 알고, 혈기가 맑았으며, 귀로는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사람 내면의 생명력이 온전히 발휘되고 있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또한 ‘사람들이 하늘의 소리를 들어 세상으로 펼쳐 실천하니(수증修證) 세상까지도 조화로워졌다’고도 하였다. 사람들의 생명력이 발휘됨으로 인해 세상까지도 덩달아 생명력으로 충만해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마고성은 성 중앙의 천부단天符壇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4개의 보단堡壇을 갖춘 모습이었다. 우주의 근원적 생명에너지인 마고(천부)가 공기·불·물·흙으로 대변되는 현상의 물질세계를 움직이고 주도한다는 의미를 상징하였다.

이렇게 마고성 중앙에 천부단을 설치하고 하늘의 소리, 곧 마고(천부)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또 이를 세상 속으로 펼쳐 실천하는 마고성시대 사람들의 모습에서 동아시아 고대 천손사상의 뿌리를 확인해 보게 된다. 한국사의 출발점이자 동아시아 고대 천손사상의 출발점에 마고성시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마고성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의 생명력이 점차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내면의 생명력이 깨어있을 때 사람들은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력에서 나온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절대적인 연대 의식’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반면 내면의 생명력이 약화되면 이러한 연대감을 잊어버리고 분리와 소외 의식 속에서 자신의 몸으로 대변되는 현상의 물질 차원에 치우치게 되고 자신의 몸을 위한 더 많은 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대립하게 된다. 

내면의 마고(천부)를 망각하고 ‘기‧화‧수‧토’로 이루어진 물질 차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부도지」에서는 이를 ‘오미(五味)의 재앙’으로 표현하였다. 오미는 몸과 관련된 여러 감각들이니 몸, 더 나아가서는 물질세계를 이루고 있는 기‧화‧수‧토를 상징한다. 

사람 내면의 생명력이 약해지고 물질 위주의 삶이 전개되자 덩달아 세상의 생명력도 약해져갔다. 마고성의 사람들은 분리의식 속에서 분열되었고 서로 경쟁하고 다투기 시작하였다. 다툼 끝에 마고성을 버리고 떠나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마고성이 혼돈에 빠져들자 성내의 4종족(황궁족‧청궁족‧백소족‧흑소족)의 우두머리인 황궁족의 수장 황궁씨는 상황을 두루 살핀 후 마고성 출성을 결정하였다. ‘혼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마고성을 떠나가지만 다시 언젠가는 사람들 속의 생명력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본(復本: 내면의 생명력 회복)’의 다짐과 함께였다.

황궁씨는 사람들에게 복본의 신표로서 천부삼인(天符三印)을 나누어준 후 마고성을 떠나가게 했다. 청궁족은 동문으로 나가 운해주로, 백소족은 서문으로 나가 월식주로, 흑소족은 남문으로 나가 성생주로, 황궁족은 북문으로 나가 천산주로 흩어져 갔다. 

마고성 출성 후 천산지역으로 옮겨간 황궁족은 복본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가기 위해 천손사상의 전수에 주력하였다. 

황궁족의 노력으로 마고성시대의 천손사상은 황궁·유인시대 → 환인시대 → 배달국시대 → 고조선시대로 이어졌고 천손사상 전수의 징표로서 천부삼인의 전통 또한 이어졌다.  

이처럼「부도지」에서는 마고성시대를 한국사의 출발점으로서 뿐 아니라 한국사를 바라보는 이상적 기준점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마고성에서 출성한 이후의 역사를 서술할 때에도 한결같이 마고성시대에 준거한 복본의 기준을 적용하였다. 복본의 기준은「부도지」전반에 철저하게 배어 있어 ‘복본사관’으로 이름해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복본사관은 한국선도의 사상적 요체를 극히 잘 반영하는 한국선도의 대표적 역사인식이다. 

이처럼『징심록』「부도지」를 통해 한국사의 오랜 연원은 물론 한국 상고 이래의 천손사상, 더 나아가서는 동아시아 상고 이래의 천손사상의 연원을 명확히 알게 된다.

종래『환단고기』등의 선도사서들은 독특한 역사인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징심록』「부도지」는 이러한 유의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한국선도에서 인간과 역사를 바라보는 기본 입지점을 명확하게 제시, 한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