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고 이래의 ‘선도(선교·신교·신도·천웅도·풍류도) 문화’는 근대 역사학의 성립 이래 최남선(1890~1957)의 ‘불함문화론’을 필두로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밝문화(배달문화, 불함문화, 광명문화)’의 관점으로 접근되어 오고 있다.  ‘밝문화(배달문화)’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물로서의 ‘밝음’이나 ‘해·달’ 등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밝음(생명)’을 밝히는 ‘수행문화’에 기반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곧 ‘선도수행’의 상징적 표상이 ‘밝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밝문화’란 선도수행을 전제하고 있기에 ‘수행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천손문화’의 개념도 성립하게 된다. 곧 수행을 통하여 내면의 밝음이 온전히 깨어난 사람을 ‘천손’이라 한다면, 밝문화(배달문화, 수행문화)의 수행 목표점인 천손에 초점을 맞춘 ‘천손문화’의 개념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특히 동아시아 삼국(한국․중국․일본)의 오랜 ‘천제, 천왕, 천자, 천군, 천손, 천황, 천명’ 사상의 원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 개념이다.

동아시아의 다양한 천손 전승들을 고찰해 보면, 먼저 하늘에서 내려온 최초의 ‘천손족’이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천손사상이 전파되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사람의 뿌리를 하늘로 보고 사람과 하늘을 동일시하는 선진문화를 지닌 ‘천손족(天孫族)’이 있고 이들이 비천손족(非天孫族)들과 교섭하면서 천손사상을 전파해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늦은 시기의 천손문화인 일본의 천손문화 또한 하늘을 섬기던 선진문화를 지닌 천손족의 도일(渡日) 및 원주민과의 교섭 과정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동아시아 상고사를 천손족과 비천손족 간의 교섭을 통한 천손문화의 보급 과정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제시이기도 하다. 

천손족이 천손문화를 전수하는 과정은 대체로 ‘천손족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방식’, 곧 ‘천손강림’의 방식으로 묘사된다. 실상 천손이란 내면의 밝음을 밝힌 사람일 뿐이지만 먼 하늘에서 온 천신족(天神族)으로 신격화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고대 천손문화의 원류가 되는 최초의 ‘천손강림사상’을 찾아가다 보면 놀랍게도『징심록』「부도지」나『환단고기』와 같은 우리나라의 선도사서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시기적으로 동아시아 고대 천손문화에 대한 가장 오래된 전승을 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유의 천손사상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선도사서인 양서 중에서도 시기나 내용면에서 동아시아 천손문화의 원형을 제시하는 책자는 다름 아닌『징심록』「부도지」이다.

『징심록』은 신라 눌지왕대의 관인 박제상(363~419)에 의해 편찬된 선도서로 영해 박씨 가문에서 오랜 세월 비장되어 오다가 1950년대 초 우여곡절 끝에『징심록』15지중의 제1지인「부도지」편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부도지」의 첫머리에는 중국계 도교나 도가 전통과 명확하게 차별화되는 한국 고유의 선도사상이 신화의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다.  한국선도를 대표하는 양대 경전인『천부경』‧『삼일신고』의 핵심 사상인 ‘천·지·인 삼원론(일‧삼론)’ 또는 ‘일·삼·구론’이 여기에서는 ‘삼원오행론’ 또는 ‘기‧화‧수·토·천부론’의 방식, 그것도 신화의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이니 이른바 ‘마고신화’이다. 

마고신화 속에 나타난 ‘삼원오행론’ 또는 ‘기‧화‧수·토·천부론’은 한국선도에서 우주와 인간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까지도 보여준다. 우주론‧인간론과 함께 한국선도의 역사관, 곧 ‘선도사관(신교사관, 선교사관)’까지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하므로 선도사관의 정확한 이해는 마고신화에서 출발하게 된다.(계속)

▲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교수